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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Jul 09. 2023

8.2 광대 놀음

미칠 광 狂


13 D 경찰서 안

전화 통화에 바쁜 경찰들, 마스크나 모자를 착용한 남자들 하나씩 쭈삣거리며 들어오고, 부인하는 몸짓, 서로 지쳐가고.


14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시환, 손에 든 파일 넘기며 의자에 눕다시피 처지고


시환 저 사람, 저희쪽은 다 끝난 것 같습니다. 저희 사건하고는 별개로 마무리 했구요, 성범죄 전담팀으로 넘겨주세요.

경찰1 (서류 받아들고 남은 사람들 리스트 넘겨보며) 에이효, 다시 원점이네.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언제 조사해?

경찰2 그래도 제발로 오겠다는 사람들은 혐의점이 좀 적지않을까요?

경찰1 뺑끼면? 가능성 높아도, 속임수일수도 있어. 끝까지 정신 차려.

시환 전화 통화는 진전 있습니까?

경찰2 반도 못했어요. 무조건 모른다고 시치미 떼는데다가, 현금 거래라 안 들킬 자신이 있는건지, 순순히 조사받겠습니다,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경찰1 너 같으면 하겠냐, 버틸때까지 버티지. 아참 이거.. 그 학생이 직접 운영하던 사이트래요. <블루 버니 룰루>라고, 실시간 온라인이고, 1:1로 만나주는데, 미리 예약 한대요. 회원제인데다가 엄청 고가라서, 카드 내역 조회하면 정말 단골이나 VIP 몇 명 나올 것 같아요.  

시환 사이버팀에 협조 요청해 주세요. 긴급으로요.

경찰1 알겠습니다.


CUT TO 존 바울 배달통 들고 등장, 사람들 틈 비집고


식사왔습니다! 배달 시키신 분!

경찰2 여기요! 뒤쪽 회의실로 주세요!

 예, 갑니다 (시환 보고 손짓, 시환 손 흔들고 억지로 일어나 기지개, 간단히 몸풀고)


15 서장실


석호 문 형사님 말로는, 불법 체류자를 노린 범죄일거랍니다.

서장 여권 뺏고, 돈 뺏고.. 궁지에 몰린 불체자들이 자살을 한다? 이거, 장기 매매하고도 관련이 있나?

석호 아직까지 그런 정황은 없습니다만, 항의하는 불체자들을 폭행한 경우는 있습니다.

서장 돈만 들고 튀는 사기꾼이 아니라, 어깨들이 뒤를 봐준다.. 그래도 강한 협박이나 강요가 없었으면, 자살은 죄를 물기가 어려워. 어떤 상황인지, 누구누구 때문이다, 유서도 없고..

석호 주변 인물들로 수사를 확대해야 할 것 같습니다. 문자나 이매일로 하소연 했을 수도 있고...

서장 차 형사도 같이 파고 있나?

석호 예. 지금 안산서하고 미팅 중입니다. 필요하다면 정식으로 업무 협조 요청 할 생각입니다.   

서장 그래야지.. (생각) 그, 차은석이 말이야.. 예전에 비슷한 놈들 쫒다가 많이 다쳤었어. 그때는 꼬리만 겨우 몇 마리 잡고, 대가리는 커녕 몸통도 구경 못 했는데, 문종태, 차은석이 포함해서 우리 애들만 완전히 나가떨어졌어. 그때 생각해서 둘 다 바짝 독이 올랐을지도 몰라. 지원은 든든하게 해 주되, 같이 휩쓸려서 방방 뜨지말고 차근차근. 알겠나? 조심해.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덤볐다가 피봤어.         

석호 어느 사건입니까? (메모)

서장 3년 쯤 됐고, 명동 환전상 살인. 피해자가 명동에서 환전하던 사람이라 편의상 명동이라고 불렀는데, 사실 사건 장소는 을지로야. 아주 반전에 반전이었는데, 처음에는 화재에서 방화로, 다음에는 변사체 발견, 우리는 살인부터 시작해서 가다보니까 보이스피싱이었고, 간신히 찾아낸 은신처를 털었는데 외국 여권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온거야. 이 놈들이, 어차피 송금받고, 계좌 닫고, 튀었다가 다시 가짜 열고... 열고, 받고, 튀고...  비슷한 짓 하는 김에 불체자 등까지 처먹고 있던 걸 우연히 잡은거지.       

석호 그럼 보이스 피싱에 환전 사기가, 살인까지 불렀다는 건가요?

서장 그게 아마, 지들끼리 싸움이 났을걸? 일종의 배달 사고야. 환전상이 모집책이었는데, 슬쩍 돈을 빼돌리다 들켜서, 살해 당하고 화재로 위장했지.

석호 그래도 그런 짓까지 한다면, 생각보다 큰 조직일 수도 있겠네요.

서장 충분해. 가능성 있어. 게다가 벌써 안산에서 먼저 한탕하고 이쪽으로 갈아탄거면, 다른 지역으로도 퍼졌거나, 퍼지고 있을거고.. 안산은 어때? 불체자 변사체나 자살자 나왔나?   

석호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문 형사님 복귀하는대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서장 그래. 그 둘한테 사건 맡으라고 하고, 자네 역할이 중요해. 자살 강요나 방조까지는 증명 못해도, 사람을 그 지경까지 몰아갔다는 증거는 가져와야지. 마침 리화가 시간 딱 맞춰서 합류했고... 그 녀석 꽤 쓸만해. 조 팀장이 달라는거 내가 일부러 자네한테 보낸거야. 더이상 팀 내에 잡음없이, 이제 슬슬 성과 좀 내봐.       

