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가 알아두면 좋은 의료기기의 위험 관리 프로세스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의 '2021 의료기기 품직책임자 교육-의료기기 품질관리(3) 의료기기 단일심사 프로그램/의료기기 사용적합성'의 내용을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버그 없는 SAAS(Software as a Service)가 있을까요? 우리의 바램과는 다르게 갑자기 생기는 버그들로 인해 사용자는 언제든 문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서비스는 사용하는 도중 문제가 발생하여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고, 사용자의 생명에 피해가 생기는 등의 큰 문제는 발생하지는 않습니다.(물론 화가 나기는 하지만요.) 만약 엄격한 판단을 내려야 하거나 특히 생명과 연계되어 있는 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요? 상상하기 싫지만 아마도 사용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고 그로인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에도 피해가 갈 확률이 높습니다.
문제 상황에 대한 대처는 어느곳이든 철저한것이 좋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문제 상황에 대해 깊게 고민해봐야 하는 분야들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분야는 금융입니다. 우리의 자산은 소중하니까요. 원하는 때 거래가 되지 않거나, 금액이 잘못 표기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자산 및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2017년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1시간동안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하였는데, 이 때의 문제는 1시간 동안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등하였다는 것입니다. 이 때 판매하려 했으나 서버가 다운되어 판매하지 못한 사용자들은 손해를 보았죠. 이 사건은 소송까지 이어졌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203543#home
모빌리티도 분야 또한 경우에 따라 깊게 고민해야합니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및 자율주행 분야는 특히나 더 문제, 위험, 장애등에 민감하게 대처하고 예방해야 합니다. 2019년 미국에서 테슬라 오토파일럿으로 주행 중 상대편 차량을 들이받아 2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운전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었죠. 잘못된 정보, 잘못된 알람, 느린 반응 등 문제 상황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은 이동이라는 움직임 위에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20119079500075
금융과 모빌리티 외에 수 많은 분야에서 안전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의료 서비스는 그 어느 분야보다 특히 안전에 대해 민감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의료기기에서 문제 상황에 대비하는 '사용적합성'이라는 위험관리 프로세스를 통해 어떻게 UI 디자이너, UX 디자이너, UX 리서처, Product 디자이너 등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사용자들에게 더 안전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입니다.
UX에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대부분 사용성 평가(Usability test)에 대해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사용자가 서비스를 준비한 시나리오대로 잘 사용할 수 있거나, 문제없이 끝까지 완수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입니다.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이 사용성 평가를 포함한 사용적합성 평가를 시행합니다. 다만 사용적합성 분야에서 사용성 평가는 의료기기가 사용하기에 적합한지, 사용자에게 적합한 상태 인지에 대해 더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만약 환자가 진통제를 투약받는 버튼을 눌러야하는데 버튼의 위치를 찾을 수 없어 계속 해맨다면 이는 사용적합성에 매우 부적합한 것이지요.
또한 사용적합성에서 사용성 평가는 일반적인 사용성 평가와는 다르게 관문이 존재합니다. 형성평가와 총괄평가라는 단계인데 간단히 말하면 형성평가는 사전 테스트, 총괄평가는 최종 테스트입니다. 수 많은 형성평가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위해를 발견하고 조치하여 사용자가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고, 완전한 상태가 되었다면 총괄평가를 통해 제품의 완전성을 확인받는 것입니다. 국내 대형 병원에는 이러한 형성, 총괄평가를 진행할 수 있는 기관도 존재하고 총괄평가 후 KOLAS(Korea Laboratory Accreditation Scheme)에서 발급하는 성적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 글에서 좀 더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의료기기 제조사, 대형 병원, 국내 기관에서는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사용적합성 엔지니어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사용자에게 편하고 좋은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도 열심히지만 그보다 먼저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중을 타겟으로 하는 서비스들은 조금의 오류에 대처하는 것보다 사용자에게 더 많은 가치를 주는 쪽에 목표를 맞추고 UX를 연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더 많은 사용자 확보를 위해서는 가치있는 제품이 우선이지만, 문제 상황에 대해 적절히 조치하며 제품을 키워나가지 않으면 언젠가는 돌이킬 수 없이 엉켜버리게 되겠죠. 한명의 UX 디자이너로서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안전한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사용적합성 엔지니어링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