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nCall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소운 Jul 23. 2023

9.2 악어떼

악어 옆에 악어

16 경찰서 계단

착잡한 얼굴로 걸어올라가는 진우 인사 하는 둥 마는 둥, 엘리베이터 옆을 지나는데 닫히려던 문 다시 열리고


조 팀장 (엘리베이터 안에서) 진우야! 강진우!

진우 (꾸뻑) 어디가십...

빨리 타! 올라가자! (진우 일단 타고)


CUT TO

문 닫히고 진우, 조 팀장 휠체어 옆으로 조심스럽게 붙어서고


조팀장 (눈치) 좀 어때?

진우 엉망입니다. 일단 기본 검사한 거, 결과 기다리는 중입니다.

조 팀장 애기 엄마 말고, 너. 좀 나아졌냐고?

진우 제가 뭐,, 나아질게..

조 팀장 미안하다. 너 거기서 밤새 지킨다는 거, 내가 찜질방 보내서..

진우 아닙니다. 제가 일 보고 다시 갔어야 했는데, 깜빡 잠이 들어서..

조 팀장 잘 땐 자야지. 경찰도 사람인데.. 너 좀전에.. (눈치) 정아, 전화 받았냐?

진우 아니요, 아직... 전화 했습니까?

조 팀장 (한숨) 가서 얘기하자. 서장님도 들으셔야 하니까.

진우 (눈치) ..안 좋은 얘기죠?

조 팀장 우리 일이 다 안 좋은 얘기지, 경찰서와서 좋은 얘기 하는 놈 있냐? 맨날 죽은 거 아니면 죽을 뻔 한거.. 둘 중 하나인데..


(앨리베이터 띵... 조 팀장 휠체어 밀고 진우 같이 내리고)





씬 17 서장실 / 똑똑


서장 들어와

, 진우(들어오며 꾸뻑, 자리에 앉고, 서장 같이 앉고) 뭔데 둘이 같이 들어와, 무섭게? (진우, 저는 모릅니다 손짓, 조 팀장 보면)

조 팀장그, 다문화 가정 며느리 일 인데요, 여청 이정아가 연락을 했는데.. (진우 힐끔보고) 부상 정도가 심해서 급하게 수술을 했으면 한답니다. (진우 ?!)   

서장 맞은 것 때문에?

조 팀장 폭행은 이미 오랜 시간 계속 되었을거라고 하구요 (진우 열 팍), 이... 최근의 임신이요, 유산인지 사산인지, 아니면 낳은 다음에 죽은건지, 죽‘인’건지.. 확실하지 않은데, 어떤 경우든지 아이가 뱃속에 있을 동안에도 산모에게 심한 폭행이 가해진 것 같답니다. 자궁을 포함한 복부 전체가 많이 팽창된 상태에서 물리적 충격이 가해지면서, 피부 뿐 아니라 자궁에까지 손상이 심합니다.     

서장 상습 폭행, 성폭행, 지가 다 해놓고서는.. 지 애를 가졌다고, 더 때려서 아이를 죽인거네. 나쁜 놈.  

조 팀장 문제는, 아이가 엄마 몸 밖으로 나온 후에도, 산모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최근까지도 거의 고문 수준의 폭행을 당해 온 것 같답니다. 안팎으로 꽤 넓게 괴사가 시작되어서, 적출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서장 자궁까지 괴사했다고?

조 팀장 예. 현재도 곳곳에 출혈있고, 오래된 혈전에 염증까지, 나팔관까지 들어차서 막힌지 오래구요, 소장도 일부 잘라내야 할 것 같답니다. 아마 심하게 밟거나 하면서..   

진우 이런 *#&^@%$(0 ..

조 팀장 더 큰 문제는.. 환자의 남편이 사망한 상태라서요, 법적인 보호자가 시아버지 입니다. 자궁 적출은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진우 보호자라니요? 그 놈이 가해자인데요?

서장 아, 이게 또.. 부인과 수술이라 그렇지? 이후의 출산 문제 때문에..

진우 들은 적 있는데, 법적으로 꼭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이미 바뀐걸로 알고 있는데?

조 팀장 법이야 바른 길로 권장만 하는 거지, 병원 입장에서는 나중에 고소 당하면 복잡해지니까.

진우 그렇다고 자기를 밟아 죽일려던 놈한테 수술 동의서를 받아오라구요?  

서장 복잡해졌네. 아무리 상황이 그지같애도, 자궁 적출은 시댁 쪽 동의가 있어야 하는 거라서..  

진우 절대 안돼요, 그 자식은! 그걸 빌미로 협상하려고 들거에요. 이거 괜히 끄집어냈다가, 지 처벌 수위 낮출려고 시간 끌거라구요. 동의고 뭐고 오기로 끝까지 버틴다니까요? (발끈) 아니 그리고,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니고, 당사자가 수술한다면 하는거지, 시댁 동의가 왜 필요해요? 그딴 자식이 무슨 보호자라고?

서장 법적 보호자, 후견인.. 이딴게 발목 잡을 때가 있잖아. 일 다 해놓고..

조 팀장 어쩌죠? 수술이 급하기는 한데, 당장 생명이 왔다갔다 할만큼 위중한 건 아니어서.. 차라리 완전히 긴급 상황이면, 의사 판단 아래, 동의 없이도 진행하지만..

진우 하아.. 아직 그 자식은 모르죠?