석호 알겠습니다.. (문자 지잉, 보면)

시환 /러 여학생 도주자 정동현 살인 혐의 없음으로 종결. 성범죄 팀으로 인계/


석호 아쉽지만 인정, 서장 지켜보고


16 (디졸브/플래쉬/ 시계바늘 빠르게 감기면) 조사실 왔다갔다 사람 바뀌고, 통화하는 경찰들 난해한 표정, 골목길 탐문 뛰어다니고, 수술실 복강경 움직이는 의사, 급하게 들이마시는 컵라면, 주취자 실려오고, 목 운동 하며 시계보는 시환, 병실에 누운 지율, 해 졌다 다시 뜨면


17 또다시 주택가 골목 차량에서 눈 뜨는 진우, 시간 보고 대문 보고 , 할아버지, 아이와 출근, 진우 잠시 기다리다 내려 대문 두드려보지만 여전히 무응답. 발길 돌리고.


18 소파에 손 꽂고 쪽잠자는 시환, 보고서 정리하는 은석, 책상에 아몬드, 두유. 출근하던 종태 조용히 믹스 커피부터 타서 시환 옆에 놔주고 툭툭 깨우면.


19 출근길 신창동 빌라 골목, 민규 이미 탐문 중


민규 그 학생 바로 아래층에 사시는 분이요?  

여자 네. 얼마나 흉을 보셨는데요? 맨날 술 먹는다고, 자기네 계단까지 술 냄새가 난대요. 그리고, 대학생 아니고 몸 파는 애라는 얘기도 하고.. 남자가 수도 없이 많다면서, 밤새 들락거린대요. 위에서 걷는 소리, 웃는 소리 다 들린다고..     

민규 두 사람이 사이가 나쁜 거 였나요? 싸우는 걸 보셨다거나..

여자 직접 본 적은 없어요. 저는 아줌마랑 같은데서 일을 하니까, 그쪽 말만 듣는 거죠.

민규 일 하시는데가 어디세요?

여자 가까워요. 간단한 거, 주문 들어오는 거 바로바로 박스 포장하는데, 아줌마는 트럭이 있어서 밤새 배달도 해요. 아유, 그 집 아들도 걔한테 미쳐가지고..

민규 그 여학생한테요?

여자 요 주변 동네 남자들 죄다 걔 얼굴 한번 볼라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너무 예뻐가지고, 아니, 내가 봐도 저게 정말 사람인지, 인형인지.. 집집마다 부부싸움 좀 했을걸요?  

민규 (진동오고, 꾸뻑)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여자 예, 들어가고) 예, 오민규입니다... 나왔어요? 진짜요? ... 진짜 사람 피에요...?


17 조 팀장 병실, 먹다 남은 주스 병, 과자 부스러기. 보고서 읽고 있는 조팀장. 콰광 문 열리고 놀라고


진우 (성큼성큼) 영장 주세요!

아, 깜짝... 맡겨놨냐?

진우 가야되요. 빨리요.

(한숨) 네가 이럴때는 이유가 있어. 범인은 정말 그 놈인데, 사건은 아무 증거가 없다 그거지. 맞지?

진우 그러니까 주세요. 가서 찾아 올께요.

이번에는 뭔데?

진우 영아 실종, 산모 실종 가능성.. 아마 감금.. 당하고 있는 것 같구요,

같구요...? (한심) ‘같구요‘ 는 안돼지

진우 감금인지 아닌지는, 제가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겠습니다

들어가. 먼저 열게 하면 되잖아.

진우 안 열어요. 숨기는게 있거나, 숨기라고 명령 받았을지도 몰라요

얘기는 해본거야?

진우 아직.. 주변에 이웃분들하고만..

제보 비스무리한게 있었다?

진우 예.. 그리고.. 아주 조금이긴 한데.. (눈치) 혈흔도 나왔습니다.

(수상) 근데 왜 머뭇거려? 나오면 나온거지. 누구껀데?

진우 그걸 아직.. 모릅니다 (조 ..?) 그 집 아이랑 잘 노는... 강아지가 있는데... 그 발에.. 묻어 있었습니다.

(어이없음) 뭐라는거냐?

진우 지금 막 과수대에서, 사람 혈흔인거 확인 전화 받았습니다. 강아지 발 네개에 전부 다, 그것도 동시에, 사람 피 묻는 거 흔하지 않잖아요. 그리고 그 집에서 산모가 출산은 했는데, 신생아는 보이지 않구요.

하아... 그래서 그 개가 그집 개야?

진우 그건... 아니죠.. 그냥 동네에 왔다갔다 하는..

야, 그럼 그 피가 그 집 껀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진우 그러니까, 영장을 주시면, 대조 샘플 가져오겠습니다. 아기도 찾아보구요.

(애써 침착) 강진우, 네 논리가 지금... 어느 막, 애기를 막 낳은 집 마당이 피바다가 되고, 우연히 옆집 강아지가 와서 뛰어놀다가 네 발바닥에 피가 묻었고, 그 피가 사라진 신생아의 것 이다... 그거야?

진우 (눈치, 자신없음) ... 예에..

(피식) 너 지금 나랑... 점점 산으로 가냐. 너 나 우울할까봐 일부러 아침부터 웃으라는 거야? 무슨 꿈 꿨어? 예지몽?  

진우 분명히 뭐가 있다니까요. 뭔지 모르겠지만, 일단 신생아가 집에 없다는 거는..  

아유, (짜증) 병원 기록은? 낳긴 나았어?

진우 없습니다. 임신 기간 내내 병원 진료를 받은 적이 전혀 없고, 출산도, 119도.. 단 한번도 없습니다.

(긁적) 그건 좀 이상하네, 요즘 세상에... 산모가 많이 어려? 뭐, 십대야?

