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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일상의 리흘라

by 데일리아트
세기의 미남 알랭드롱(Alain Delon ) 별세 소식을 들으며


어제 오후에 '세기의 미남'이라는 프랑스의 배우 알랭 드롱(Alain Delon / 1935년생 / 89세) 별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老배우의 별세 소식이라 그런가 보다 하지만 그래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배우였던지라 애도의 부고 소식이 전해집니다.


알랭 드롱을 희대의 스타로 만든 영화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가 1960년 작품이니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세대도 이미 그와 함께 석양의 삶을 살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미남'으로 후대의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떠올리는 이유는 나이가 들어감에도 그 연륜이 살아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한 세대 반짝 떴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인기스타들을 보아왔습니다. 평생을 배우라는 직업으로 온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흔치 않다는 얘기입니다.


결론은 멋지게 늙어야 한다는 겁니다. 멋지게 늙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외모를 잘 가꾸는 것일까요? 그럴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외모만 젊어 보인다고 잘 늙은 것은 아닙니다. 이 수렁에 빠져 과학의 힘을 빌렸던 수많은 여배우들이 어색한 얼굴 표정과 흉한 몰골로 변한 모습에 깜짝깜짝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닐 겁니다.


사실 멋은 외향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일 수 있으나 풍겨오는 아우라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내적 지식의 함량도 함께 묻어나야 멋이라고 합니다. 외모만 멋있어 보이면 천박해 보입니다. 보면 압니다. 소위 싼 티 난다는 표현이 어울리게 됩니다. 싼티나게 늙는 사람들의 전형이 그것을 가리려고 한다는 겁니다. 싼 티 남을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 본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짙은 화장으로 덧칠하고 화려한 의상으로 가려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가리면 가릴수록 더욱 어색해지고 천박하게 드러납니다.


나이가 들어도 멋짐을 유지하는 배우는 그래서 참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떠오르는 배우들이 누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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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국배우로서는 크린트 이스트우드(Clint Eastwood / 1930년생 / 94세), 헤리슨 포드(Harrison Ford / 1942년생 / 82세), 리처드 기어(Richard Gere / 1949년생 / 74세), 피어스 브러스넌(Pierce Brosnan / 1953년생 / 71세), 조지 클루니(George Clooney / 1961년생 / 63세), 톰 크루즈(Tom Cruise / 1962년생 / 62세) 등이 떠오릅니다.


대단한 배우들입니다. 아직도 스크린에서 자기의 나이에 맞는 역할들을 무난히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나이를 뛰어넘어 젊은 배우들을 능가하는 신체적 능력을 장착한 톰 크루즈 같은 배우는 가히 신화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 2028년 LA올림픽 개최의 서막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미션 임파서블'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타디움 꼭대기에서 점프하여 내려오는 레전드 장면을 연출해 냅니다. '감히'라는 수식을 붙여 전무후무한 배우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알랭드롱 때문에 남자 배우들만 열거해서 그렇지, 멋있게 늙어가는 여배우들도 많습니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 1949년생 / 75세)이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내 배우로는 어느 분들이 있을까요? 이순재(1934년생 / 90세), 신구(1936년생 / 88세), 박근형(1940년생 / 84세) 선생님 같은 분들께서 아직도 무대에 서고 계십니다. 올해 초 개봉한 '소풍'이라는 영화를 통해 나문희(1941년생 / 83세), 김영옥(1938년생 / 86세), 박근형 선생님들이 연세에 맞는 연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추억의 애잔함을 담아내기도 했습니다.


영화 제목 '소풍'처럼, 우리는 이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소풍을 왔습니다. 곧 돌아갈 겁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말입니다.


저는 철길옆 한해살이 잡초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기차로 여행 가는 사람들이 창밖을 내다볼 때, 어디로 가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여행 가며 들뜬 행복한 마음을 전해 듣고 싶습니다. 온갖 사연을 싣고 다니는 철길옆에 있으면 심심할 틈이 없을 겁니다. 그 사연들을 다 듣고 싶어 가슴이 꿍꽝거릴 겁니다. 그리고 다음 기차가 오기까지 정적이 오면 철길 따라 흐르는 바람에 나부끼며 바람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매년 다시 한해살이 풀로 환생을 하면 좋겠습니다. 알랭드롱이 자연에 돌려놓은 수많은 분자들이 바다를 건너 철길옆 잡초를 찾아올 겁니다. 잡초의 초록색을 더욱 짙게 하는 원소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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