조 팀장 아직 안했어. 정아 전화받고 나도 지금 바로 올라온거야... 아, 참.. 그리고, 너.. (진우 ? 보면) 여기까지 했으면 됐고, 그만 빠져. 저쪽 돈 장난하는 애들 살인사건, 거기 합류해. 흔적도 못 찾고 있다. 민규까지 러시아 여대생 사건 하느라 힘들다.  

진우 하지만, 이건... 제가, 제보받은 사건이에요.

조 팀장 알아, 네가 시작했어. 개 발바닥 때문에 여기까지 온거잖아. 네 덕에 범인 다 잡았고, 나머지는 여청이랑 외사가 알아서 할 거야. 너는 큰 사건 해야지.

진우 팀장님, 이거 강력이에요. 지속적 폭행, 감금, 협박, 성폭행, 영아 살인에 사체유기.. 아직 시신도 찾아야하고 ..

조 팀장 다른 애들이 찾을께. 다 찾고, 다 증명할테니까, 너는 여기까지야.  

서장 그래, 진우야. 수고했고, 잘 했어. 네가 다 했다. 끝내고 싶은 거 알지만, 피해자 안전하고, 조 팀장 말대로 범인 잡아놨고. 그럼 너는 다른 사건 맡아야지 (진우 한마디 하려는데) 그만! 거기까지. 가봐.  


(진우 꾹 참고 일어서다 다시 앉고)


진우 협상 없어요. 절대 봐주시면 안돼요?

조 팀장 안 봐줘, 뭐가 이쁘다고 봐주냐? 나도 아주 치가 떨려. 그래도 믿자. 이 팀장이 알아서 잘 할거야.  

진우  이 팀장이요? 이석호 팀장...? 서장님, 그 형님이 아직 이런 사건을 안 해봐서요.. 이석호 팀장이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요... 너무.. 단순..진! 순진! 순진무구..해서.. 무조건 피해자부터 챙길거에요, 수술 시키려고 홀라당 그 놈 꾀에 넘어간다구요. 석호 형은, 범죄자하고 밀당이 안되요, 못해요, 그 인간이..! 수사를 책으로 한다니까요?   

서장  수사를 책으로 하든, 볼펜으로 하든, 범인만 잡어 넣으면 돼. 강진우 오늘부터 이 사건에서 빠진다. 가. 더 큰 사건 가서 놀아. 시간 낭비, 인력 낭비, 네 능력 낭비하지 말고.


CUT TO

진우 불만 가득하지만 일어서 나가고. 문 쿵


조 팀장 괜찮을까요? 진우 말이 일리는 있어요. 나도 이석호 걔, 별로.. (눈치)

서장 언제까지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닐거야? 세상도 좀 보여주고, 배워갈 기회를 줘야지. 난, 걱정 하나도 안돼. 밥상은 다 차려놨고, 이석호는 마무리만 하면 되잖아. 이미 찾은 증거들이 수두룩한데, 걔가 망쳐봤자 뭘 얼마나 망치겠어? 땅 짚고 헤엄치긴데. 안그래?    


18 D 산 속, 서성이는 지율, 여전히 전화 연결되지 않고


시환 선배님! 잠깐 여기 좀 봐주세요!

지율 (불편한 옆구리, 티 안나게 손으로 꾹 누르며 걷고) 뭐 있어요?

시환 (지퍼백 들고) 머리카락이요, 보세요 (지율, 들여다보면, 소화기 분말이 묻은 기다란 머리카락) 이게 그릴 구멍 안쪽에 붙어있었어요.

지율 (한걸음 떨어져 그릴 보면) 위치가 너무 낮은데..?

시환 그렇죠? 증언대로 걸어가는 사람을 실수로, 뒤에서 들이받았다면, 이 안에서 피해자의 머리카락이 나올 수가 없어요. 피해자는 최소한 앉아있거나, 엎드려 있었어요. 그것도 머리와 차 사이가 아주 가까이.

지율 머리에 차량에 부딪친 정도의 큰 부상은 없었어요. 그냥 타박상, 아마 찰과상 정도.. 그러면..


/INS/ 생각

바닥에 쓰러져 괴로워하는 미키, 다가오는 차를 향해 손을 내젓지만 해드라이트 불빛 커지며 서서히 다가와 쿵, 차량 앞부분에 머리를 들이받고 튕겨나가는 순간 그릴에 끼어 머리카락 몇 가닥 빠지고


지율 그런데, 이게 여기에 붙어있었다구요? 모근까지 그대로?

시환 피해자 모발인지 감식 맡기겠습니다. 맞다면, 차량과 피해자 사이에 여러차례의 접촉이 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요.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죠. 교통 사고로 위장한 살인 사건.

지율 뭔가 좀.. ?  

시환 (눈치) 아마 어제, 너무 어두워서 제가 못 봤나봐요. 오 경사님 말씀이 맞았어요. 잠깐이라도 좀 밝게 하고 제대로 봤으면 일찍 찾았을건데, 혈흔에만 몰두하느라고.. 빨리 국과수 넘기고, 급행으로 부탁해야겠어요.

(오경사 올라오고) 연락 됐습니까? 언제 온대요?  

오경사 여기가 워낙에 산 속이라서요, 저 아래에서 만나서 같이 올라와야 할 것 같습니다. 네비에도 잘 안 나오거든요. 내려가는 길에, 두 분 먼저 파출소로 모셔다 드릴께요. 오늘 서울 가십니까?