진우 아닙니다, 첫째가 유치원 다니고.. 다문화 가정입니다.

아, 다문화.. 사각지대네..

진우 그러면 영장..

열어! (진우 예..?) 네가 열라고. 아이 엄마가 직접 문 열게 만들라고. 일단 들어가보고 수상하면, 그때 다시 얘기해.

진우 그렇지만, 팀장님 만약에, 폭력이나.. 뭐 다른게 진행되고 있다면, 아이나, 산모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서장 왜? 애 아빠가 때린대?

진우 아니요. 애아빠는 죽었구요, 아이 할아버지가 세대주로 되어있는데, 동네 사람들이 기피합니다. 평소에도 다혈질에 거칠고, 이웃들하고 왕래도 없는데, 특히 술버릇이 안좋답니다. 젊었을때 무면허 운전 한 번외에는, 전과 기록은 없습니다.

폭행 증거는?

진우 물건을 부수거나 우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습니다.

하아... 정식으로 신고 들어온 거 없으면, 그것도 좀 애매한데

진우 그래서 제가 이틀밤을 거기서 잤는데 (조 네가 왜?)... 겉으로 보기에는 별 이상 없어 보이지만, 아니, 남이 봐서, 이상하게 너무 조용해요. 아이가 있는데도, 전혀 가족같은, 사람 소리가 안 나요. 할아버지가 출하고 나서, 대문을 두드렸는데 인기척이 없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거면..

일단 다른 애, 누구 하나 붙여놓고, 낌새 있으면 밀고 들어가. 둘 중 하나야. 스스로 열어주거나, 정식으로 신고 받고 들어가거나. 이정도로는 영장 안 줘, 알면서 그러냐 (진우 살피고) 너는, 요새 이거 파고 있었냐? 그래서 몰골이 그래? 인천도 꽝인거 같고..

진우 예.. 그쪽은 아직.

.. 야, 잠깐... 강진우. 너 그러고 보니까, 오랜만이다? (진우 예?) 너, 나 여기 실려왔을때는 코빼기도 안보이더니, 갑자기 지율이 입원했다니까 쪼르르 뛰어와?

진우 아닙니다, 저 잠복 갔었잖아요, 인천에.

야, 이 자식봐라..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내가 너를 업어 키웠어, 임마.

진우 아이, 뭘... 여기 사람들은 뭐만 하면 다 나 업어 키웠대.  

진짜야, 이 배은망덕한 자식아. 나 부러진건 안보이고, 지율이 아픈건 걱정되냐?

진우 아니라니까요. 아까 민규가 사람 피 맞다고 전화해서, 팀장님한테 바로 뛰어온거에요. 영장 받을라고..

강진우, 쉽게 간다! 너 지율이한테 먼저 들렀다 온거지?

진우 (단호. 손가락 콕콕) 여기 먼저! 여기만! 팀장님 보러! 지금 막 뛰어들어왔거든요.

거짓말... 나도 들었어, 지율이 어제 시술 엄청 오래 걸리고, 겨우 병실로 옮겼다고. 누구? 괜찮아, 류시환이가 연락했냐?

진우 (찔끔) 연락은 했는데.. (눈치) 모르세요? 지율이.. 없어요.

왜 없어? 설마, 그 자식.. 벌써 출근 했어?

진우 그게..


18 고속도로, 시환 운전, 편치 않은 얼굴, 전화 울리면 받을까말까 고민하다 결심, 받으면


석호 (차갑) 어딥니까

시환 거의 다 왔습니다. 가평입니다.

석호 류 형사, 제 정신입니까?

시환 죄송합니다

석호 죄송이 지금.. 강 형사 듣고 있죠?


CUT TO 의자에 기댄 지율, 귀마개, 자는 척 무시


시환 ... 주무십니다

석호 깨우세요!

지율 (어쩔수없이, 한숨, 귀마개 빼고) 예

석호 오늘 하루만, 딱 하루만 누워있으라고 했잖아요. 어제 수술한 사람이, 이게 뭐하는 겁니까, 지금?

지율 거기서 쉬나, 여기서 쉬나 똑같습니다.

석호 어떻게 똑같아요? 수술 환자가 회복도 되기전에 병원 뛰쳐나가서

지율 수술 아니고 ‘시술’입니다. 일상 생활 지장없다고 했구요

석호 그건 이삼일 쉬고 난 다음의 얘기죠. 강형사 지금 2키로짜리 종양 떼어냈어요. 배에 상처도 있고. 왜 이렇게 무모해요?

지율 (귀찮) 약 다 챙겨 왔고, 제 몸은 제가 압니다. 하나도 안아프고, 편안하게 휴식 중입니다.  


CUT TO 사무실


종태 (석호 전화 뺏고) 야 이자식아! 너는 너만 생각해? 류시환이 혼자 가도 되는 걸, 왜 아픈 놈이 거기 얹혀서 따라가? 걔는 무슨 죄야? 거기까지 일 하러 가, 운전해, 아픈 파트너 챙겨, 밥도 안처먹는 놈을.. 어? 걔도 여기서 꼬박 밤 새고 갔는데, 너 때문에 팀장한테 욕까지 먹어야 돼? 다 너 때문이잖아!


(시환 괜찮다 손짓)


지율 야근하는 건 제 탓 아닙니다..

종태 시끄러! 이 자식이 어디서.. 하루도 못 쉬어? 내가 니 엄마야? 그런 잔소리까지 해야돼? 의사가 시키는대로 가만히 자빠져 퍼자면 되는 걸, 왜 몰래 빠져나가서 이 난리를 쳐?

