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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매거진 Aug 05. 2020

야망전시회; 미래를 그리는 여성 타투이스트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의 야망을 전시한다.


 여성들이 야망이란 언어를 가진지 얼마나 되었을까? 어릴 적부터 꿈이나 희망 같은 예쁜 언어들은 우리 주위에 있었지만 그것으로도 설명안되는 욕망들이 있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고 싶다든가, 어느날은 대통령이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런 욕망들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없어, 바깥으로 나갈 기회를 잃고 점차 사라져만 갔다. 그러나 몇십년만에 우리의 소중한 감정들에 이름이 붙은 것이다. 야망이라는.


 더 많은 여성이 야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했다. 타인의 야망 전시가 잠재워졌던 우리의 야망을 일깨워준 것은 이미 경험한 바이기도 하다. 여기 여성들의 야망이 있으니, 다 읽고난 후에는 자신 마음 한켠을 뒤돌아보기로 하자. 불리지 못해 죽어가는, 한때는 누구보다 뜨거웠던 감정이 당신에게도 있을지 모른다.


 



두번째 야망전시의 주인공 ;

미래를 그리는 여성 타투이스트 <이피>





[야망에 관해 묻는다]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서울 사는 평범한 디폴트 한녀 타투이스트 <이피> 입니다.



Q 당신의 야망은 무엇인가요?


제 이름을 걸고 여성에 관한 글과 그림 전시회를 꾸준히 여는 것입니다. 하여, 훗날 타투아티스트가 꿈인 여성분들을 좋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끌어주고 싶습니다.



Q 여성 타투이스트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하시려는 거네요. 그런데 그게 글과 그림의 전시로 이뤄진다는 부분이 독특해요.


글과 그림을 전시하려고 하는 이유는 타투에 관심이 없는 분들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매일 글과 그림을 접하며 사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귀 기울여 주실 거라 생각해요.



Q 야망이란 뭘까요? 꿈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큰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꿈과 야망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꿈의 크기에 대한 차이랄까요. 사실 크게 차이를 두지 않으려고 하는 편입니다. 조금만 더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서예요.



Q 그렇다면 본인이 가진 야망은 꽤 큰 꿈이네요. 왜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직 타투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습니다. 여성에게는 더더욱 그러하고요. 저는 타투를 갓 접하기 시작했을 때, 문하생으로 들어갔었습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성차별이 존재했어요. 처음부터 그러한 분위기가 만연했기 때문에 바뀌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저에게는 이 판을 바꾸는 것이 큰 꿈이자 야망입니다.



Q 그렇다면 그런 것들이 야망을 이루는 데 장애물인 셈이네요?


가장 제약이 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타투가 불법인 것, 그리고 작업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타투가 불법이기 때문에 저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까지 두려움이 큽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하지 못하고 삼킬 때가 많아요.


또한 저는 여전히 미숙하기 때문이에요. 글과 그림이 아무리 좋더라도 결국 제 본업은 타투이스트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항상 더 나은 작업을 위해서 공부하고 노력합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제약이 커요. 제일 힘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실력이 올라간다면 저를 아시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고, 제 작업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겠죠. 모두 점차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Q 글과 그림을 전시하는 데 있어 타투에 대한 인식이나 업계의 분위기가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제가 그리는 모든 그림은 타투 도안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하여, 전시하고 싶은 그림은 타투 도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그림들과 그에 따른 글들이에요. 타투가 불법이기 때문에, 제 그림은 불법을 위한 그림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망을 이루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은 내가 원하는 그림과 글로 전시를 여는 것이 목표이기에, 전시회를 열 수 있더라도 반응이 크기 나뉠 것 같습니다. 제 그림을 예술로만 봐주시기 힘드실 테니까요.



Q 쉽지 않네요. 하지만 야망을 이룰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은 같은 뜻을 가진 여성 타투이스트들과 손님분들이에요. 가끔 두려움에 흔들릴 때가 있는데, 항상 용기를 주십니다. 글을 올리면 메시지를 보내주시고 소통을 해 주시거든요. 제겐 가장 큰 용기가 되는 부분입니다. 연대하는 사람들이 제 곁에 있다는 사실이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야망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저는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나 문구가 떠오를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 놓는 습관이 있습니다. 잠들려 했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 적기도 해요. 아직 하고 싶은 말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렇기에 차마 다 그리지 못한 그림들과 글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Q 그런 글과 그림이 하나하나씩 쌓이다 보면 분명 전시의 기회가 올 거예요! 이러한 야망을 품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원래 미디 작곡을 전공해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 중퇴를 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약 7~8년간 음악을 하며 많은 것을 느꼈었어요.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의 민낯을 접한 경험이었죠. 나열하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차별들이 존재했어요. 이때부터 ‘내가 꼭 성공해서 뒤에 오는 여성분들을 끌어주고 밀어줘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미래를 그리는 여성 타투이스트에게 묻는다]