시환 가야죠. 안그래도, 전화도 안터지고.. 위에서 걱정 하실 것 같아요 (장비 챙기고, 정리)


(지율, 마지막으로 차 한번 눈길주고 내려가고, 시환 오경사 따라가고)


19 오경사 차

덜컹덜컹 산길 내려가고, 뒷자리 지율 배 움켜쥐고 간신히 참고


오경사 많이 찾으신 것 같은데, 이제 뭘 하면 되죠?

시환 재수사 해야죠. 외압이 있었던 게 확실하니까, 정확히 누구 부탁이었는지 알아내고.. 황순경이라는 친구, 아직도 연락 없습니까?

오경사 죄송합니다, 아직... 제가 잠수 타라고 했더니, 정말로 전화도 꺼져있고..

시환 파출소 도착하는대로, 그 친구 정보 좀 주세요. 주소랑.. 기본적인 거.

오경사 찾아가시게요?

시환 정 안되면요. 자주 간다는 피씨방도.. 아, 그리고 처음에 차 견인했던 사람이요, 연락처 있죠?   

오경사 있지요. 현장에서 다 받아놨습니다. 그런데, 재수사는 어디에서 맡습니까? 청평 경찰서에 다시 연락하실건 아니죠?

시환 거기 안돼죠. 못 믿어요. 윗선 어디, 누구까지 관련되어 있을지 몰라서.. 그건 아마 저희 팀장님하고 의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 오 경사님은, 차량 인수인계 잘 해주시구요, 입원 중인 대리기사, 신병 확보 해 주세요. 도망 못 가게.  

오경사 알겠습니다. 또 뭐 다른 거 시키실 일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 주십시오. 저는, 어제부터 완전히 류 형사님 팬입니다 (시환 예?) 아니 차량만 딱 보고 어떻게, 그날 같이 있던 사람처럼 그렇게 잘 아십니까? 깜짝 놀랐습니다.  

시환 에이, 뭘요. 다들 그정도 하세요.

오경사 두 분 여기 안 오셨으면, 저희는 완정히 이용만 당하고, 또 그 일본 아가씨는 억울하게 죽고.. 그러고도 아무도 진실을 몰랐을거잖아요.

시환 오경사님이 도와주셔서 일이 많이 수월했습니다. 차도 안전하게 잘 숨겨주셨구요.

오경사 아유, 별 말씀을요.. 사실은 그것도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요, 증거물인데 맘대로 사유지로 가져오고.. 근데 어떤 놈을 믿어야할지, 저 혼자 너무 막막해서요. 지석이가 용케 그건 잘 빼돌려서.. 저기, 저는 징계 주시면 받겠습니다만, 지석이는.. 걔는 윗분들이 시켜서 얼떨결에 그런거라고 하면, 좀 선처가 안될까요? 착한 애인데..   

시환 징계 위원회에서 알아서 결정하시겠죠. 연락 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좀 문서로 작성하라고 하세요. 본인한테도 도움이 될거에요.  

오경사 저희가 이런 일이 처음이라.. (거울보고) 그런데, 강 형사님은 안색이 좀 안 좋으십니다. 괜찮으세요? 금방 포장도로 나옵니다. 속이 안 좋으신가..?

시환 (깜짝) 선배님, 약 드셨어요?

지율 예, 먹었어요. 괜찮아요.

오경사 어디 아프셨습니까?

시환 입원했다가.. 치료 중인데 쉬시지도 못하고 바로 여기 오시느라구요.

오경사 아이고, 고생이시네요... 대신에 여러 사람 살리신겁니다. 딱 맞춰서 결정적일 때 나타나셨어요. 무슨 하늘이 보내신 분들처럼.

시환 딱 맞추긴요, 미키씨한테는 많이 늦었죠.. 며칠 일찍 왔었어야 했는데.

오경사 미키씨는.. 운이 나빴죠. 누구나 살다보면, 어디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잖아요. 미키씨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죽었을 수도 있고.. 그렇게 이 세상 떴다가 다음 세상에 또 돌아오고.. 그런거겠죠.

시환 환생을 믿으세요?

오경사 믿고 안 믿고가 아니고, 미안해서 그래요. 죽은 사람한테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말이나마 다음 세상에는 더 좋은 곳에 태어나라.. 그렇게 빌어주는 거에요. 저를 위한 위로고, 변명이에요. 그때 그 사람을 살려주지 못한 죄, 그 사람을 죽게 한 죄를, 용서 받고 싶어서.

시환 사망 사건, 많이 보셨어요?

오경사 사건도 많고, 지역적인 특성 상, 사고가 많죠. 주로 술 먹고 놀다가... 그럴때마다 어이구, 이 사람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길바닥에서 죽나 싶어요.  

시환 그건 경찰 마인드가 아닌데요.

오경사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멀리 시내 보며) 이제 좀 사람 사는데 같죠? 안개 싹 겉히면 예뻐요.


(지율, 시환 전화기 갑자기 연결되고, 엄청난 문자, 전화에 시환 당황)  


시환 (서둘러 전화, 누군가의 목소리)... 저희 아직 가평입니다. 죄송합니다. 전화가 안 터지는 곳이 있어서.. 지금 막 시내로 들어왔습니다

석호 (사무실) 강 형사는요? 괜찮아요?