지율 (발끈) 난리는 지금 거기서.. (시환 다급한 손짓, 지율 한박자 꾹 참고 침착) 난리는, 어르신들이 치고 계시구요, 저는 제 할 일, 하러 갑니다. 몸에 아무 이상 없구요, 시술 결과 좋다고 하셨습니다. 크게 무리 주는 일 없이, 얌전히, 살살, 뛰지않고 무거운 거 안 들고. 눈으로 확인만 하고, 올라가겠습니다.  

종태 죽었다면서? 야! 더 찾아다닐 것도 아니고, 죽어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사람을, 뭐하러 둘씩 붙어서 확인을 가냐고? 가더라도 아픈 놈 빼고, 한 놈만 가면 되잖아?

지율 (한숨) 안 아픕니다... 그리고, 죽었으니까 갑니다. 너무 어이없게 죽어서, 화가 나서 갑니다... 우리 여기 왔을 때, 그날 새벽까지 살아있었거든요. 어제 제가 수술만 안했으면, 그저께 가평에서 조금만 더 찾아봤으면.. 아니면, 처음부터 서울에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가평을 먼저 뒤졌으면, 그만큼 빨리 찾았을건데.. 안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너무 짜증이 나서, 제가 직접 가서 볼려구요. 왜, 뭐가, 어디서, 잘못 됐는지.  


CUT TO 사무실 일동 조용   


시환 ... 저기, 팀장님, 제가.. 선배님 무리하시지 않게 잘 모시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양쪽 침묵.. 전화 툭 끊기고, 시환 안도, 슬쩍 지율 보면, 지율 창밖만 응시, 말없고, 다시 귀마개 꽂고 눈 감으면, 시환 운전에 집중, 멀리 IC <가평> 표지판 보이고)


19 사무실


종태 (침울) 실종자 죽은게 왜 지 탓이야? 죽은 사람 처음 봐? .. (혼잣말) 생존 확률은, 12시간마다 반씩 뚝뚝 떨어지는 건데.. 배웠어, 안 배웠어?

은석 그런데, 교통 사고 라고요?

석호 예. 가평 일대 의료기관에 협조 공문이 나가고 나서, 국도 옆 외곽에 있는 조그만 병원에서 연락이 왔답니다. 교통사고로 들어왔는데, 신원 미상이라고요.   

은석 병원에 와서 죽었어요?

석호 아니요, 현장에서 즉사했고, 수습 후에 실려왔습니다. 영안실에 안치된 시간은 그제 오전 04시경이었는데, 소지품이 없어서, 일본 사람인 것도 몰랐구요. 오늘 새벽에 현지 경찰이 확인하고, 류 형사한테 연락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종태 운도 지질이 없어. 다 가서 엇갈렸네. 그저께면, 정말로 애들이 시내 뒤지고 있을때잖아. 고 몇시간 전에 죽어서...

은석 그런데.. 교통 사고인데, 그것도 신원 미상이면, 왜 이틀동안이나 경찰이 몰랐죠? 지역 경찰 전산망으로 바로 보고가 되었어야 하지 않나요?

종태 사고 조사하고 뭐하고 하다 보고가 좀 늦었겠지. 그렇잖아, 거기도 땅은 넓고, 인원은 없고... 어차피 죽은 거, 피해자보다 사고 경위 조사하느라 바빴을거야. 병원도 외곽에 있다 그러면.. 애들 갔던 시내가 아니라 다른데면, 관할지역 다르고 어쩌고.. 하루이틀이야 늦을 수도 있지. 에이..

석호 그래도 가자마자 공문부터 보낸 덕에, 잘 찾은 것 같습니다.

종태 그 여자 맞대요? 신원 확인 한거에요?

석호 예. 며칠 함께 지냈던 남성이 확인했습니다. 대사관 통해서, 일본에 있는 가족들한테도 연락했구요. 한국에 도착하는대로, 직접 가서 확인 할 겁니다.

종태 개죽음이야. 지금까지 살아있다 겨우 꼬리 잡았는데 교통사고... 에유, 닭 쫒다 날렸어. 그나저나 이 자식은.. 무슨 혹을 2키로씩이나 키웠대? 둔탱이야? 그걸 몰라?

석호 1.7.. 키로입니다.  

종태 그거나 그거나.. 그정도면 다 키워서 조산한거네. 떼어내고 누워있어도 시원찮을 판에, 말은 드럽게 안 들어. 의사는 뭐래요? 괜찮대요?

석호 워낙 거대종이라 수술이 오래 걸렸습니다. 조금은 회복 기간을 가지라고 권했는데...

종태 류시환이 이 자식이 문제야. 세살이야? 왜 아픈 애까지 끌고 다녀, 지 혼자 좀 가지? 아유, 똑같은 것들.

석호 자세한 얘기는 두 사람 돌아오면 듣기로 하고, 업무들 보시죠.


CUT TO 똑똑 진우 들어오고


진우 (꾸뻑) 지율이 혹시 오늘 오나요?

종태 아픈 애를 왜 여기저기서 자꾸 찾어?

진우 아니, 지금은 아니고요. 혹시 오늘이나 내일, 어디 좀 같이 갈 수 있나해서..

종태 안돼! 언제 들어 올지도 모르고, 들어 와도 상태 봐야되고. 무슨 일이야?

진우 다문화 가정입니다. 지율이가 외사팀이고, 여자니까...

종태 치, 여자는 무슨... 제대로 된 여경을 데려가. 그 자식은 두드려 는 거 말고는 할 줄 아는 거 하나도 없어.

은석 7층에 정아 나와있어. 그쪽에 물어봐.


(종태 순간 굳어지고, 진우 눈치)


석호 그래요, 다문화 여성이면 우리 일도 되지만, 여청 일이기도 하니까. 강 형사 회복 될 때 까지, 며칠 이정아 경사가 도와주면..

