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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영 Mar 10. 2022

누군가를 살리는 빗소리가 되어주기 위해서


몇년전 나는 내 마음 속 너무 깊은 곳으로 내려가 

삶을 놓아버릴 뻔 했다.


그때 나는 이미 한번 죽었기 때문에

지금 두번째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을 정도이다.


정말 긴긴 어둠 속에 있었지만 

긴 방황에서 깨어난 계기는 새벽에 들리는 빗소리 덕분이였다.

잔잔한 빗소리, 무언가에 부딫히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니

아 이제는 내가 괜찮아지겠구나 갑자기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얄팍하게도 나는 그 시절을 잊고,

회사에서의 보직 변경, 내 마음 같지 않은 조건과 상황들, 돈 등에 함몰되어

새로 받은 인생을 또 어이없이 보내고 있었다.


엄청나게 밝은 빛을 발견해서

그 빛을 쫓아가는 삶이 아니더라도

은은한 미광을 따라 나의 길을 찾으리라

좋은 글을 통해 더 많은 인생을 살리리라 생각한 나 자신은 또 어디 갔는지 말이다.


그때의 나는 사람은 왜 사는가에 한참 고민하고 있었다.

철학 수업을 들으며 사명이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내 사명은 글을 쓰는 것, 그 글을 통해 나같은 사람을 한명이라도, 하루라도 더 살게 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 내가 그 아침의 빗소리가 되주는 것이다.


오늘의 나는 또 현실에 목메며

나 자신을 뭐가 행복하게 하는지조차 잊고 살고 있다.

나조차도 살리지 못하는 삶이라니.


나는 뭘 또 망설일까?

뭘 기다리는 걸까?


날 구원해줄 다른 사람?


구원이라는 게 뭔데?


나에게 구원이란 뭘까?


노동하지 않고 글 쓸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


글 쓰는 시간을 내는 건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해지면 되는데 그냥 일하기가 싫구나...


어떨때 나대신 물질적인 것을 해결해 줄 타인에게 의지하고 싶나보다.

내가 글 쓸 시간을 마련해줄 "사람"이 필요한걸까.

다른 "사람"의 하루를 살리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에는 그냥 내 생각만 있으면 된다.

비가 어느날 느닷없이 내리듯 그냥 글이 쓰고 싶을 때 써내려가면 된다.

타인의 응원도, 타인의 물질도, 타인의 시간도 필요하지 않다.


그렇게 첫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이제 나는 누군가의 빗소리가 되어주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오롯이 나자신을 책임지면서.

나 자신의 행복을 오늘 선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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