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으로 쓴 첫 번째 이야기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정형외과 전공의로서 연구에 매진하며 의학박사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지방의 모교병원 인턴 생활을 시작하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새하얀 의사 가운을 처음 입고 대학병원이라는 거대한 건물을 누비며, 첫 직장인으로서 설렘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가슴 졸이던 전공의 시험과 면접,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합격의 기쁨. 정형외과 전공의로서 100일 동안 병원을 떠나지 못했던 고된 시간들. 당시에는 너무나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순간이 저를 성장시킨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전공의 시절의 연구 활동은 제 인생의 방향을 바꿔놓은 터닝포인트였습니다. 낮에는 수술실과 병동을 오가며 바쁘게 일하고, 밤에는 외래 진료실을 연구실 삼아 논문을 읽고 쓰던 그 시간들. 야심한 밤, 다른 전공의들이 퇴근 후 휴식을 취할 때, 아무도 없는 정형외과 외래 진료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연구활동을 하던 그 시간들이 오히려 더 행복했습니다. 환자를 돌보며 느낀 의문점들을 연구로 풀어내고, 그 결과를 다시 임상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의학의 깊이를 조금씩 이해해 갔기 때문입니다.
헌혈 봉사활동을 시작으로, 메디컬리그 축구를 통해 동료애를 나누고, 응급실에서 생명의 위기에 처한 환자들을 마주하며 의사로서의 사명감을 배웠습니다. 전공의 특별법 시행 시기를 겪으며 의료계의 변화도 함께 경험했습니다. 환자로부터 폭행을 당한 힘든 경험조차도 의사로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24편의 논문과 의학박사 학위는 단순한 연구 실적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각 논문에는 작업 과정에서 겪었던 특별한 일화와 감정들이 깃들어 있습니다. 힘든 시기였지만, 논문이라는 글을 쓰며 그 어려움을 이겨냈습니다. 포항가속기연구소에서의 실험이 주었던 설렘, 실험동물 토끼들을 돌보며 느꼈던 생명에 대한 경외심도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비록 카이스트 의과학 대학원 전문연구요원 지원에서 불합격이라는 쓴맛을 보았지만, 그 또한 현재의 제가 있기까지 중요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전문의가 된 후, 저는 병무청 병역판정전담의사로 군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 시기를 경력의 공백기로 여겼지만, 제게는 오히려 새로운 도전의 기회였습니다. 병무청에서의 경험은 의학을 바라보는 제 시각을 더욱 넓혀주었고, 의사의 관점에서 공공기관의 조직 발전을 위한 개선점들을 제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2부에서 자세히 다루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저는 의학의 경계를 넘어 공학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정형외과 의사가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며 인공지능을 연구한다는 선택은 분명 특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미래 의료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3부에서는 이러한 융합의 여정과 의사과학자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아내고자 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1부에서 다룬 정형외과 전문의와 의학박사 과정은 제 학문적 여정의 단단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수술실에서 익힌 완벽을 향한 정확성과 연구실에서 배운 과학적 사고는 이후 제가 도전하게 될 모든 분야의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여름, 처음 연재 브런치북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긴 여정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논문작성은 처음이라'는 제목으로 첫 글을 올린 그 날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렇게 하나 둘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고, 어느새 매주 연재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마감일이 다가오면 퇴근 후 늦은 밤까지 글을 다듬었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펼쳐 놓고 기억을 더듬어가며 이야기를 완성해갔습니다. 때로는 바쁜 일상 속에서 글쓰기가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지나온 시간들을 글로 담아내는 매 순간이 특별한 기쁨이었습니다. 독자분들의 따뜻한 댓글 하나하나가 큰 힘이 되었고,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을 통해 더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동력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두 계절의 시간이 흘러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2부와 3부에서는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병역판정전담의사로서의 특별한 경험들, 공학도로서의 새로운 도전, 그리고 의료 인공지능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까지. 이 모든 여정은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합니다. 바로 더 나은 의료를 향한 끊임없는 도전입니다.
새내기 의사에서 의학박사 연구자로, 그리고 그 너머로. 이제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