종태 (궁시렁, 일어나며) 파견 같은 거 싹 없애버려야지. 일도 못하는 것들이 사람 헷갈리게해..


(쿵쿵 요란하게 짐 챙겨 나가고, 남은 사람들 눈치. 석호만 모름)


진우 (불편) 그럼, 제가 나중에 여청으로.. (슬그머니 뒷걸음)

은석 전화해. 번호 알잖아?

진우 지금..요? 아닙니다, 혹시 회의같은 거 들어가셨으면..

은석 오늘내일 스케줄이면 지금 물어봐야지 (전화 걸고, 지켜보는 진우, 후회)

정아 /e/ (건조) ... 예...

은석 이정아씨, 강력팀 강진우 형사가 도움이 좀 필요하다는데, 잠깐 바꿔줄께요 (진우에게 패스).

진우 (당황, 받고) 예, 정아씨.. (석호 눈치, 작은 목소리, 돌아서며) 저 진우에요. 오늘내일 혹시 바쁘지 않으시면... (전화기 들고 나감, 석호 이상함 감지. 은석 태연히 자기 일)


20 삼원 포장. 여러 외국어 섞여 시끌시끌. 직원들 왔다갔다 바쁘게 움직이고 화장실 문 쿵쿵쿵. 한 직원이 드라이버와 망치 들고 와 강제로 문 따면 동시에 비명소리 – 허공에 자살자의 발


디졸브/ 경찰차 경광등, 구급차 시신 싣고 출발, 지켜보는 종태와 은석, 불안한 사람들  


21 사무실. 외노자들 회의 책상에서 진술서 작성하고, 한국어, 외국어로 돕는 석호.

책상에 마주 앉은 외노자 두 사람과 종태, 은석


은석 바자흐 씨가 죽기 전에, 돈을 빌려달라고 했었다고요?

외노1 예. 돈 못 찾았아서. 돌아 갈 돈 없어요.  

은석 누구한테 보냈는데 못 찾아요? 혹시 이름이나 얼굴 알아요?

외노1 (통역, 외노 2 고개 젓고) 많이 몰라요. 이름은 김 선생님..

은석 전화 번호나.. 명함 같은거 있어요?

외노1 (통역, 외노 2 뒤에 앉은 한 사람 지목) 저 친구가 알거래요, 파란 옷

종태 (가서 데리고 오고, 옆에 앉히면) 김 선생님이 누구에요?

외노3 (겁) 돈 빌려주세요

종태 돈을 빌려준다고? 사채인가?

외노3 가족들 돈 필요하면, 돈 빌려주고, 보내주고..

은석 고향에 있는 가족이요? 자기가 돈을 먼저 빌려주고, 나중에 여러분한테 받고?

외노3 (끄덕) 불법은, 여권 없어 돈 못 보내

종태 (낌새. 은석과 눈 마주치고) 가족이, 고향에서 돈이 많이 필요해? 생활비 말고, 먹는거 자는 거 말고, 갑자기 아프거나 다치거나..

외노3 (끄덕끄덕) 차 사고!

종태 고향에 가족이 사고 났다고, 갑자기 돈 보냈어? 김선생이 대신?

외노3 현지에 브로커한테, 김 선생님이 보내면, 우리는 일해서 나중에 갚아요

종태 이자 냈죠? 인터래스트? 많아요? 얼마냈어요?

외노3 몰라요. 김 선생님이 바자흐 돈 많이 가져가요

은석 다른 사람들도 더 있어요? 김 선생님한테 돈 준 사람?

외노3 (주저, 살짝 끄덕) 나..요. 고향에 돈 보내어요

종태 김 선생이 보내줬어요? 영수증 받았고? 뱅크, 머니 리싯?


(외노자 멀뚱히 종태 보면)


CUT TO 테이블 쪽 석호, 고개 저으며 깊은 한숨


22 회의실 / 서장, 지능팀, 석호, 종태, 은석


석호 말씀하신대로 3년 전에 있었던 명동 환전상 살인 사건과 유사해 보입니다. 보이스 피싱과 환전 사기, 두가지 모두를 저지르고 있는데, 다만, 이번 보이스 피싱은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본국의 가족에게 일이 생겼다며 연 30퍼센트 이상의 선이자, 혹은 고이자로 돈을 갈취하면서, 결국 사채를 쓰게 하는 걸로 보입니다. 물론 사채 쪽도 공범 일 거구요.   


지능팀 그쪽이 힘쓰는 애들이겠죠. 송금 대신 해 준다고 여권 먼저 담보로 뺏어서 오갈데 없게 만들고, 아니면 어차피 오래 지나서 기간 다 만료된거니까, 어디가서 쓸 수도 없었을거구요. 지들이 알선하는데에 가서 일 시키고 월급은 빚 갚으라고 가로채고.  

종태 그렇지. 신분증 없는 사람들은, 소개에 소개로 김선생이라는 놈을 만나고, 친절하게 돈도 빌려주니까. 얼른 받아서 송금 먼저 하고보니, 송금도 사기고, 고향에 있는 가족 아픈것도 사기고.. 쓴 적도 없는 돈에 사채 이자는 올라가는데, 불법이라 신고도 못하고.. 빌어먹을.

서장 죽어라 죽어라 했네.

은석 바자흐씨의 경우, 최근 2년간 모아왔던 돈을 다 날린 것 같습니다. 체류 연장이 거절되면서 은행 거래를 중단했구요, 현찰을 맡길곳이 없어서, 김선생이라는 사람을 소개받아, 거기에다가 보관했답니다.    

종태 그 놈이 바로 생선 맡은 고양이가 된거야. 썩어질 놈.

서장 불체자 돈을 맡아서 미끼로 걸어두고,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 계속 소개 받고..    

