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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소운 Mar 05. 2024

궁시렁

불만 vs 불안

오늘도 어김없이 채널을 돌립니다. 집중력 최장 1분 30초. 왜이리 볼 것이 없는지요. 가장 좋아했던 드라마 (밤에 피는 꽃) 는 끝나고, 꽤 좋아했던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어떤 인물 때문에 졸작이 되고.. 아직 안 보고 있는 것들은 어쩌면 그렇게 꼭 한명씩 제가 안좋아하는 배우 혹은 배역들이 있는지요.. (혹여 추천하실 드라마가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범죄 프로그램을 즐겨봅니다. 지저분한 세상 구경도 하고, 억울한 이야기도 듣고.. 경찰 이야기를 좋아해 배울것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바보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점점 의욕을 잃고 있습니다. 그놈의 로맨스 사기, 종교인의 뒤통수, 어린 아이들의 잔인함과 그를 감싸고 도는 눈 먼 부모들... 어떤때는 인내심 테스트라도 하듯 꾹 참고 지나기도 하지만, 펑펑 건너뛰며 (저는 녹화된 한국 방송이라 가능) 대강의 줄거리만 보고 넘어가기도 하지요.

 

그러다 문득, 이 사소한 불만들이 사실은 나 때문은 아닌가 하는 착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뭔가 만족스럽지 않아 괜히 다른 것들에 핑계를 대고 있는 거죠. 내가 즐겁지 않은데 저 배우가 호호호 웃고 있다거나, 내가 짜증나는데 저들이 왁자지껄 여행을 다닌다면.. 100% 그거겠지요? 제 마음이 닫혀있어서 세상이 고와 보이지 않는 거요. 저는 지금 이렇게... 나쁜 사람 모드... 중 입니다.


너그러울 수 있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불행하다 하소연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줄 여유가 있었고, 나쁜 사람 같이 욕해줄 자신이 있었구요. 정말 싫은 사람 손가락질하며 핀잔 줄 수 있는, 자신만만하고 당당하던 엊그제가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은 ...? 지금의 불만은 저만의 불안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약간 공황 상태인것 같습니다. 자도자도 피곤하고 몸이 무거운. 시계를 보지만 스케줄 대로 움직일 수 없는, 무엇보다도 눈에 보여지는 저 네모 박스 속 이야기가 마음까지 녹아들지 않는... 불행도 고통도 아니지만 아마 그냥 텅 빈 상태를 살고 있나봅니다. 현타라고 하나요? 슬슬 제정신이 돌아오고 있을겁니다. 3주 남은 봄방학을 손꼽으며 그때까지는 제정신이 돌아오게하자 .. 다짐합니다.


평소에는 신경도 쓰지않던 월급 통장을 들여다봤습니다. 빤한 월급을 어떻게 나눠야하나.. 오빠가 없으니 당장 생활비도 힘들어질 새언니를 어떻게 해야하나.. 얼마 필요해요.. 까놓고 묻기에도 .. 물어본다고, 대답한다고 해도 그만큼 다달이 채워줄 수 있는것도 아니구요... 연금의 얼마씩을 언니 통장으로 자동이체했다는 엄마도 슬슬 빠듯해 질텐데 거기도 문제고.. 아하하.. 고정 수입 없는 두 집을 어쩔까나요..


다행히 큰 아이가 5월에 졸업이라 전보다는 큰 지출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 용돈 지가 벌테니 저는 아마 조금씩이라도 딴주머니에 모을 수 있겠지요. 장기전이 될 겁니다. 저도 아이 셋, 오빠네는 둘. 스무살부터 11살까지 아이들이 5명... 이런.. 새삼 어른의 무게를 느낍니다. 평생 딩가딩가 살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말이지요.


이렇게 또 철이 듭니다. 원치 않은 사건으로, 예상치 못한 진행으로 한달만에 열살은 더 먹어버린 것 같습니다. 말이 고모지 별로 큰 역할 하지 못했던 제가 이제와서 뭐 대단한 힘은 못되겠지요. 쪼개고 쪼개서 한번 아껴볼려구요.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돈은 보이니까.. ( ^^; ) 그나마 이런거라도 계획을 세우니 조금은 정신이 차려집니다. 언제까지나 멍~하니 있을 수는  없으니 깨어나야죠. 투잡 쓰리잡은 아니더라도 외식 끊고, 쇼핑 끊고 버텨보렵니다... (진작 요리 좀 해 둘 걸 그랬나봐요.. 불쌍한 막둥이.. 너는 오늘부터 엄마랑 생존을 배우리라..)



*지방에 작은 아파트 하나있는데 공과금 (관리비?) 그런거는 얼마나 나오나요? 자가이고, 아마 대출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아들 둘 하고 살면 한달 생활비 (식비 포함) 는 얼마나 될까요? 고등학교 교사였는데 사망하면 연금이 유가족에게 나오나요? 혹시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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