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는 물질 만능과 과소비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믿음을 지킨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신실이 있었습니다. 허영의 시장에서 예수가 사마리아 여인을 만나 준 것처럼 내 누님에게도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하나님이 기뻐하는 자녀로 삼아주셨습니다.
광야를 벋어 난 크리스천과 신실은 허영의 시장에 다 달았습니다. 이 허영의 시장은 천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곳이었습니다. 천국을 향하여 가는 사람이 이 거리를 거쳐 가지 않으려 할 때는 세상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약 5천 년 전에도 지금처럼 정직하고 경건한 순례자들이 있었습니다. 순례자들이 이 허영의 도시를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챈 바알세불과 아볼루온은 그들의 동료들과 함께 음모를 꾸며 이 허영의 도시 안에다 온갖 종류의 허영을 사고파는 시장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이 시장에서는 세상의 온갖 종류의 것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집, 토지, 명당자리, 무역물자들, 직위, 명예, 국가, 왕국, 욕정, 향락 등등을 팔았습니다. 또 쾌락을 위해서 매춘부, 아내, 남편, 아이들, 주인, 하인, 생명, 피, 육체, 영혼, 은, 금, 진주 등 각종 보석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 시장에서는 무당, 사기꾼, 도박꾼, 불량배 등 온갖 종류의 쾌락과 악에 젖은 사람들이 술렁거리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2000년 전 예수님도 이 거리를 지나다 바알세불의 유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만일 그가 바알세불에 복종했더라면 그를 허영 거리의 주인으로 삼았을 것입니다.
크리스천과 신실이 허영의 시장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물건이요~ 물건~ 물건을 사세요"
"물건을 모으고 가꾸세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세요!"
"물건을 반짝반짝 빛나게 잘 가꾸면,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물건을 원할 겁니다. 그러면 당신의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거죠"
"유명해지세요!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되고 싶어 할 겁니다"
"모든 사람들보다 더 아름다워지고 싶지 않나요? 제가 그렇게 만들어 드릴게요. 더 이뻐지면, 더 좋은 사람이 된답니다"
시장 상인과 논쟁하는 신실 (2022)
한 상인이 "도대체 당신들은 무슨 물건을 찾고 있으십니까?"하고 물었습니다.
"우리는 진리를 찾고 있습니다"라고 신실이 대답했습니다. 이것을 목격한 상인은 이 자들을 수상히 여기고 시장주인에게 신고했습니다. 시장 주인에게 붙잡힌 두 순례자는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죄로 법정에 세워졌습니다.
허영의 법정 (2015)
재판장: 나는 '선을 미워하는' 재판관이다. 당신들은 몇 가지 죄목으로 고발당했다. 큰 논란을 일으킨 것도 모질라, 몇몇에게 자신의 위험한 생각을 물들게 했더군. 물론 우리는 그런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허영의 시장 사람들은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있다. 만약 뭔가 더 좋은 게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말이다. 그리고 시장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인해서 당신들은 범죄자가 된다. 더 나아가서, 당신들의 위험한 생각들은 다른 사람들 마저 시장을 떠나게 선동할 수 있기 때문에, 당신들은 우리의 적이다. 선고한다. 지하감옥에 가둬 우리의 시장 질서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바꿀 때까지 두들겨 때려라!
법정 안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진짜래, 두 명이 어제 시장을 지났는데, 아무것도 안 샀데..."
"영예, 영광, 돈, 땅, 왕관, 보석! 이 모든 것들을 기꺼이 주겠다고 해도, 이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냥 지나갔데..."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그런 모습을 보고는 우리의 물건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수도 있데..."
"저들 때문에 시장은 엄청난 논란이 일어났었잖아!"
법정의 밖에서도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지하감속에 넣었데!"
"시장 질서에 평화 깼잖아!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고!"
"어떻게? 그들은 그냥 지나가는 것뿐이었어, 아무에게도 나쁘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게 요점이 아니잖아! 그들의 잘못된 사상이 사람들을 이상한 길로 이끌잖아!"
"난 이해가 안 돼, 사람들이 시장을 떠나서 저들을 따라가고 싶다면, 마땅히 그럴 수 있어야 해!"
"야, 난 너랑 더 이상 대화 못하겠다."
"시장 안이 아주 엉망진창이 됐어! 시장에 혼란을 잠재우려면 우리가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해!"
여론에 의해 재판이 다시 열렸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을 데리고 와, 본보기를 삼으라! 즉각 참수형에 처한다. 그래도 계속 혼란스러우면 나머지 한 명도 본보기로 세울 것이다(재판장)." 추운 겨울 눈이 내리던 날, 신실은 산 비탈길에서 나무에 매달려 참혹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순교한 신실, 크리스천 그리고 소망 (2019)
법정에 세운 황새
이 나라는 어느 날 황새를 대신해 나를 법정에 세웠습니다. 죄목은 국유지 무단 사용이었습니다. 국유지에 신고하지 않고 황새 사육장을 지었다는 죄목입니다. 무려 1억 원의 국유지무단사용 변상금을 물어야 한다는 고발장에 의해 법정에 섰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황새복원은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야생 황새가 밀엽꾼의 총에 맞아 죽은 사건이 있은 뒤였습니다. 야생에 한 마리도 남지 않아 러시아에서 황새를 도입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재직했던 국립대 캠퍼스 한 구석에 황새장을 짓고 사육 상태에서 증식이 이루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습니다.