종태 아주 좋은 사람이 되는거죠, 김 선생님이라는 자가 마치 불체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 처럼.

지능 안산에서 검거한 조직하고 같은 애들일까요?

종태 그 물이 어디 가겠어? 3년 전 명동, 걔들하고도 많이 비슷하고.. 지금 박형사랑 정환이가 쫒고있는 애들요, 인천에서 봤다는.. 걔들도 보이스 피싱이죠? 지네 배달원 죽이고 튄.. 이거 다 합하면 완전 3년 전 그 놈들이잖아 (은석 보면 은석, 답 없고, 서장, 분위기 살피고)    

서장 문 형사, 차 형사, 두 사람이 지능이랑 안산이랑 같이 다 연계해서 공동 수사하고, 특히 너는, (은석 보면) 몸 조심하고. 네가 걔들 아는 것 만큼, 걔들도 널 알잖아 (석호 은석 보고)


CUT TO 문 열리고 조 팀장, 다들 놀라고


서장 뭐야? 넌 왜 와?

와야지요, 일 터졌다며

종태 터지긴 니가 제일 많이 터졌지 (서장 찌릿, 종태 깨갱) 그러니까 그 꼴로 뭐하러 오냐구요? 괜히 걸리적 거리게.

(무시) 그때 그 놈들 확실해요?

서장 누가 이렇게 입이 싸?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걸

종태 제가 아까... 뭐 확인할 거 있어서 잠깐 통화 했어요

서장 나와라, 나와라, 굿을 했구만 (종태 찍) 다들 팀 잘 짜고, 이번에는 정신 차려. 그 꼴, 두 번은 못 봐 (일어나고, 일동 예. 서장, 은석 한번 더 보고, 은석 꾸뻑. 다들 심각. 말 아끼고

석호 지능팀에서 현재 수사중인 보이스피싱 조직들 있죠? 안산, 인천 일대하고, 저희 쪽.. 저희 피해자의 대부분은 동남아, 네팔, 터키, 인도, 파키스탄입니다. 그쪽을 타겟으로 하는 움직임이 있었는지, 알아봐주십시오 (정보 끄덕). 문 형사님은, 외국인 노동자들 상대로 불법 대출이나 사채 관련 사건, 신고 있었는지 알아봐주시구요 (종태 예). 그리고, 차 형사님, 외노자, 불체자 관련 자살이나 실종 수사, 확대하겠습니다. 우리 관할 외에, 지방 포함해서, 소규모 공장들 밀집한 지역 먼저 협조 공문 부탁드립니다. 주로 불법 체류가 많은 쪽으로요. 저는 출입국 관리소와 임시 보호 시설 통해서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예.. 서류 챙기고).  

야, 이게... 인천에 숨은 놈... 단순히 배달 하나 죽인게 아니라 진짜로 그때 그 놈들이면, 많이 복잡한데..  

종태 (나감) 갈비뼈나 똑바로 붙고 나서 해요, 괜히 덧나요 (은석 꾸뻑하고 나가는데)

은석아

은석 (돌아봄) 예

괜찮냐? (석호 두사람 돌아보면)

은석 예 (끄덕)

조심해 (은석 다시 꾸뻑 나가고, 뒷모습 보는 석호에게) 저 자식, 그때 죽다 살아났어. 아유, 그 생각만 하면.. 이 팀장도 애들 조심시켜. 특히 니네 초짜들. 괜히 설치다 다 죽는다 (목발 짚고 일어서면 석호 문 열어주고 꾸뻑).  


23 가평 외곽 도로를 지나는 시환의 차


시환 집을 나와서, 시내에서 하루이틀 머물다가, 병원이나 본당 쪽으로 향한 걸로 보입니다. 아마 도움을 청하거나, 제일 편한 곳을 골랐을거에요.

지율 사람이 걸어갈 곳이 아닌데, 이런 도로를 혼자 갔겠죠.

시환 사고 시간이 자정 지나서니까, 한 밤중에 혼자 걸었어요. 운전자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을거에요.  

지율 운전자는 현장에 남아 있었구요?

시환 예, 본인이 직접 신고하고, 경찰이 도착했을 때 협조도 잘 했답니다.  

지율 음주는요?

시환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저기..


CUT TO 시환 가르키는 쪽, 사고 현장


디졸브/ 차량 서서히 정차하고, 지율 시환 내리고 둘러보면

완만한 경사가 진 갓길 옆으로 잡초밭, 차 바퀴에 눌린 자국, 여기저기 소화기 분말, 검게 탄 흔적

지율 내려가려 하고, 시환 막아서고


시환 선배는 여기서 보세요. 제가 내려갈께요 (지율 옆으로 가려는데) 한명은 멀리서, 한눈에 보는 것도 괜찮아요. 다 보이니까. 제가 밑에서 못 보는 거, 여기서 봐주세요 (지율을 차 옆에 세우고 카메라 들고 아래로).

지율 (좌우 둘러보는데 멀지않은 곳에 모텔, 반대쪽에 병원, 본당 방향 표지판, 차도 따라 걸음 옮기는데 도로 한쪽에 자국만 남은 혈흔, CCTV 보이지 않고)


/INS/ 지율 상상


힘든 걸음 옯기는 미키, 병원 쪽을 향하고, 뒤에서 갑자기 불빛, 차에 부딪히고 튕겨나가 쓰러지고, 차는 길 아래로 주루룩, 화재, 소화기 진화)

길가로 몇발자국 옮겨보는 지율, 외진 길이라 지나는 차량 적고, 건너편으로 이동 더 멀리서 현장을 보는데, 뭔가 이상함 감지, 시환에게 되돌아가고

지율 그날 이 사고 보고서, 우리도 받을 수 있는거죠?   

