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나는 내 마음 속 너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삶을 놓아버릴 뻔 했다.
그때 나는 이미 한번 죽었기 때문에
지금 두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을 정도이다.
정말 긴긴 어둠 속에 있었지만
긴 방황에서 깨어난 계기는 새벽에 들리는 빗소리 덕분이였다.
잔잔한 빗소리, 무언가에 부딫히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니
아 이제는 내가 괜찮아지겠구나 갑자기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얄팍하게도 나는 그 시절을 잊고,
회사에서의 보직 변경, 내 마음 같지 않은 조건과 상황들, 돈 등에 함몰되어
새로 받은 인생을 또 어이없이 보내고 있었다.
엄청나게 밝은 빛을 발견해서
그 빛을 쫓아가는 삶이 아니더라도
은은한 미광을 따라 나의 길을 찾으리라
좋은 글을 통해 더 많은 인생을 살리리라 생각한 나 자신은 또 어디 갔는지 말이다.
그때의 나는 사람은 왜 사는가에 한참 고민하고 있었다.
철학 수업을 들으며 사명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내 사명은 글을 쓰는 것, 그 글을 통해 나같은 사람을 한명이라도, 하루라도 더 살게 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내가 그 아침의 빗소리가 되주는 것이다.
오늘의 나는 또 현실에 목메며
나 자신을 뭐가 행복하게 하는지조차 잊고 살고 있다.
나조차도 살리지 못하는 삶이라니.
나는 뭘 또 망설일까?
뭘 기다리는 걸까?
날 구원해줄 다른 사람?
구원이라는 게 뭔데?
나에게 구원이란 뭘까?
노동하지 않고 글 쓸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
글 쓰는 시간을 내는 건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되는데 그냥 일하기가 싫구나...
어떨때 나대신 물질적인 것을 해결해 줄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나보다.
내가 글 쓸 시간을 마련해줄 "사람"이 필요한걸까.
다른 "사람"의 하루를 살리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에는 그냥 내 생각만 있으면 된다.
비가 어느날 느닷없이 내리듯 그냥 글이 쓰고 싶을 때 써내려가면 된다.
타인의 응원도, 타인의 물질도, 타인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그렇게 첫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빗소리가 되어주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오롯이 나자신을 책임지면서.
나 자신의 행복을 오늘 선택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