직선으로 원을 그리는 방법에 대하여.
간만에 시간을 내어 명상을 했다. 명상이란 무엇인가. 빛이여. 언제나 마주하지만 빛이여, 생명의 근원이여 내가 아무리 닿아도 목마를 그 빛을 그리며, 명상을 했다.
빛이 주욱 이어지며, 어제의 화에 대해 고민했다. 번민했다. 왜 분노를 다스리지 못했는가. 그 분노는 나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타인에게 넘쳤기 때문이다. 분노를 포용할 여유를 어쩌다 잃었는가. 중요하지 않을 것들을 마음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믿지 못할 리 없는 당신의 마음을 의심했기 때문이오. 배울 것이 없는 어른들, 사실 누가 나를 가르칠꼬? 그럼에 불구하고 반면교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정면교사를 원했기 때문은 아닐까. 결국 내 욕심이며 나 스스로가 일으킨 화요. 분노다.
명상이 깊어지면서 귀가 간지러웠다. 아마 이를 바디체크나 NSDR이라 함 직할텐데 여튼 귀속이 간지러웠다. 이를 참는 것이 아니라, 참지 못하고 에어팟을 뽑아낸 후 귀를 간질이는 나를 상상했다. 그렇게 얻는 것과 잃는 것의 차이를 고민하면서 계속 명상을 했다. 더 깊이,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항문을 조였다. 내쉴 때에는 먼저 항문의 힘을 풀고 깊이,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내보냈다.
종교가 없는 사람은 눈을 본다고 했다. 하지만 나보다 더 높고 우월한 존재가 왜 ‘눈‘같은 하등 한 기관으로 사물을 인식하겠는가? 고도로 발달한 지적 존재는(생명체는 고도로 발달하기 어려운 것 같다. 물론 ‘고도’라는 워딩이 그만큼 모호하기 때문에) 존재 자체로 전지하고 전능하며 동시에 우리가 말하는 존재와 부존재의 틀에 구속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주색 빛이 나고, 그보다 더 밝은 빛이 났다. 그 빛 사이사이, 맹점을 지적하듯 검음이 나타났다. 빛의 중앙에 있어 그것이 검은 것인지, 아니면 어디에나 있는 암흑물질을 표현하듯 주변에 순응하지 않는 검음인지 알 수는 없다. 나아가 알고 싶지도 않다. 그리하여 다만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만을 알 뿐이다.
왜 우리는 공전을 하나의 궤도로 하는가. 라그랑주점에서 존재할 수 있는가? 왜 우주는 4차원 이상임에 불구하고 우리를 둘러싼 중력장은 평면처럼 보여지는가. 아니, 너른 천처럼 보여지는가. 왜인가. 어째서인가. 인연의 실이 흘러간다. 실과 실이 만나 작은 원을 이룬다. 작은 원이 잘리어 실이 두 배로 길어진다. 길어진 실이 가다가 다른 실과 만났다. 신이 잘리고 끊어졌다. 그렇게 잘린 실이 어디로 가는가 했더니 사실 내 눈이 보이지 않는 저 먼 궤도를 그리며 원으로 순환한다. 우주의 비밀을 알아낸 것이다. 우리네 삶이 똑 저 모양이다. 태어나 살면서 하나의 선을 그린다. 그러다가 그 선이 끊어진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우리는 종말을 예감하지만, 사실 그 선은 공전궤도를 완성한 것이다.
DNA염기서열이 그렇다. 초끈이론이 그렇다. 우주는 선으로 구성될 수 있지만 결국 선이, 천이, 직선이 모여서 수많은 우주의 다면을 이룬다. 그 다면 안에 박제된 시간 속을 우리는 구불구불 나아간다. 직선 밖에 보지 못한다면 우리는 공전궤도의 마지막 점에서 소실되는 것처럼 보인다. 혹은 그 점을 찍고 반환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결국, 우리는 도는 존재다. 윤회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외롭지 않다. 이 세상에서, 이 삶에서는 내 마지막이 다른 곳에서, 다른 세상에서, 다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하지 않기 위한 고민을 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우주와 생멸, 희로애락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가. 감정이 복받치고 눈물이 흐르려 한다. 이때를 즈음해서 우리 고양이가 너무 멀리 가지 말라며 내 손을 핥는다. 밥은 줘야 할 것 아니냐며 핥는다. 어찌 되었건 우리의 인연의 사슬이 견고하니, 지금은 나를 챙기라며 핥는다.
그러고도 한참을 뭉기적거리며 알게 된 순리에 머무른다. 꼼지락거리며 눈을 떠서 붉어진 오른손으로 인을 맺는다. 명상을 끝내려 했는데 사랑하는 당신의 얼굴이 보여 당신을 보며 다시 명상을 한다. 부처님 눈을 뜨고서. 사랑하는 그대여. 내리는 모든 비는 직선이고, 그 모든 비가 다시 하늘로 오른다. 둥그런 행성 하나를 싸고 모든 것들이 순환하며, 그 순환에서 유기체 나름의 절망적인 미래를 발견한다. 사랑하는 그대여, 그러나 비는 나리고, 물은 흐른다.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마음도 흐른다. 나에게서 너에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