Q 처음부터 타투를 한 것은 아니었네요. 타투이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앞서 말씀드렸듯, 저는 원래 미디 작곡 및 프로듀싱을 전공했었습니다. 그러다 여러 가지 문제로 벽에 부딪혔고, 대학원에 들어갔다가 휴학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원래는 머리를 식히는 것이 휴학의 이유였어요. 그런데 쉬다 보니 다시 돌아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길거리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만 들어도, 컴퓨터만 봐도 음악에 대한 스트레스로 인해 눈물이 날 정도로 아주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릴 적 배운 글쓰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저는 창작하는 모든 행위를 좋아했어요. 또한 패션에도 관심이 많았죠. 제가 좋아하던 것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하다 보니 타투가 배우고 싶어졌습니다. 이미 그때도 제 몸에 타투가 몇 개 있었는데, 제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기엔 안성맞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부모님께는 말씀도 안 드리고 바로 문하생으로 들어갔어요.



Q 타투이스트의 성비는 어떻게 되는 것 같나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타투이스트가 되는 것 그 자체가 힘겨운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그 직업을 가지고 살아내기가 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타투이스트가 되는 것도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답니다.



Q 하지만 미대가 여초과라고 알고 있어요. 타투도 그림을 그리는, 예술적인 직업 같은데 왜 타투이스트는 비슷한 성비를 가지고 있을까요?


위에서 말씀드렸듯, 그 직업을 가지고 살아내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사회가 가진 편견들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타투이스트가 꿈인 여성분들이 그 직업에 접근하기까지 고민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여성 타투이스트와 남성 타투이스트의 차이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염색체의 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사실은 정말 다를 게 없거든요.



Q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귀엽고, 예쁜 디자인을 하고, 남성은 거칠고 강한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있어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바뀌어야 할 편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타투에 대한 성차별을 넘어서, 사회에 퍼진 차별이 집단에 어떻게 적용됐는가에 대한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해요.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이래야 해~” 가 예술계에도 적용된 거죠. 마치 문학에서 여성적 어조, 남성적 어조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우리가 모두 힘써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Q 시선이 힘을 얻게 되면 강요가 되기도 할 것 같아요. 여성 타투이스트에게 강요되는 것들이 있을까요?


개인일 때도 마찬가지지만, 집단에 속해 있을 때 이 문제가 도드라집니다. 여성 타투이스트를 간판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또한 타투 한 여성, 타투하는 여성들이 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만연합니다.



Q 타투이스트로서 겪는 성차별이나 성희롱 같은 것이 있나요?


정말 많습니다. 대부분의 여성 타투이스트분들이 겪어보셨을 거예요. 자기 성기 사진을 보내거나, 성기에 타투를 해 달라는 남자 손님들. 뜬금없이 자기랑 자자며 성희롱적 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정말 많습니다. 여성 타투이스트들을 골라 보내더군요. 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는 항상 약자이기 때문에, 신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저는 타투를 문하생으로 처음 접했는데요. 그때 “타투샵의 꽃은 여자들이니 여성 타투이스트답게 하고 다녀라. 그러면 실력이 없어도 손님이 온다. “, “잘하는 타투이스트한테 배우고 싶다면, 미인계를 이용해서 배워라.” 하는 언행들도 있었습니다. 아, 생각해 보니 거기서 먹는 식사도 모두 여성 문하생이나 여성 타투이스트 선생님들께서 해주셨네요. 하하. 물론 이 말들은 극히 일부분입니다.




Q 그렇다면 여성들이 손님의 입장이 되었을 때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성 손님분들의 몸매와 얼굴을 평가하는 말들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습니다. 노출 부위라면, 작업 후에 어땠냐며 작업 사진을 돌려보는 경우도 봤고요. 따라서 여성 타투이스트를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게 메리트가 되기도 하고요. 내 성별이 메리트가 된다는 것은 성차별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겠죠.



