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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Oct 28. 2023

살찐 다람쥐

그리고 내 고양이

대문 앞의 호박 덩어리가 빵빵하니 고왔던 얼굴을 잃어갑니다. 다람쥐 때문이지요. 팔뚝만한 녀석들이 종일 오르락 내리락, 밤낮없이 파먹습니다. 엊그제 집에 들어오는 길에 딱 걸린 하얀 다람쥐...! 조금 멀어 사진이 흐릿한데, 그래도 한창 작업 중인 모습을 잡았습니다. 보이세요? 아예 편안히 올라앉아 식사중인 모습.. 바닥에 편안히 깔아놓은 복실한 꼬리. 저희집 애들은 사람을 봐도 도망을 안갑니다. (혹시 몸이 무거워서..?)


어쩌면 얼굴 보기 힘든 너구리 일지도 모릅니다. 뒷마당에 4인조.. 4너구리조 가족이 살거든요. 지금도 있을지, 많아졌는지 줄어들었는지 모르지만, 지난 겨울 눈 오던 밤에 새끼 곰만큼 커진 둥근 몸으로 굴러굴러 저희집 화단 아래 공간으로 기어들어가는 모습을 들켰었지요. 고양이 저리가라의 실력으로 머리 하나 들어갈 좁은 틈 비집고 가는데 귀엽기도 하고, 저기서 계속 번식하면 어쩌나 고민도 했더랬습니다.


고양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4살 요요는 저희 집 막내입니다. 장군이에요... 곧 8살되는 형아 모모는 보통 덩치의 중년 (!) 시츄이구요.. 체이 다른 막내에 늘 기가 죽어 살지요. 원근법이라 커보일수도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이게 날씬하게 나온 거에요. 무려 8키로를 육박하는 호랑이 새끼입니다..


겁은 많아서 무서운 드라마 보다가 슬쩍 올라와 안기기도 하고, 잘때는 꼭 제 배 위에 올라와서 자야하는, 지가 아직도 아가인 줄 아는 순한 남자 아이 입니다. 키우시는 분들은 짐작 하실까요? 한참 자고 있는데 쿵! 하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8키로의 위력.. 정말 헉.. 소리가 납니다. 애교 가득한 꾹꾹이도 경락 마사지가 되죠 ^^


 


정말 오랜만에 컴 앞에 앉았지만, 이 녀석도 같이 앉습니다.. 크흐흐.. 저리 가라고 할까봐 안보는 척, 곁눈으로 슬쩍 눈치를 살핍니다. 최근 <언콜>의 공백기가 바로 이 놈 때문에.. 아하하.. 핑계에요. 사실 학기도 시작하고, 대학 간 큰 애들 둘 (보스톤1, 피츠버그1) 이 번갈아 전화하며 혼을 쏙 빼는 바람에 집중이 안되어서요. 지금까지 썼던 걸 다시 보고 있습니다. 회차별 분량도 조절하고, 등장 인물 별 비중도 바꿔보구요. 많은 이야기가 빠른 전개를 끌어겠지만, 너무 서둘러 휙 지나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요. 혼자 게으른 휴업 중입니다.    


겨울이 오면, 저는 좀 차분한 느낌이랄까요.. 가만히 앉아 생각하는 시간도 많아지고요. 호박으로 배를 채워놓은 다람쥐나, 일년내내 월동 준비하는 우리집 고양이처럼.. 배 두드리고 뒹굴며 복귀 (복글) 해야겠습니다. 너무 오래 쉬어서 좋았고, 그래서 조금 더 행복할 것같습니다. 눈이 빠른 이곳에서, 예년보다 많은 눈을 기대하며 (그래야 가끔 학교가 닫거든요..) 곧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늦가을/초겨울 예쁜 나무들, 많이 감상하세요 ♡ 수북히 쌓여갈 낙옆처럼, 바삭바삭 잘 익은 글들이 쏟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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