시환 예. 최대한 많이 안 움직이시게 고 있는데.. 지금, 어제 저희 차 세워둔 곳으로 가고 있습니다. 몇가지만 더 알아보고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석호 조사할게 남았어요?

시환 단순 교통 사고가 아닙니다. 사고로 위장한 살인 사건 같습니다.

석호 면식범인가요? 거기서 같이 지냈다는 남자?

시환 아니요. 사고 차량 운전자가 입원해 있는데, 재수사 시작하면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생각입니다.

석호 류 형사. 거기는, 우리 관할도 아니고, 더군다나 살인 사건이면, 한시라도 빨리, 현지 경찰에 넘겨야합니다.  

시환 그게... 팀장님, 사실은 이 사건에, 현지 경찰이 개입된 것 같습니다.


(오경사 침 꿀꺽, 지율 바라보고)


석호 무슨 뜻이죠?

시환 자세한 것은, 올라가서 바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말씀 드렸던 최초 목격자를 아직 만나지 못해서요. 그 사람하고 이야기를 해 봐야 조금 더 확실해 질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팀장님 혹시, 여기 파출소 말고요, 청평 경찰서도 말고, 이 사건을 맡아 줄 수 있는 사람 없을까요?  

석호 파출소 빼고, 경찰서도 빼고요..? 그럼 경기청인데... 사안이 그정도로 중요합니까?

시환 배후가 누구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고위층의 외압이 있었던건 확실합니다.

석호 알았어요. 찾아보고 다시 연락 할께요. 지율이... 강 형사, 통화 가능해요?

시환 예 (전화 넘겨주면)

지율

석호 몸은? 억지로 참고 있는거 아냐?

지율 아닙니다 (시환 거울로 보고).

석호 누워서 올라와. 배에 힘주지 말고. 고생했다.

지율 예 (끊고, 시환 전화 돌려주고)


CUT TO 파출소로 들어서는 차, 시환 차 옆에 주차하고 세 사람 내리고. 지율 전화 울리고, 지율 전화 받는데  


종태 (버럭) 야 이 자식들아!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어?

지율 (들어가라 손짓, 시환, 오경사 들어가고) 산 속에 있었습니다. 이제 내려왔구요.

종태 걱정하잖아! 어디 들어가서 이매일이라도 하던가!

지율 그럴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무슨 일 있습니까?

종태 니들이 일이다! 니들만 아니면 아무 일 없어.

지율 (미소) 저희도 아무 일 없습니다. 남은 거 처리하고, 오후까지는 들어가겠습니다.

종태 밥은? 또 과자 쪼가리만 사먹지 말고.

지율 밥.. 먹었습니다. 진짜 하얀 쌀밥, 아침에.

종태 자랑이다, 당연한 걸. 수술한데는?

지율 괜찮습니다.

종태 뻐근하거나 콕콕 쑤시거나?

지율 없습니다.

종태 열 나고 뜨뜻해지면 염증 생기는 거다. 빵꾸 난 데가 부어오르거나 진물 나오는지, 수시로 체크하고. 너처럼 말 안 듣는 놈일수록 고약해지는거야. 연고 있어?

지율 예. 먹는 약, 바르는 약, 다 충분히 있습니다.

종태 똑바로 걸어서 들어와, 류시환이 고생시키지 말고.

지율 에이, 업혀갈려 그랬는데..

종태 뭐 이자식아?

지율 똑바로 두 발로 걸어들어가면, 사이다 하나 사주실래요? 며칠 못 먹었더니 입이 바짝 말라서.. (종태 전화 뚝 끊고, 지율 피식)


CUT TO

시환 수첩 들고 종종 뛰어나오고


시환 황 순경 집 주소하고, 견인차 사업장 주소에요. 둘 다 전화는 안 받는데, 일단 가면서 다시 걸어볼까요?

지율 그래요, 내가 운전할께요

시환 아닙니다 (폰 들고) 길 벌써 봐뒀어요. 제가 할께요.


CUT TO 두 사람 차량 멀어지고. 창문에 서서 지켜보는 오 경사, 천천히 시간 확인하고. 어디론가 나갈 준비.


20 경찰서

시비 붙은 사람들, 왔다갔다 정신없는 경찰들, 끊임없는 전화 소리, 복잡한 로비, 주차장에서 급히 내린 정아, 사람들을 헤집고 계단으로 뛰어 올라가고


21 사무실

문 벌컥 열리고 놀란 은석 손으로 쉿, 정아 뛰어 들어오다 멈추면, 소파에서 자고 있는 아이, 정아 숨 고르며 옆에 앉고. 인형 안고 깊히 잠.


은석 잘 놀고, 조금 전에 잠들었어 (정아 인형 만지면) 류 형사 꺼야. 돌려줘야돼.

정아  이모님 오셨는데 왜 그냥 돌려보내?

은석 내려갔었는데, 감기가 들어서 많이 아프시더래. 절대 못 맡긴다고 택시비 드려서 돌려보내고, 애만 다시 데리고 오셨어.

정아 누가? 누구 맘대로? 애 엄마는 난데, 왜 지들 맘대로해?

은석 종태 형님이. 왜? 네 아들 감기 옮을까봐. 그게 그렇게 화 낼 일이니?

정아 그럼 나한테 전화라도 하던지. 그러면 다른 이모님 찾아봤을거잖아.

은석 일부러 안 하셨어. 일하는데 신경쓴다고.

