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 탄생 100주년 기념, 11월 17일까지
천경자(1924–2015) 화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 전시회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회는 현대미술의 선구자인 천경자 작가를 기리는 동시에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23명의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천경자와 함께 동시대에 활동했던 22명의 여성 작가들은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 미술계 작가 등용문이던 《조선미술전람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상자, 그간의 주요 전시회 참여 이력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괄목할만한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 주요 국공립미술관 소장 작가, (사)근현대미술사학회 선행연구에 따른 추천작가, 자문위원회 추가 제안작가를 더해 선별한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는 23명의 작가가 살아온 시대의 정치, 사회의 변화와 미술제도가 작가의삶과 작품에 미친 영향을 이해 할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1전시실에서는 격변의시대를 살아온 작가의 작품, 2전시실에서는 《조선미술전람회》(1922~1944) 수상작가, 청전화숙, 낙청헌, 도쿄의 미술전문대학의 연혁과 수상작품이 전시된다. 3전시실에는 광복이후 대한미술전람회 수상작가, 고암화숙,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서울대학교, 서라벌예술대학, 수도여자사범대학의 연혁에 대한 소개와 국전 수상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4전시실에서는 동양화 단체에 대한 소개, 5전시실에서는 여성의 삶과 예술이라는 주제로 전시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가 23명은 천경자가 태어난 1924년을 기준으로 그의 앞 세대 5명, 천경자, 후 세대 17명이다. 가장 먼저 태어난 정찬영은 1906년생이고, 가장 늦게 태어난 차명희는 1947년생이다.
천경자는 1924년생으로 올해 11월이면 태어난 지 100년이 된다. 이들 23인의 화가가 태어난 1906년부터 1947년 까지는 우리나라의 격변기였다. 그들은 대한제국 , 일제강점기, 해방. 분단과 전쟁이 있었고 이승만 독재, 4·19혁명, 5·16 군사쿠테타, 군부독재, 광주민주화항쟁, 민주화 과정을 목격했다. 여성으로서 이 험난한 역사의 질곡을 관통하며 살아 왔다.
이들 중 생년이 가장 이른 화가 정찬영이 태어난 1906년 즈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1904년은 러일전쟁으로 러시아가 일본에 패한 해였고, 1905년은 을사늑약으로 나라의 외교권을 빼앗긴 해였다. 23명중 한 명인 이현옥이 태어난 1909년, 그 이듬해에는 나라가 망했다. 대한제국 말년과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화가들의 삶이 시대에 의해 굴절되었다면 해방 이후의 작가들의 삶은 어땠을까?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늦게 태어난 차명희 화가는 1947년생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온전했을까? 해방을 맞았지만 나라는 반으로 쪼개지고 차명희가 태어난 지 3년 후에 전쟁이 일어났다. 민족의 5분의 1이 죽거나 장애, 이산의 아픔이 기다리고 있었다. 극한 좌우의 대립은 전쟁 후에 더욱 심화되었고 4·19, 5·16, 10·26, 5·18 등 숫자로 기억되는 굵직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쉴 새 없이 굴러갔다.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 삶은 흐트러졌지만 이들은 붓을 들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여성 화가들의 예술적 성과는 어땠을까? 그들의 곡진했던 삶과 예술이 시립미술관에 펼쳐져 있다. 천경자의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11월 17일까지 전시하며, 매일 2시에 도슨트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천경자 작품 상설 전시인 《영혼을 울리는 바람을 향하여》도 같은 건물인 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 2층에서 새로이 관람객을 맞는다.
ㅇ 전시 기간: 2024. 8. 8.(목) – 2024. 11. 17.(일)
ㅇ 전시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3층
ㅇ 참여작가: 정찬영, 이현옥, 정용희, 배정례, 박래현, 천경자, 박인경, 금동원, 문은희, 이인실, 이경자, 장상의, 류민자, 이숙자, 오낭자, 윤애근, 이화자, 심경자, 원문자, 송수련, 주민숙, 김춘옥, 차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