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빈 콜드브루

by M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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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저녁 루틴 중 중요한 것은 8시부터 12시 사이에 얼음 가득 담은 토요사사키 우스라이 컵에 시원한 콜드브루 라떼를 만들어 마시며 책상에 앉아 개인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시원한 콜드브루 라떼가 주는 청량감과 너무 진하지도 묽지도 않은 균형감이 주는 맛이 좋다.


콜드브루 라떼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재료 중 그 품질의 영향이 가장 큰 것은 콜드브루이다. 얼음은 집에 있는 브리타 정수기로 정수한 물을 얼려서 만들고, 우유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멸균이 아닌 우유를 택한다. 우유는 브랜드 상관없이 맛이 비슷하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라떼를 담는 컵은 가장 얇고 적당한 사이즈인 우스라이 잔을 택한다. 이 잔을 만드는 몇 개의 브랜드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편에서 계속 해보겠다.


여기까지 얼음, 우유, 컵의 준비가 끝났다. 각각이 모두 중요한 요소이다. 여기에 코스터 정도가 추가될 수 있으나 그건 필수가 아니니 넘어가자. 컵에 얼음을 가득 담고 콜드브루를 담는다. 콜드브루는 컵을 시각적으로 보았을 때 3분의 1정도 담는다. 그리고 그 위에 우유를 확 집어넣어 자연스럽게 섞이게 만든다.


콜드브루를 판매하는 곳은 많다. 개인 카페부터 프랜차이즈, 유명 카페들까지. 그러나 그런 곳에서 파는 콜드브루는 라떼를 만들어 먹기보다 그냥 얼음과 마시는 편이 그 본연의 맛을 즐기기 좋다. 라떼용 콜드브루는 그 포지션이 있다. 진하고 풍부한 풍미를 가져 우유와 섞였을 때 그 존재감을 잃지 않는 것.


처음 콜드브루 라떼를 벌컥벌컥 마시면 반절이 남는다. 그다음부터는 조금씩 나누어 마신다. 매 모금마다 얇은 컵으로 전해지는 차가운 얼음과 콜드브루의 향이 좋다. 그리고 컵에 담긴 커피의 무게도. 위스키를 사며 받았던 크고 두꺼운 텀블러로 마실 때에는 그 컵이 주는 무게가 신경 쓰일 때가 많았다. 지금은 무게 없이 커피만을 즐기는 기분이 들게 한다.


콜드브루를 구매하는 경로는 보통 네이버 쇼핑이다. 마트나 유명 카페에서는 대용량 원액 콜드브루를 구매하기 어렵다. 적당히 섞여 바로 먹을 수 있는 것 혹은 용량이 적고 유명 브랜드의 이름이 붙어 비싼 가격인 것. 이런 제품들은 나의 루틴에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네이버 쇼핑을 이용하여 몇 가지 브랜드의 콜드브루를 구매해보았다. 특히 저녁시간에 주로 마시기 때문에 디카페인을 많이 구매하였다. 이전에는 카페인 1병, 디카페인 1병을 구매하였다면, 점점 카페인을 비우는 시간이 오래 걸려 카페인 1병을 비우는 동안 디카페인을 2~3병 비우게 된다. 1L를 기본으로 한 번에 2L에서 4L까지 구매하기도 하고 때로는 많이 구매해 친구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원두도 몇 가지를 시도해보았다. 예가체프, 콜롬비아 수프레모가 기억에 남고, 그 외에 일리 캡슐 머신으로 마시는 디카페인과 이딜리움도 기억에 남는다. 커피 전문가가 아닌 만큼 많은 원두를 체험해보고 각각의 세세한 향과 맛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묘하게 다름, 미묘하게 애착이 가는 맛이라는 게 분명 존재한다. 그렇게 마시다 보면 '아 그것이 나와 제일 적합하다'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커피 기준이 생겨난다.


현재는 골드빈의 예가체프를 즐겨 마신다. 가장 적합한 커피이다. 나의 디카페인 라떼의 시작이었고, 현재이다. 한 번 구매할 때 2L씩 꾸준히. 한 잔, 두 잔씩 마시다 보니 어쩐지 이 맛이 제일 생각이 많이 나게 된다. 정밀하게 묘사할 수 없는 그 미묘한 맛의 스펙트럼.


삶을 살아가는 길에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정의되지 않은 무수한 것들 속에서 미묘한 무언가를 따라가고 있다. 익숙한 것, 끌리는 것. 그리고 그 작은 차이들이 모여 나와 맞는 무언가가 된다. 취향은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다. 애써 많은 고민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끌림에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누군가 그 콜드브루를 왜 선택했냐고 하면 나는 정확히 설명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냥 이게 조금 더 좋더라는 정도의 말밖에. 나의 다른 선택들 또한 그랬던 적이 있다. 그것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없는 수많은 선택들과 그리고 그 선택들의 합집합은 어쩐지 그게 좋아서. 그게 인간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마음이 향한 곳에 진심을 다할 수 있으면 하고 바란다.


오늘 저녁에도 어쩌면 콜드브루 라떼를 한 잔 만들어 마실 것이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겠지. 나는 왜 이 콜드브루 라떼를 선택했을까? 아마 오늘도 답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잠시 생각하다 다른 일로 그 생각이 휘발되겠지. 그러면 어쩔 수 없이 내가 좋아서 선택한 것. 계속 이 좋음을 누리는 것 그리고 진심으로 좋아할 것. 어려움은 없다.





이미지 출처

https://m.gold-bean.co.kr/product/%EA%B3%A8%EB%93%9C%EB%8D%94%EC%B9%98%EC%BB%A4%ED%94%BC-1l-%EC%BD%9C%EB%93%9C%EB%B8%8C%EB%A3%A8-%EC%9B%90%EC%95%A1/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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