정아 여기는? 문 형사님은 일 안해? 애 뛰어다니면 신경 안 쓰여? 남들이 뭐라고 하겠어?

은석 신경 안 쓰여. 돌아가면서 일하고, 애 보고.. 아무 문제 없었어. 그리고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 없었고.

정아 제 정신이야? 오빠가 말렸어야지!

은석 ... 싸울때는 오빠냐? 차 형사님 아니고?

정아 ... (외면, 아이 쪽 보고)

은석 경찰집 애들은 원래 경찰서에서 크는 거래. 눈치 보지 마. 새벽 출동인데 그럴 수도 있지.

정아 (혼잣말) 하필 왜 여기서..

은석 여기 뭐? 형님 때문에? 아니면, 나 때문에? 나는, 후배네 애도 잠깐 못 봐주냐? (정아 말없고) 밥은? (답 없고) 애는 짜장라면 먹었어.  

정아 그러니까! (짜증) 그냥 이모님한테 맡겼으면 밥은 먹이셨을거 아냐!

은석 밥 먹일려고 데리고 나갔는데, 짜장라면 먹고 싶다 그랬대. 특별히 부탁해서 먹인거야, 메뉴에도 없는거. 팀장님이 알아서 잘 했겠지. 못 먹는거 먹였겠어?  

정아 (당황) 팀장님? 설마 이석호 팀장님?

은석 애 깬다, 조용히 해.

정아 (한숨) 이런 게 날 도와주는게 아니잖아. 다들 얼마나 욕했겠어? 직장에 애만 던져놓고, 상사들이 돌아가면서 봐주고..  

은석 자기들도 애 키우면 이해하겠지.

정아 상황이 다르잖아. 난 미혼모에다가 오빠랑.. (꾹)

은석 ... 나랑 뭐? 헤어진거? 그게 왜? 네 잘못 아니야. 내가 잘못한거야. 너 미혼모 된것도, 헤어진 것도,

정아 됐어, 그만해.

은석 그렇게 눈치 볼거면, 차라리 돌아오던가.

정아 뭐?

은석 왜? 미혼모 그만하고, 유부녀 해하면 되잖아. 내가 얘 아빠 할게.  

정아 미쳤어.

은석 안 미쳤어. 다 나았어. 그때 미쳤었어. 네가 간다 그랬을 때 안 잡은거, 다른 남자 애 가졌다 그랬을때, 그래, 그럼 잘 살아라, 너무 빨리 놔준거... 그게 아마, 미쳐서 그랬던거야. 오늘 보니까, 셋이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아 작정했지. 나 사람들한테 맞아 죽는 거 보고 싶어?

은석 일 때문에 많이 본다. 너까지 보여줄 필요없어.


(정아 기가 막히고, 문 열리고 석호 들어오고, 일어서서 꾸뻑)  


석호 (자는 아이 보고 손짓, 조용, 괜찮다, 앉아라) 고생 많았어요 새벽부터. 이제 들어왔어요?

정아 죄송합니다. 애가 여기 있는 줄 몰랐어요. 여지껏 이모님이 데려가신 줄 알았다가.. 불편하셨죠?

석호 아뇨, 전혀. 엄마 하나도 안 찾고 잘 놀던데요? 애기 잘 키우나봐요. 착하고, 잘 웃고, 말도 아주 잘 들었어요.    

정아 죄송합니다, 팀장님 (꾸뻑) 지금 데리고 올라가겠습니다 (아이 안으려).

석호 (제지) 왜요? 어딜가요? 자게 놔둬요.

정아  일 하시는데 여기 이렇게 두기가..

석호 지금 나가는 길이에요 (서류 뭉치 찾아들고) 차 형사님, 얘, 여기서 자는 거 방해되세요?

은석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석호 봐요. 놔둬요. 자다 깨면 애가 힘들어요. 보고서 써야돼죠? 내 책상 써요. 우리 일 때문에 종일 고생했는데, 잠깐 쉬고.. 저는 일이 있어서 .. (정아 꾸뻑, 석호 나가고)  


22 사무실 복도

석호 조용히 문 닫고 돌아서는데, 진우 마주치고


진우 형, 잘됐다. 들어가서 잠깐 얘기 좀 해 (밀고 들어가려)

석호 (막으며) 잠깐, 잠깐.. 여기 말고, 다른 데 가자. 

진우 괜찮아, 일 얘기야. 잠깐이면 돼 (다시 들어가려)

석호 (막고) 휴게실! 직원 휴게실 가자. 커피 마시고 싶다 (앞서서 성큼).

진우 (혼잣말) 갑자기 왠 휴게실? 한번도 안 가봤을건데? (따라가고)


23 휴게실

커피 두 잔 타오는 석호, 쳐다보는 진우  


진우  믹스를 마셔? 언제부터?

석호 가끔... 자주... 왜? 무슨 얘기인데?

진우 (이상하지만 본론) 그 새끼 동의서.. 수술 동의서 말이야, 병원에서 요구하는. 그거 찾아봤는데, 법적으로 문제 될 거 없어. 그냥 본인 동의만 받고 수술하는 걸로 다시 이야기 해보는 건 어때? 특수한 경우잖아. 범죄 피해자인데, 예외라는게 있지않나?

석호 예외가 있어도, 네가 결정하지 않아 (진우 허무).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자궁 적출은 민감해. 앞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다, 그 얘기니까.

