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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의 망치든 인터뷰 ①] 신채훈

by 데일리아트

미술을 기반으로하는 종합문화매체 데일리아트는 주로 시각 예술가들을 소개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술의 영역은 회화뿐 아니라 설치미술, 조형에 이르기까지 장르가 다양합니다. 새롭게 선보이는 [조각가의 망치든 인터뷰]는 망치를 비롯한 조형예술에 필요한 공구와 씨름하며 자신의 예술세계를 조탁하는 조각가를 찾아갑니다. 이들의 예술세계는 흥미롭기도하고 박진감이 넘칩니다. 망치와 때로는 용접기로 불꽃을 튀기며 혼신을 다해 자신의 꿈을 펼치는 젊은 조각가들에게는 어떤 이야기들이 숨어 있을까요? 젊은 조각가들 사이에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정의지 작가가 젊은 조형예술가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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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신채훈


조각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일을 넘어서, 공간 안에서 감각적으로 경험되는 예술이다.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실재감, 다양한 각도에서 달라지는 인상, 그리고 재료가 지닌 고유한 물성은 조각만의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손끝을 따라 깎이고, 쌓이고, 다듬어진 흔적들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남아 관객과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재료의 결, 표면의 자국, 형태의 흐름 속에는 시간과 노동, 그리고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신채훈 작가는 조약돌의 부드러운 패턴과 어린아이의 형상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그리워했을 순수한 어린 시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조각은 단순한 형태를 넘어서,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 깊은 곳의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일깨운다.


차분하고도 따스한 첫인상 뒤로, 보면 볼수록 오묘한 아우라를 품고 있는 그의 작품들. 그 깊고도 묘한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신채훈입니다. 저는 주로 조약돌과 어린아이 두 개의 키워드가 가진 상징성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구요. 동시대에 실존하고 있는 저, 그리고 그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복잡미묘하고 오묘한 생각들을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재료를 주로 쓰시나요? 그 재료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돌멩이를 주워다가 작업을 하기도 하고, 조약돌 모양의 시트지를 오려 아이 형상 위에 붙이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거 같아요.


저는 조약돌의 이야기를 좀 좋아하는거 같아요. 조약돌을 보면 어디서왔는지 어떻게 생겨나게 됐는지 알 수 없지만 결국 어딘가에 모여 존재하고 있잖아요. 제가 살고 있는 주변을 보면 내 옆에 누군가의 그 모든 과거를 알진 못해도 옆에 존재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 그런 군집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엇비슷하게는 생겼어도 전부 다 다르게 생긴 고유성 있는 모습들, 작고 동글동글 귀엽게 생긴 조약돌은 사실 바람, 파도와 같이 주변환경에 계속 부딪히며 깎여서 생겨난 돌이잖아요. 이런 조약돌의 이야기들에서 저는 제 상황에 은유적으로 빗대어서 생각하게 되다보니 이 재료에 매력을 느끼게 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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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훈, Who am I, 2024, 13x12x20cm, resin,interior 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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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훈, Wish chaeri, 2022, 13x12x20,resin,interior film,glass 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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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채훈, Sunrise, 2024, 80x80cm, resin,interior film,steel


작품의 의미와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요즘 공부를 조금 아주 조금 하고있어요. 공부와 작업을 병행 하다보면 내용과 형식이라는 논리에 부딪힐 때가 있는데 그게 괴롭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제가 느끼는대로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그런 번뜩이는 이미지를 최대한 그대로 표현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려고 해요. 공부를 하다보니 작업하기가 어려워지는거 같고 ‘일’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아서 요즘은 ‘느낌’에 많이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어요.


요즘 작업실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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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작업실


요즘은 오롯이 저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제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이게 ‘진짜’ 인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해서 그걸 좀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작품을 할 때는 '대비'라는 요소들이 자주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우린 뭔가 판단하거나 생각할 때 반대의 것들과 비교해보곤 하지 않나요? 그래서 이야기와 요소들이 있는 작업을 하는 중이에요. 저도 궁금하네요 뭐가 나올지 하하.


작품 활동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전시 때가 아닐까요? 작품을 다른 사람 앞에서 공개한다는 것은 항상 부끄럽긴 하지만 작가 아닌척하고 관객인 것 처럼 서성이다 다른 분들이 제 작업을 좋아해 주는 말을 들을 땐 보람을 느낍니다. 뒤에서 너무 기분이 좋죠. 그런 약간의 순간 순간들이 쌓여서 지금도 계속 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조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그리고 조각의 매력은 뭔가요?


계기가 조금 부끄럽긴 한데 제가 고등학생 일땐 야간자율학습이 의무였어요. 뭔지 아시죠? 야자. 그게 너무 하기 싫은거에요. 억지로 잡혀서 스스로 공부를 하라고 하는게 너무 싫더라구요. 그래서 생각을 했죠. 어떻게 하면 이걸 안 할 수 있을까. 그러다 석식시간에 친구가 집에 가는거에요. 그래서 그 친구는 어떻게 야간자율학습을 안하나 물어봤더니 미술학원을 간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도 바로 학원을 따라갔죠. 그게 시작이에요. 그렇게 10년째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네요. 허허. 그리고 조각의 매력이라면 배움의 연속이랄까요? 생각보다 할 줄 알아야 하는 것도 많아야 하고 해야 할 일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조각은 배움의 연속인 것 같아요. 뭔가 페인트를 하나 다루더라도 사전 지식도 많이 필요하고 숙련된 기술도 있어야 합니다. 그림 하나를 보더라도 조금 다르게 보고 생각하고 접근하려고 해야하니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하나 하려면 해야 할 일들이 연쇄적으로 생겨나는데 그게 참 어렵고 힘들지만 계속 하게 만드는 매력인 것 같습니다.


조각가 아니였으면 뭐 하고 있었을 것 같나요?


조각가 아니였으면 스타트업을 했을 것 같은데, 뭔가 친구랑 항상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아마 미대 안 왔으면 스타트업해서 쫄딱 망하거나 대성했을꺼라고 뭔진 몰라도 ‘내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제 브랜드나 뭐..그런 나만의 일 있잖아요. 지금 하는 일도 어찌보면 제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홍보하고 영업하고 작은 사업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보시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살아가면서 느끼는 건, 사회는 우리 각자가 지닌 개성과 날카로운 특성들을 부드럽게 깎아내고 둥글게 다듬으려 한다는 점이에요.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투박하고 날카로운,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들이 바로 우리 각자의 고유하고 소중한 개성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 소중한 개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과 투쟁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믿어요. 작품을 통해서도 이러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학력


2025 충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조소전공 박사과정


2024 충남대학교 일반대학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조소전공 석사 졸업


2020 충남대학교 예술대학 조소과 학사 졸업


전시경력


2025 Steel scape – 현대백화점 판교점, 경기 성남


2025 서울국제조각페스타 - 코엑스, 서울 강남구


2024 신채훈 개인전 : The wonderful everyday - 더 나르떼, 경기 남양주


2024 신채훈 개인전 : STONE PAGODA – 맨션나인, 강남 역삼


2023 신채훈 & 염석인 2인전: Nature reflections – 아리아갤러리, 대전


2023 강민기 & 신채훈 2인전: POPPING OUT – 맨션나인, 강남 방배


2022 부산국제화랑미술제 BAMA – 벡스코, 부산 해운대


2021 복잡과 단순 – 경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달, 경북 경주


2021 인천 아시아아트쇼 – 송도컨벤시아, 인천


2020 One Art Taipei – Sherwood Hotel, 대만 타이페이


2019 서울 아트 쇼 – 코엑스, 서울 강남구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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