시환 (사진 찍다가 돌아보고) 그렇겠죠? 오 경사님께 연락 드려볼까요?   

지율 제가 할께요, 사진 마저 찍어요 (전화)...  오 경사님? 저 서울 강지율입니다. 지금 미키씨 교통 사고 현장에 와있는데...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아뇨, 뭐 몇가지 여쭈어 볼게 있어서요.. 예, 있다 뵐께요 (끊고)   

시환 뭐래요?

지율 이쪽으로 오신다구요. 한 15분 걸린대요... 거기는 뭐 좀 있어요?

시환 (잔뜩 구부리고 사진) 있기는 있는데, 중요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선배, 여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소화기를 엄청 뿌는데, 화재 피해는 거의 없어요. 차 바퀴 자국이 여기에서 멈췄고, 이쪽에서 견인차가 와서 끌고 갔을거구요.. 그 전에 화재가 나서 소화기를 뿌렸을 건데.. 아무리봐도 그을음에 비해서 너무 많이 뿌렸는데요? 차주가 소화기를 두세개 이상 가지고 다닐 확률이 몇프로나 될까요?

지율 (혼잣말) 0 프로... (천천히 둘러보고) 차 세웠던 곳이요, 지금 시환씨 서있는 거기, 땅바닥 사진 좀 찍어주세요. 차가 세워져 있던 자리가요, 타이어 자국 보여요?

시환 (남은 바퀴자국 보며 옆으로 비켜나고) 자국이... 차가 미끄러져 내려왔다가 끌려 올라간 자국은 있는데, 서있던 자리가 전부 소화기 분말로 덮혔어요... 이건...

(지율 동시에 혼잣말) 차를 먼저 견인하고 나서 (마주보면) 그 위에 뿌린거에요...


24 놀이터, 유치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 할아버지와 놀이터에

강아지 뚱이, 꼬리치며 뛰어와 아이들과 놀고,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아이들, 웃음기 없는 할아버지 얼굴, 강아지를 툭 밀치며 아이를 데려가고, 강아지와 놀겠다고 버티는 아이, 어쩔수 없이 놔두지만 시간만 보고


CUT TO 멀리서 지켜보는 민규, 아가띠를 매고 아이 재우듯 왔다갔다 할아버지를 살피고


장모 근무시간에 정말 이러고 있어도 돼? 오늘은 무슨 날이야?

민규 잠깐 쉬는 거에요, 어머니 피곤하실까봐.

장모 피곤하기는 뭘, 콩지만한 거 하나 보는데. 그렇게 이뻐?

민규 (애기 보며) 그럼요. 지금까지 본 애기 중에 제일 이뻐요.

장모 아이구, 벌써 딸바보야, 아직 클려면 멀었는데. 이제 곧 방긋방긋 웃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진짜 이쁘지.

민규 빨리 목소리 듣고 싶어요, 말 하는거.. (아가에게) 아빠? 아빠?

장모 그때되면 휴직하고 들어 앉아. 종일 애기하고만 놀아봐.

민규 그럴까요? 육아휴직?

장모 그래, 까짓거. 범인 잡는 형사는 많지만, 우리 공주님 아빠는 세상에 하나 뿐이잖아. 확 놀아버려!

민규 (아이 얼르며) 그래, 놀자.. 아빠랑 놀자~~ (눈은 슬쩍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아이, 손 털고 일어나고. 민규 장모에 아이 넘기고  


민규 어머니, 저 이제 들어가봐야 될 것 같아요. 택시 타고 들어가세요 (지갑 꺼내고).

장모 뭘 타, 유모차 밀고 살살 걸으면 돼. 가다가 저녁거리도 사고.

민규 (돈 쥐어주며) 그냥 사 드세요, 힘든데 뭐 하지 마시구요 (눈으로 할아버지 쫒고. 골목 돌아가는 두 사람)

장모 응, 알았어, 얼른 들어가봐. 고생해. 애기 걱정 말고.

민규 (꾸뻑) 예, 있다 뵈요 (돌아서서 조용히 전화) 선배님, 장정석씨 출발합니다


25 빌라 2층 화장실


진우 (전화 받으며 창 밖 내다보면) 어, 알았어. 아직 아무도 안보여


CUT TO 아랫집 마당 내려다보이고, 적막, 걸어놓은 빨래


진우 애기는? 잘 놀았어?  

민규 /E/ 예, 어머님이 많이 좋아하시는데요

진우 잠복하는데 네 딸 이용한 거 아시면 안 좋아하실걸?

민규 말씀 안 드려야죠. 쫒겨납니다.

진우 와이프 전화번호가 뭐였더라? 비상 연락에 있지?

민규 지울겁니다.

진우 (피식) 그래, 살아야지.. 먼저 복귀해. 사람 나오는지만 보고 철수할께.

민규 만약에 애기 엄마가 정말 안보이면, 어떡하실 겁니까?

진우 몰래 들어가야지. 담을 넘던가.. (화장실 창문 보고) 여기서 저리로 뛰어내리던가.

민규  뛰어내리는 거는 제가 잘 합니다. 밧줄 하나만 주십시오.

진우 오케이. 그건 네가 하고, 담 넘는 건 내가 하자.

민규 들어가서 기다리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진우 수고 (전화 끊고, 창문 너머 멀찌기 보면)


CUT TO 아이와 손잡고 걷는 할아버지, 좀처럼 속도 나지 않고,


마침내 멀찌기 진우 눈에 들어오는 두 사람, 눈 돌려 마당 살피지만 사람 그림자도 없고, 할아버지 열쇠로 대문 열고, 아이 뛰어들어오는데, 그제서야 빼꼼 머리만 슬쩍 보이는 여자, 안도하는 진우, 문 꼭 닫고 들어가는 할아버지, 다시 조용한 마당, 잠시 기다려보지만 사람 나오지 않고


진우 (화장실에서 나오며 주인에게)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 별 말씀을요. 이런게, 엄청 오래 기다리시네요. 애기 엄마 보여요?  