진우 그러니까 그 민감하고 중요한 걸, 왜 시댁 사람의 동의를 받아야되냐고? 다들 왜 백년 전 이야기를 해? 성인이고, 애 엄마고, 정신 멀쩡하고. 그러면 자기 결정권이 더 중요해야지. 그리고, 단순히 지금 출산이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목숨이 달려있잖아. 행복할 권리가 아니라, 기본 생존권이 위협 받고 있다고.

석호 민법이 아니라 병원 규정이 그렇다잖아. 사회 통념이기도 하고.. 우리가 하루 아침에 뒤집을 수는 없어. 할 말이 그게 다야?   

진우 (삐짐) 할 말이 그거였는데, 들을 말도 그거였어. 형은 역시 교과서에 써 있는 것만 보이지. 사람이 좀, 유도리가 없냐? 유, 도리, 네 도리 (석호 어쭈?!). 인간미, 인간성. 약자의 상황도 좀 살피고, 적당히 봐줄 줄도 알고.. 좀..

석호 끝이야? 바쁘다.

진우 서장님은 뭐래?

석호 똑같애. 거기까지야.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진우 아직 그 자식은 모르는거지?

석호 아직은.

진우 형! 우리가 시도 해 볼 수 있는게 딱 하나 있는데, 해볼래? (석호 ? 보면)


24 가평, 시골길

시환, 네비대로 운전 중. 지율 잠시 뒤로 젖히고 누워 쉬고, 덜컹거리고, 배에 얹은 손, 신경쓰이고. 전화


시환 예, 팀장님

석호 어디에요?

시환 최초 목격자 만나려구요. 전화기가 꺼져있어서 주소지로 가고 있습니다.

석호 일단 보류하고, 경기청으로 먼저 가요. 거기 형사 2팀에 구영석 경위라고, 방금 통화하면서 대충 상황은 전달 했는데, 직접 만나서 추가 설명 하세요.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연락처 보낼께요.   

시환 지금이요?

석호 예. 만나서 정보 다 넘기고, 바로 복귀해요. 그쪽 경찰청이 나섰으니까, 더이상 개입 할 수 없습니다.   

시환 ... (조용히 한숨) 알겠습니다. 올라가서 뵙겠습니다.

석호 오는 길에.. (시환 예?) .. 올라오다가 상황봐서, 강 형사 잠깐 병원에 들렀다 오던지 해요. 여긴 괜찮으니까.


(지율 손 뻗어 전화 확 끊어버리고, 놀라는 시환. 지율 의자 등받이 세워 똑바로 앉고. 잠시 침묵..)

 

시환지율 (동시에) 경찰청.. (꾹)

시환 경찰청.. 으로 가야겠죠? 길 좀 봐주세요, 이쪽이 많이 시골이라, 안내판이 별로 없네요..

지율 (길 찾고, 내비 넣고. 심기불편) 만약에... 경찰청 사람도 한패면요? 생각나요? '청장님이 알아서 빼주실거다...' 그게 만약 경기 경찰청 청장이라면..?

시환 ...설마요. 팀장님 친구시라니까, 일단 맡겨는 봐야겠죠. 봐서 흐지부지 가는 것 같으면 그때 다시 얘기하고요. (지율 답 없고) 믿어야죠. 그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인것 같아요..


CUT TO 속력 올리는 시환의 차, 뻥 뚫린 도로를 지나고


씬 25 디졸브/ 경찰청 로비

한쪽 구석 테이블에 앉은 시환, 지율, 표정관리 안되고. 마주앉은 구영석. 너저분한 옷차림에 수염이 가득한 50대 아저씨. 마구잡이로 집어 온 든한 파지 뒷면에 모나미 볼펜으로 마구 갈겨쓰는 글씨. 개판이고. 마른 침 삼키는 시환 보고   


영석 왜요? 우리 형사님도, 이 볼펜 알아요? 이거 요새 구하기 힘든 건데.

시환 박물관에서도 안 쓸걸요. 동굴에서는 좀 쓰려나..

영석 크흐흐.. 난 아직도 박스째 있어. 아는 사람이 문방구하다 망하면서 얼마나 많이 떠넘겼는지.. (볼펜 똥 찍 닦고 헛기침) 그래서, 주요 등장 인물이, 실종자였다가 변사자가 된 일본 여성 미키, 나이롱 환자로 입원중인 운전자 권형진, 최초 목격자이자 쌩초짜 경찰 황지석, 그리고 이쪽저쪽 왔다갔다 박쥐처럼 옮겨다니는 오인철 경사. 그 외에, 뒤를 봐주는 경찰 인맥이 있는 것 같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청평 경찰서라고 했고, '청장님'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대강의 줄거리는 이거죠?   

시환 예.  그리고 조금전에 보내드린 사진들이, 제가 어제 오늘, 사고 차량에서 확보한 증거들인데요, 단순 교통 사고로 위장한 정황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영석 (테이블 위의 시료들) 얘들도 국과수 같이 보내면 되고, 이거가지고 뭐 찾으실려고 했어요?

시환 머리카락은 (카메라 줌 소화액 묻은 한가닥), 이게 피해자의 것인지 대조해야 하구요, 두 번째는 운전석에 마지막으로 있던 사람이 누구인지, 정말 그 기사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요. 소화액을 걷어내고 나면 뭐라도 더 나올겁니다. 그리고, 이거요 (토사물 묻은 면봉) 누군가 조수석에서 뱉은 겁니다. 이게 차주인이 아닌 제 3자라면, 차주인은 그 시간에 어디에 있었는지도 밝혀야합니다.  