Q 페미니즘적인 태도를 가졌다는 사실이 타투이스트로서 힘든 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타투가 불법입니다. 합법화를 위해서 많은 타투이스트분들이 노력하고 계세요. 사실 이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항상 두려워요. 작년에는 페미니스트라고 신고를 당한 적도 있었거든요. 한동안 그 위협에 몸을 사리며 두려움에 떨었었습니다. 하지만 제일 낮은 곳에서 목소리를 낼 때 그 힘이 배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두려워하지 않아야 다른 분들도 용기를 얻으실 수 있으니까요. 요즘은 딱히 신경 쓰지 않고 SNS에 꾸준히 제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여 페미니즘에 관한 제 생각과 이야기들을 아끼지 않고 있어요. 또한 여성에 관한 주제로 타투 도안을 그리고, 그 도안을 만들며 들었던 생각들을 짧게 정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많은 여성분이 저를 찾아주시더라고요. 손님분들은 항상 함께 분노해 주시고, 슬퍼해 주시며 연대를 아끼지 않으십니다. 실제로 제 손님 중 99%가 여성분들이에요.



Q 힘든 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되레 좋은 점으로 작용하는 거네요. 그래도 성차별적 분위기가 만연해있는 곳에서 페미니즘적 발언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차별적, 성희롱적 언행들이 예술 직종에는 더욱더 짙은 것을 직접 느꼈고 경험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이고요. 더군다나 무엇을 처음 시작하는 여성분이라면, 앞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가 두려우실 거라 생각합니다. 모두 권력을 이용한, 또는 다수가 몰아세울 때 겪는 차별이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여성 타투이스트분들이 정말 많아졌고, 유명하신 분들도 정말 많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얼마나 노력하여 그 자리에 계시는지도 잘 압니다. 많은 분이 싸우고 계시고요. 하지만 아직 차별이 차별인 줄 모르는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그 분위기가 애초부터 만연하기 때문이에요.



Q 이 ‘야망전시회’도 어떻게 보면 목소리를 내는 일인데,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도 같은 맥락일까요?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분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연대의 힘은 강하니까요. 서로가 서로의 용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야망을 이룬다면 그 자리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개인적으론 타투이스트 겸 좋은 타투 선생님을 병행하고 싶습니다. 꿈에만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사회적으로는 꾸준한 여성 관련 기부와 인식의 변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현재도 가끔 기부를 하고 있어요. 다만, 아직은 금전적으로 여유롭지 못하여 자주는 하지 못합니다. 훗날 같은 뜻을 가진 여성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꾸준한 기부를 하고 싶어요.


또한 타투한 여성이 듣는 안 좋은 말들과 인식들 (타투한 여자는 쉬운 여자다 등등)이 바뀌었으면 합니다. 이건 타투 자체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Q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피님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자신을 알릴 기회를 드릴게요.


저는 독특한 라인 스타일 위에 컬러를 입히는 작업을 주로 하는 타투 아티스트 이피입니다. 기존의 타투 스타일과는 조금 다른 저만의 스타일을 작업 하기 때문에, 같은 소재라도 독특한 나만의 타투를 하고 싶으신 분들께서 제 작업을 좋아하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페미니스트고요, 손님들과 편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작업자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언제나 연대하는 사이가 되길 소망합니다.

 


Q 여성 타투이스트, 혹은 미래의 여성타투이스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우리는 같은 길을 걷는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이 이 직업을 선택하셨을 때,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주저 없이 손을 내밀어드리고 싶어요. 타투이스트라는 꿈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여성 예술인들을 응원합니다.



Q 마지막으로 세상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여성과 남성이 같은 사람으로서 여겨지기를 바랍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때문에 저는 끝까지 노력할 겁니다.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꿈을 가질 것인가를 결정하는 건 내 몫이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에서 우리는 무너지고 풀이 죽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타투이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해 온 그는 다가올 수많은 위기의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이 단단해 보인다. 끝까지 노력한다는 그의 말처럼 모든 여성들이 포기하지 않고 가슴속에 활활 타는 야망을 가졌으면 한다. 그의 앞날을 응원하며 우리나라 타투 산업의 인식과 처우가 개선되기를, 그래서 더 많은 여성들이 조금 더 자유로워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타투이스트 <이피> 인스타그램 프로필 입니다.

https://instagram.com/tattooep_?igshid=t6vth2zi72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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