황새들의 수가 늘어나고 야생에 방사할 날이 다가오자, 총장은 황새들의 소유권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총장은 황새들의 소유권을 빼앗기 위해 국유지무단사용 변상금 소송을 시작으로 황새를 번식시키며 운영해 왔던 사단법인(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해산도 요구해 왔습니다. 결국 나는 정년과 함께 내 황새들과 작별을 고해야만 했습니다. 내가 사라지자, 이 황새로부터 뭔가를 얻으려는 탐욕스러운 마음으로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들은 악한 동기로 행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나를 경쟁자로 여기고, 나의 상황이 악화될수록 자신들의 상황은 더욱 나아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반응해야겠습니까? 나는 그들의 동기가 순수하지 않든 악하든 분명치 않든 간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게는 하나님이 계시기에 그분의 뜻에 맡겨드리기로 했습니다.
농촌에 황새가 살았던 시절
한국의 농촌은 매우 가난했습니다. 사람들은 가난한 농촌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도회지로 몰려들기 시작했을 무렵이었습니다. 지금은 곡물 수확량을 증대하고 가난한 한국인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농촌 개선을 최우선으로 나라의 정책이 바뀌었습니다. 농촌의 일손을 줄이기 위해 농업의 기계화로 농지를 정리했습니다. 그곳에 제초제와 농약이 많이 뿌려졌습니다. 우리의 식생활 문화가 육식위주의 식단으로 바뀌면서 농촌의 농경지에는 축사들이 많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축사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와 분뇨는 황새들의 서식지를 훼손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가족은 일찍이 농촌을 떠나 아버지와 어머니가 상업에 종사하셨습니다. 그때 나보다 8살 위인 누나가 있었습니다. 그리니까 그 누나는 우리 집에서 맏딸로 태어나 날 업고 다니정도로 나를 키웠습니다. 부모가 모두 장사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에 그때는 맏딸이 살림 밑천이었습니다. 물론 살림살이가 넉넉지 못해 딸은 제대로 대학에 다닐 수도 없었습니다. 고작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시집을 가야 할 때였습니다.
혼기가 다가 오자 누나가 부모님의 속을 많이 썩여들였습니다. 동네 건달들과 어울려 집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그 걸 아시고 죽도록 매질도 했습니다. 그래도 집을 나가자 잡아와 가위로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모두 잘라버렸습니다. 마치 쥐가 파먹은 것처럼 머리가 흉해졌습니다. 그러던 누나가 주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했던 때는 늦은 나이였습니다.
누나가 임종을 맞은 것은 어느 요양원이었습니다. 나는 누나의 임종을 함께하지 못했지만 숨이 끊어지기 전 "예수님! 내 영혼을 받아주소서!" 짧은 말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아기를 업고 있는 소녀(2016)
누나가 살아있을 때만 해도 장남인 내가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데, 누나는 단칸방 하나를 마련하고 어머니를 모셨습니다. 나는 교수의 월급으로 소액의 생활비를 어머니께 드리는 것 외에는 할 일이라고는 없었습니다. 누나는 나를 "교수님!"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때는 내가 한국의 황새를 복원하는 교수로 방송과 신문을 통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자기가 업고 키운 동생을 많이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누나는 뇌신경 암 진단을 받고 자신의 몸도 힘든데 죽기까지, 내 어머니를 20여 년 동안 정성껏 돌봤습니다. 한 번도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나는 세상적으로 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주님께 늘 감사하며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았습니다. 나는 누나의 주님에 대한 충성된 삶의 비결이 예수님을 인격적 만남의 비롯됨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성경에는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예수님은 물 길러 나온 이 사마리아 여인에게 물 한 모금 달라하십니다. 이때 사마리아 여인은 "당신은 유대인이면서 어떻게 사마리아 여자인 나에게 물을 달라고 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예수님은 이렇게 답해주십니다. "네가 하나님의 후하심을 알고 내가 누구인지 알았더라면 내게 마실 물을 달라고 했을 것이고, 나는 네게 생수를 주었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 사마리아 여인의 난잡한 남성 편력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이로 인해 사마리아 여인은 예수님께서 구세주이심을 직감했습니다. 뒤이어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이 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다시 목마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는 물을 마시는 사람은 다시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주는 물은, 그 사람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영원한 생명의 샘이 될 것이다(요 4:14)"
사마리아 여인(2022)
내 큰 누님은 이미 세상의 물에 갈증을 느끼지 않고 주님이 주신 생명의 샘에서 생수를 마시다 영원한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내가 천로역정의 신실을 바라봤을 때 성경(행 7:1-53)에 등장하는 스데반 집사가 오버랩됩니다. 그는 공회 앞에서 당당하게 복음을 변증하다 그의 설교를 들은 완악한 회중에 의해 돌에 맞아 순교했습니다. 돌에 맞아 숨을 거두기 직전, “예수여! 내 영혼을 받으시옵소서”하고 부르짖었습니다(행 7:59). 크리스천의 삶은 영원하고 다함없는 삶, 그리고 새로운 생명으로 스테반의 마지막 부르짖음이 완전히 나에게 전해져 옵니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봤던 사도 바울은 회심을 하고 이렇게 고백합니다(고후 6:9-10).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근심하는 자 같으나 항상 기뻐하고, 가난한 자 같으나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아무것도 없는 자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지금 내겐 큰 누님과 같이 주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믿음이 있을까? 비록 황새는 내 곁을 모두 떠났지만 바울과 같은 회심의 고백이 나의 기도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제 이 허영의 시장에서 빠져나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