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리 Aire Oct 14. 2020

강남아파트 입주장의 공포

<제37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이제는 아파트 완공만 기다리면 된다. 거의 매주 공사 현장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 공사 현장을 가리는 펜스 사진만 찍어도 좋았다. 비가 오면 콘크리트에 물이 들어갈까 걱정이었고, 눈이 오면 샷시도 없는 내부가 얼지는 않을까 염려되었다.


현장 출입구에서 레미콘 안내하시는 분께 109동 공사 잘 부탁드린다고 하니 이상하게 쳐다본다. 누구냐고 묻길래 큰 소리로 집주인이라고 했다. 더 이상하게 쳐다보면서 사진 찍으면 안 된다고 말린다. 그래도 내 아파트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니 감사했다. 박카스라도 한 통 갖다 드릴걸 그랬다.


아파트 입주는 2018년 11월부터 시작이었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아파트와 개포주공 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블레스티지 입주와 겹쳤다. 말로만 듣던 입주장의 공포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전세 10억을 불렀다. 일원동, 개포동 일대 50곳이 넘는 부동산에 물건을 내놨다. 연락이 안 온다. 지정된 입주일 안에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연체이자를 물어야 했다. 게다가 중도금 대출 만기도 다가왔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후 연락 온 부동산에서는 8억을 제시했다.


“에이, 사장님. 왜 그러세요. 8억이 뭡니까 8억이.”

“헬리오 20평대는 지금 6억대 물건도 나와요.”

“거기는 여기랑 생활권도 다르고 수요도 다르지 않습니까?”

“입주장이 원래 좀 힘들어. 물량이 많아서 초반에는 다들 고생하더라고.”  

“제가 잔금으로 딱 8억이 필요한데, 취득세랑 중도금 이자도 있으니 그럼 8억 5천만 받아주세요.”

“전달은 할게요. 근데 경험상 여기서 더 떨어질 수도 있어.”

“그럼 제가 그냥 들어가 살면 되죠 뭐.”


들어가 살 수는 없었다. 처음 10억에 내놨는데, 8억이라니. 어림도 없었다. 기다리면 된다. 조금만 기다리면 좋은 세입자가 나타날 거다. 입주일 마감까지는 아직 2달 이상 남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망하면 하나은행, 삼성물산도 망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