진우 (미소) 그럼, 이만.. 저 여기 들어왔었다는 건 아무한테도..

주인 그럼요, 수사중인데. 난 저 집 하고 친하지도 않아요. 걱정 마세요.


(진우 인사하고 나오고, 주인 같이 인사)


CUT TO 계단 내려오는 진우  옆집 살피고, 조용. 전화 지이잉


진우 예, 형님. 오셨어요?

정환 밥 먹자. 24시.

진우 못 잡았어요?

정환 안 나타나. 눈치 챘나봐. 와서 얘기해


(진우 전화 끊고 한숨, 옆집 대문 한번 더 살피고 탑승, 골목 내려가고)


26 24시 식당, 바쁜 주방, 쟁반에 음식 한 가득 홀로 서빙가고, 테이블에 길게 모여 앉은 경찰들, 지친 정환, 박 형사. 둘 앞으로 먼저 식사 차려주는 민규, 진우 들어오고  


박형사 앉아, 밥 안 먹었지?

진우 샜습니까? 이렇게 오래동안 안 나타날리가 없는데 (직원에 공기밥 손짓)

정환 샜든지, 아지트를 옮겼든지. (아쉬움) 아, 바로 거기라는 냄새가 나는데..

진우 (식사 받고) 다시 오겠죠. 아직 거기는 우리가 모를거라고 생각할거에요

박형사 그러길 바래야지. 일단 시신 발견한 것 까지는 지들도 알테니까, 잠깐 몸 사리는 중일거야.

민규 조직이 클거라고 하시던데, 그러면 대충 얼마나..

정환 대충이라는 게 있나. 그냥 좀비처럼 계속 나와. 잡아도 잡아도.. 이놈이 대장인가보다, 어이구, 저놈이었네..?   

진우 (웃음) 알고보면 다 아니야. 끝도 안 나.

정환 (피식) 미치는거지. 아, 그때도 진짜.. 다 잡은 줄 알았었는데. 진우, 생각나냐? 그때 간신히 몇 놈 잡아서 경찰서 들어갔는데, 가서보니까 우리만 왕창 깨진거야. 나 여기 손가락 다 나가고, 진우 쇄골이었나? (진우 먹으며 끄덕끄덕)

민규 (놀라고) 진짜로 그렇게 치고 받고 해요?

정환 진짜지, 인정사정 없어. 그 자식들 안돼면 막 차로 들이받아. 난 솔직히 그때, 차 형사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다, 아휴..

민규 다치셨어요?

정환 말도 마. 부웅 날아가서 맨 땅에 퍽.. 걔니까 살았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끝났어.  

박형사 (찌개 더 주며) 먹어둬. 언제 갑자기 튀어 나가야할지 몰라 (민규 보며) 싸움 좀 해?

진우 얘 이래뵈도 특수부대에요. 일당 백일걸?

민규 아뇨, 그정도는 아니고..

정환 군대하고 우리하고 다른 건, 우리는 몸이 다 해. 치는 것도 몸이고, 막는 것도 몸이고... 박격포 자주포, 이딴 거 안줘.  


CUT TO 사장님 사이다 서비스


사장 아니 왜, 오늘은 형사님들만 있어요? 그 여자 형사님 안 와? 통 안 보여.

진우 지방 갔습니다. 오늘 내일 올거에요

사장 빼짝 마른 사람을 출장까지 보내요? 덩치 큰 사람들은 다 놔두고?

정환 저희도 갔다가 지금 올라오는 거에요. 지율이만 기다리셨나, 섭섭하게.

사장 그 분이, 전에 우리 애.. 친구들이 괴롭히는 것도 도와주고 그랬는데, 제대로 인사를 못해서... 정말 경황이 없었어요, 그때는..

정환 잘 해결 됐어요? 애는 좀 괜찮고?

사장 뭐 하나씩 사과하고, 반성문 쓰고.. 말로만 주의 주고 끝냈어요. 잘 놀다가 지들도 모르게 좀 심해졌다고.. 안그런다니까 두고 봐야죠. 또 지나가다 애들 보이면, 한번씩들 좀 잘 살펴주세요. 내가 요새 교복 입은 애들 우르르 지나가면, 가슴이 철렁해요. 그 여자 형사님 한번 꼭 들르라고 해주고. 우리, 그 분이 잘 못 먹는다 그래서, 메뉴도 새로 개발하고, 바빴어요.

정환  와, 차별하시네.. 우리는 맨날 먹는 거 주고.

사장 아니 밥을, 먹고 토하는 사람하고, 대접으로 퍼먹는 사람하고 어떻게 똑같애? 차별 해야지. 아픈 사람은 좀 더 먹이고.

박형사 아파 보여요? 어떻게 아세요?

사장 여기 오시는 분들이 그러던데요? 어려서 살인 사건을 봐가지고, 그래서 빨간거, 고기, 뭐 이런거 못 먹는다고..

정환 어우, 일급 기밀인데. 다 아시네.

사장 그게 뭐 숨길 일인가. 그 어린 애가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거야? 나도 몰랐을때는, 깨작깨작, 아주 밥풀을 세면서 먹는데 밉더라고. 지금은 미안하지, 그런 속사정도 모르고.  

진우 사장님이 잘 봐주세요. 걔도 많이 노력하는 거에요.

사장 그래야죠. 아유, 안됐어. 젊은 아가씨가... (주방 들어가고, 진우 옅은 미소, 식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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