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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일리아트 Jul 25. 2024

'숲의 화가' 나누리

[청년 작가 열전 ⑩]

불완전하지만 희망을 놓을 수 없는 인생의 신비를 그리다


나누리는 '숲의 화가'다. 초기 작품들부터 최근 작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오직 숲을 그려 왔다. 그런데 그가 그린 숲은 현실의 숲이 아니다. 마치 상상이나 꿈결에서나 목격할 수 있는 듯 오묘하기만 하다. 형태가 흐릿한 나무들 사이로 초록 계곡물이 흐르고, 그 위로 붉은 빛의 하늘이 펼쳐진다. 또한, 붉은 하늘 아래 쓰러진 고목과 어린 나무들이 어우러져 기묘한 풍경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몽환적이고 불안하고 신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이 장면들은 생명이 넘치는 일반적인 숲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만 감상자들은 그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나누리 작가

"제 개인의 삶은 물론 인간 세계 자체가 불완전합니다행복을 추구하지만, 고통과 슬픔이 끊임없이 따라다닙니다. 겉보기엔 완벽하지만 그 내부엔 늘 좌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신이 창조한 에덴동산은 생명이 영원이 지속되는 완벽한 곳입니다. 전 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에덴동산과 대비되는, 불완전한 인간의 숲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나누리, 흐르는 숲, 2017, Acrylic on canvas, 162.3x260.6 cm

작가가 숲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16년 경이다어려서부터 앓던 병 때문에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청소년과 청년 시절을 보낸 작가에게 유일한 희망은 그림이었다그래서 초기 연작 <흐르는 숲>엔 그런 작가의 상황과 내면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작가는 하늘을 늘 붉게 그렸다그가 묘사한 붉은 하늘엔 저녁놀이 주는 안락함과는 확연히 다른 비현실성이 담겨있다또한, 숲은 앙상한 겨울 나무와 잎 무성한 여름 나무가 혼재돼 있다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인생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그가 그린 숲엔 흘러내리는 금빛 물감이 덧칠돼 있다작가는 녹아내리는온전하지 않은 세계를 그런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말한다.  특이한 점은 나누리의 그림 대부분엔 늘 선명한 초록빛 계곡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나누리, 기우의 주물, 2022, Acrylic on canvas , 130.3x162.2cm

"제가 그린 숲은 제 내면처럼 불안과 혼란과 그리고 신비가 혼재돼 있습니다그렇지만 생명의 근원인 물을 늘 선명한 초록으로 그렸습니다우리 삶과 세계가 완전하지 않다 해도 희망과 생명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그림에 담아낸 것입니다."

나누리, 유연하고 초연한 2, 2024, Acrylic on canvas, 45.5x53cm

올해 나누리가 발표한 <유연하고 초연한연작이나 <어떤 가능성>과 같은 작품들은 숲을 주제로 한 작업이지만 기존의 그림들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버드나무 잎은 더 무성하고 푸르름이 풍부해졌다. 화사한 색의 잎으로 덮힌 나무가 주는 발랄함은 과거의 숲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표현이다.


"몇 년 전 기적과 같은 일이 제게 일어났습니다. 건강을 회복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생명과 희망에 대한 경험이 붓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숲 작업에선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나 채색에서 더욱 다채로운 변화를 시도할 계획입니다."


나누리(b.1988)


학력

2022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 전공 석사

2019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학부 서양화전공 학사


전시

2024 개인전 <가장 고유한 가능성>, 마리나갤러리, 고양

2019 개인전 <흐름>, 갤러리더인, 서울

2023 단체전 <For Life>, 갤러리1898, 서울

2023 단체전 <어떤 움직임, 봄>, 마리나갤러리, 고양

2020 단체전 <모두의 평화>, 갤러리 1898, 서울

2017 단체전 <나를 이끄시는 빛> 갤러리1898, 서울

2016 단체전 <공간 호흡 숨 고르기> 갤러리 웰, 서울


수상

2024 고양 아티스트 365, 고양우수작가

2020 아트청업빌리지 선정작가

2017 이 작품을 주목한다 선정작가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서울병원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목동병원


https://www.d-art.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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