영석 차량이 지금 어디 있다고요?

시환 사건을 조작한 사람들이 증거를 인멸할까봐, 오 경사님이 안전한 곳으로 숨겨두었습니다. 지금쯤은 아마 국과수로 가고 있을겁니다.

영석 증거품을 그렇게 마음대로 끌고 다니는 거, 안되는 거 알죠? 여기 이 증거들도, 거기서 나온 건지, 누가 조작한 건지, 신빙성이 떨어져요. 인정 안 될 수 있다고.

시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업하는 거, 전부 영상으로 찍어두었습니다. 그리고, 윗선이 개입한 일이라 그렇게 해서라도 숨겨 놓은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영석 그 사람 편드는 거에요? 류 경위가 책임 질 일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시환 이 사건에서 제일 먼저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오경사님입니다. 저희보다 한 발 먼저 파고 있었고, 그래서 서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같이 벌인 일이니까, 책임을 져야한다면 지겠습니다.

영석 (딴 곳 보는 지율에게) 그쪽은, 할 말 없어요? 두 사람이 백프로 이건 비리다, 외압이다... 확신하는 거에요?

지율 (쳐다보고) ... 아직, 황지석 순경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견인차 운전자도요.

영석 그거야, 이제부터 우리가 만나는 거니까.. (지율 살피며 눈치) 왜..? 뭐... 있죠? 그 두 사람을 만나면, 뭘 확인하려고 했습니까?  

지율 ... 어느 쪽하고 공범인지요... 윗선.. 아니면 오경사. (시환 ?).

영석 윗선이라면, 지금 현재로서는 나쁜 놈, 비리 경찰, 빽 있는 놈, 뭐 그런걸로 보이는데, 오경사는 왜요? 여기도 또 의심가는데가 있나?

지율 ... 그 사람, 이 사건하고 너무 많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시환, 영석 ?) 자기 사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관할서 사건도 아니고.. 작은 동네 파출소의 어정쩡한 선임자일 뿐인데, 아랫사람이 아니라 윗사람의 비리를 숨겨주려고 하지 않나요? 이게 겨우 일 시작한 쫄따구 하나 때문에, 겁 없이 너무 나서고 있습니다 (영석 흥미) 게다가 우리는 자기 팀도 아니고, 사건을 팔수록 자기들한테 해를 끼칠수도 있는 상황인 걸 뻔히 아는데, 과하게.. 제 생각에는 필요 이상으로 지원하고 의지합니다.  

영석 (피식) 형사님은, 나쁜 경찰을 좋아하시나봐? 좀 더 살아봐요. 좋은 경찰도 있어요. 앞뒤 안보고 열심히 일만 하는 사람.

지율 앞뒤를 안 볼거면, 계속 안봐야죠. 모른척, 자기 일만 하고, 그러면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은, 그런 경찰 하잖아요. 어느 한 쪽이 망해도 빠져나갈 구멍은 남기고, 혼자서라도 살아남게. 그런데 오 경사는, 너무 큰.. 인생이라도 건 것 처럼, 엄청난 도박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영석 너무 호의적이고 적극적이라 오히려 의심이 간다.. (끄덕) 뭐, 일리는 있네요. 떨어져도 저쪽에서 주워먹을게 더 많을텐데. 그죠? 뭐.. 다른 거, 제가 더 알아야 할 게 있습니까?  

시환 (서류 건네고) 그날 황순경이 쓴 사건 일지 복사본입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현장이나 피해자 시신이 보여주는 거랑 너무 다릅니다. 왜 이런 엉터리 보고서를 올렸는지, 그리고 사건 이후에 왜 잠수를 탔는지, 반드시 해명해야 합니다. 교통사고로 착각했다 치더라도, 경찰로서의 아주 기본적인 대응조차 안했어요. 절대로, 징계 피할 수 없습니다.   

영석 (웃음) 그래요, 우리 직속이니까, 우리가 불러서 재조사하겠습니다. 두분은 이제 올라가시는거죠? 아, 저기.. (지율보고) 필요하면, 여기 병원에라도 들렀다가 올라가셨으면.. (지율, 시환?) 아, 그쪽 팀장님이요, 전화 주신 분.. 여자 형사님이 지금 몸이 많이 안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불편한 곳 없나, 신경 좀 써달라고. (지율 얼굴에 짜증 확) 헤.. 나도 몇다리 건너서 이름만 아는 분이라, 소문만 좀 들었는데.. 이석호 경감이 그렇게 누구 막 챙기고, 부탁하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라던데... 집안도 빵빵하고. 두분이 많이 친하신가봐? 목소리에서 아주 걱정이 파바박...

지율 (일어나고) 가보겠습니다. 더 필요하신거 있으시면, 연락주세요.  

영석 그러세요, 뭐.. 이만큼 풀어오셨으니까, 황순경하고 오경사 먼저 징계조치하고, 사건은 다른 사람이 다시 하나씩..  

시환 징계요? 이렇게 바로요?

