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R.I.P. Roberta Flack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by 바닷빛 Mar 11. 2025

*실리콘밸리 모닝뉴스 3월호 원고입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Roberta Flack의 부고를 접하고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를 들었다. 그에게 1974년 그래미 최고 여성보컬상과 올해의 레코드상을 안기기도 한 최고의 히트곡이다.


이 노래에 담긴 사연이 흥미롭다. 로버타는 이 노래를 기내 방송에서 처음 들었다. 그때 들었던 원곡은 Lori Lieberman이라는 신인 가수의 1972년 버전이다. 로리는 Don McLean의 공연에서 그가 부르는 Empty Chairs (2011년, Don McLean은 Lori Lieberman을 청중에 두고 이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기도 했다.)를 들으며 느낀 벅찬 감정을 냅킨에 시로 옮겼다. 그 시를 바탕으로 이 노래 가사가 만들어졌지만, 발표 당시에 작사자로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고, 후에 발표된 로버타의 버전은 훨씬 히트했다. 


내가 만든 곡이 내 손을 떠나 오히려 더 잘 되고, 정작 내 음악 커리어는 점점 하향세를 걷는다니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 세월이 지나 로리가 이 노래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인터뷰도 흥미롭다. 로버타가 누린 인기에 약간의 질투도 느꼈고, 누구의 버전이 더 나은지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자신의 버전이 심플한 포크송이었다면서 자기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을 로버타가 해냈다고 담담히 토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로리의 청아한 목소리로 부른 1975년 라이브 버전도 로버타와는 사뭇 다르지만, 역시 감동이 느껴진다.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건 Lauryn Hill의 보컬이 돋보였던 Fugees의 버전이다. Roberta Flack이 불러 이미 유명한 노래였다는 사실이나, 그것조차 원곡이 아니었다는 것은 한참 후에야 알았다. Fugees가 이 노래를 발표한 게 벌써 1996년이다. Cynthia Erivo와 Joaquina Kalukango가 랩이 들어간 Fugees의 버전을 재해석해 라이브로 부르는 게 자연스럽고도 당연하다.


88세로 세상을 떠난 로버타. 결코 짧지 않은 인생이었으나, 예술은 역시나 더 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에 삽입이 되기도 했던 The First Time Ever I Saw Your Face, Donny Hathaway와의 듀엣 Where is the Love 등 널리 알려진 곡들은 물론, 특유의 목소리로 재해석된 비틀즈의 명곡들이 담긴 생전 마지막으로 발표했던 Let it Be Roberta 앨범도 추천한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매거진의 이전글 Alicia Keys - Underdog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