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산다’는 말 하나가 만들어내는 오해와, 오해를 굳이 바로잡지 않고 살아온 한 사람의 이야기.>
나는 여의도에 살고 있다.
작은 방 작은 창문 밖으로 한강이 조각만큼 보이고, 아파트 복도에서는 63 빌딩이 보인다. 지금은 제2 롯데월드, 여의도 파크원등 더 높은 건물들이 63 빌딩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여전히 한강과 63 빌딩은 어떤 상징과도 같이 그 단어만으로도 설명되는 위엄 같은 것이 있다. 작은 창문사이로 한강의 반짝이는 아침 햇살을 느낄 때, 63 빌딩위로 보름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새삼
'내가 여의도에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곤한다.
여의도에 산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우와~”
“집에서 한강 보여요?”
“더현대 근처?”
한결같은 사람들의 반응 앞에서 나는 굳이 다음 말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여의도라는 단어만으로 사람들은 이미 내가 사는 장소가 아닌 자신들의 마음속의 여의도를 상상한다. 그래서 여의도에 산다는 것은 실제 생활보다 많은 오해를 낳았다.
“우와~ 여의도에 살아?”
잘 사나 보다.
성공했나 보다.
안정적이겠지?
생활에 걱정도 없을 것 같고.
혹시 부모님이 부자일까?
상황을 알기 전에 내 상태를 먼저 단정해서 생각하는 사람들.
여의도라는 이름 하나가 생활의 디테일을 다 덮는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그게 늘 불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우와~”를 굳이 정정하지 않은 건 ,어쩌면 그렇게 보이고 싶었던 작은 허영이 내 마음에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때로는 여의도에 산다는 말 한마디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오히려 내게 편안함을 주기도 했다.
<소개>
여의도. 남의 집 살이 7년 차.
내 집이 없다는 것은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살 수 있다는 뜻이면서,
한 편으로는 어디에서도 살 곳이 없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자유와 불안을 같은 주소에 두고 사는 기분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