영석 아휴, 알면서 그래요? 비리, 외압, 갑질.. 이런거 엮이면 말이 너무 많잖아요. 뒤가 누군지 바로 불면 영웅 놀이 좀 해주겠지만, 만약에 끝까지 모릅니다, 버티면, 지들만 억울해지는 거야. 괜히 이런걸로 시간 끌다 어디서 뉴스 터뜨리면, 경찰만 욕먹지. 그 전에 싹부터 얼른 잘라야지, 우리 일인데, 알아서 입단속 해야 할 거 아녜요?  

시환 황 순경이 큰 실수를 한 건 사실이지만, 오 경사님은..

영석 그건! (시환 꾹) 저희가, 알아보겠습니다. 피곤하신데, 운전 조심하세요 (시환에 까닥, 지율 보다가 바른 자세로 꾸뻑, 씨익 웃으며 사라지고).  


(지율 불쾌, 다시 자리에 앉고, 시환도 다시 앉으며 불안)


시환 저 사람, 팀장님 지인 맞아요? 아니 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달라니까 어디서 저딴 .. (전화걸고) ... 예, 팀장님. 저희 지금 끝났는데요,

지율 (전화 뺏고) 가는 길에 어디 들릴 곳이 있다거나, 따로 지시 사항이 있으신지, 전화 드렸습니다.  

석호 일단은 들어와. 와서 얘기하자. 우리 쪽 일은 여기서 끝 난거니까, 보고서 올리고 마무리 해야지.  

지율 알겠습니다. 출발합니다 (끊고 시환에게 전화 돌려주고 앞장서고) 가요.  

시환 뭐라고, 한마디 안 하십니까? 저는 저 사람, 영 믿음이 안가는데요?

지율 이석호는 믿음 간 적 있어요? (지율 멀어지며 혼잣말) 그 놈이 그 놈이지..


26 사무실

서류 잔뜩 안고 올라오는 종태, 기분 안좋고, 책상위로 텅,텅.. 요란하게 쌓아놓고

석호, 책상에서 힐끔 볼 뿐 말 없고, 종태, 의자에 대자로 뻗어 한숨 돌리고 천장보며 목 운동.

종태 뭡니까? 뭔데 고민해요?

석호 별거 아닙니다.

종태 아닌게 아닌데? 어떤 놈이야, 또? 류시환이?

석호 (피식) 아닙니다.

종태 그럼 강지율이네. 왜? 팀장님 말 안들어요?

석호 강형사 아닙니다. 제 일입니다.

종태 서장이 뭐 시켰구만. 하기 싫은데, 안할수도 없고.. (석호 당황, 보면) 시키면 하는거에요. 시환이 지율이 봐요, 걔들이 좀 시끄러워서 그렇지, 시키는 건 다 해요 (힐끔) 팀장님도, 해야지, 인제. 시끄러운 성격은 아니니까, 그냥 그렇게 잠깐 혼자 고민하고, 맘 먹어요, 이왕에 하는 거. 싫은 티 안나게.  

석호 (헛웃음) 서장실에서 오십니까?

종태 아니요, (어깨 운동) 조사실에서 왔어요. 이건 무슨... 녹음기처럼 같은 말만 계속 하니까 인젠 누굴 조사하는지도 헷갈려. (스트레칭) 아까 했던 사람 같고, 어제 만난 사람 같고.. 이런 거, 종일 누구 뒤치닥거리 하는 거, 한심해 보이죠? 하다보면 재미도 있어요. 아주 웃겨. 범인 잡는 건 좋은데, 하다보면 어째 사건보다 보고서가 더 많아. 그리고 이게, 내 나이쯤 되잖아요? 친구보다 범죄자를 더 많이 안다니까 (석호 피식, 종태 슬쩍 보고 안심) 서장님 봐요, 그 사람은, 자기가 잡아 넣었던 놈 장례식에도 가요.


경찰이라는 게, 매일이 첫출근이에요. 매일 다른 사람 만나고, 매일 다른 데 나가고, 매일 다른 사건을 봐요. 그래서 다들 일찍 죽는거야, 간땡이가 녹아서. 하루도 편안하게, 널럴하게 쉬어지지가 않아 (다리까지 올리고 벌렁 드러눕고) 그래도 이 팀장님도, 이제는 적응합시다. 우리처럼.. 안하던 짓도 좀 하고, 시키는 짓도 좀 하고, 하기 싫은 짓도 하고요. 그래야 하루치 채우는 거에요. 하루만큼 밥값하고, 하루만큼 사람 살리고.. 어쩌다 그렇게 못 하는 날은... 그런 날은 남이 싼 똥 치운다 생각하고 퉤퉤 하면 그만이니까. 경감은 월급 많죠? 받는 만큼 해야지, 그러라고 주는 건데. 그리고... (석호 보면)


이왕에 뻘짓거리 하는거, 어깨 펴고! 허리 펴고! 싫은 티, 찝찝한 티 안 나게! 누가보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는 것처럼, 당당하게! 주도적으로 하라구요. 그래야 밑에 사람들 기도 팍팍 살고... 세상에서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건데? 서장님이 믿으니까 시키지, 나 봐요. 아직도 이 팀장님 못 믿어서, 저자식들 다 나 혼자 조사한다고 샐프로 이 난리를 치지 (하품, 기지개) 나 10분만 잡니다. 깨우지 마세요 (눈 감고).        

석호 잠시 생각. 조용히 일어나 나가려다 시환 책상 위의 인형 집어다 종태 팔에 안겨주고 지나고. 종태 인형 꼭 안고 다시 눈 감고. 문 콩 소리에 미소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9.1 악어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