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날 어린이집에 가기
노란우비와 노란장화
그리고 노란우산
비가 오는날은 승후가 둘러보아야 할 많은 곳들이 잠을 잔다
큰맘 먹고 무장 후 서둘러 등원길에 나섰다
첨벙첨벙 장화로 물장구 장난을 시작으로
1분 거리 등원길을 빙빙돌아 시작해본다
우산도 들어야하고
아빠 손도 잡아야 하고
숨어버린 곤충과 지나가는 버스에 눈길도 주어야하고
개구리 울음소리도 찾아 흉내도 내야 하는데
오늘만큼은 비 때문에 여유롭지 못한 아빠가 자꾸 재촉을 한다
이내 곧
아장아장 발걸음을 멈추고서 지렁이를 발견하고 쭈그려 앉는다
꿈틀대는 마음이 혹여 비라도 맞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이
관찰을 시작한 승후의 모습은 꽤나 역동적이다
우비에 가려진 승후의 귀엽고 통통한 볼때기와 웅얼거림에 잠시 시선을 두다가
제법 내리는 비를 잊고 옷과 양말이 젖었다.
가자 승후야!
등원버스를 기다리는 형님들에게 손인사를 하고
참새 방앗간 마트앞을 지나다 곧 큰일이 날 것을 짐작한다
승후는 못 본 채 지나가려는 나의 손을 이끌었지만
마음은 이미 나란히 진열된 초코과자가 자리잡은 터
조금 더 힘을 주어 방향을 튼다
울음이 시작된 승후가
누가 이기나 도전을 걸어온다
부랴부랴 승후를 안고 어린이집을 향해 달린다
미안한 마음..
연약한 손을 아빠가 놀라게 했구나
승후가 원하는 걸 아빠가 해주질 못했구나
시간에 맞춰 지하 주차장으로 등원을 할걸
괜한 미안함에 여러 생각이 저려온다
울음소리가 천둥소리만해서 선생님이 먼저 나와계신다
선생님을 보는 순간 장화를 발로 걸어차고 뒤도 안돌아보고
유희실로 냅다 달린다
오늘 아침은 승후가 많이 섭섭했구나
아빠는 모든걸 다 해줄수 없는걸..
등원인사도 없이 휭 떠나버린 승후가 얄밉기도 했지만
비가오는날
따뜻하게 젖은 땅의 감촉을 느끼고
포근하고 경쾌한 비의 정취를 느꼈으니 그것으로 만족하자
어린이집에서 오늘도 잘 놀고 있구나!
아침에는 아빠가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