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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규 Jul 10. 2020

#아들마음읽기_5

하늘을 좋아하는 아이



오늘 아침은 조금 더 서둘러 등원길에 나선다
날씨가 오랜만에 흐리지 않고 어제 장모님이 해주신 예쁜 두부구이를 한조각 하고선
사과를 야무지게 반쪽이나 먹었다.
(과일을 잘 깍지 못해 내다버린 사과과육이 어마무시하다 그래도 절반은 드신 것 같다)

옷을입고 샌들을 신고 오랜만에 승후가 분주히 움직인다
자전거를 타고 능숙하게 후진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놀이터로 향한다

오늘은 바로 옆에 있는 놀이터에 가잔다
어제 그 곳에서 엄청난 양의 콩 벌레가 서식 한다는 걸 기억했는지
평소엔 잠깐 어느곳으로 향할지 고민하더니 오늘은 바로 직진이다.

한 바퀴 놀이터를 돌고
갑자기 그루터기에 앉아서는 하늘을 본다

하얀구름 가득한 하늘을 손가락을 가르키며
자꾸 나에게 눈길을 주란다.

“승후야 하늘에 구름이 참 예쁘다”
“승후가 예쁜 구름을 보고 아빠에게 알려주었구나 고마워”
참으로 오랜만에 하늘을 보는 것 같다.
선선한 공기, 그리고 내 옆에 나랑 똑닮은 아들
먼 발치 보이는 하늘 아래 출근이고 뭐고 그냥 돗자리하나펴고
아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든다

어린시절 승후처럼 하늘을 보았을 때 나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단지 그 공간에 신기한 존재로 다가왔을 비행기, 제트기? 혹은 새?
곰곰이 그려지는 그 공간에
지금 승후의 시선에서 담겨있는 그림을 나는 보았을까?

나는 전혀 승후만 했을때의 기억이 없지만
승후앞에 거만떨며
사실 아빠도 하늘을 무척이나 좋아했노라 고백한다

내가 어린시절을 보낸 곳은 신안군의 작은 섬이다.
눈길주는 곳마다 바다요 산이요
바다와 산을 품은 어느 곳보다 푸른하늘, 그 삼박자를 고루 갖춘 아름다운 곳이다
지금은 꽤나 유명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슬로시티가 되었지만
어렸을적 그 곳은 배를타고 들어가야만 하고 유아원부터 중학교때까지 쭉 친구 10여명으로
꾸준히 폐교의 위협을 간간이 이겨냈던 그런 곳이였다.

눈빛까지 푸른하늘
푸르다 못해 눈부신 하늘색과
해송의 노련한 싱그러움

가끔 동일 색상의 모든 것이 질릴때면
하얀 모래사장 모래알
저멀리 하루를 녹아내는 빨간 일몰
그 모든 것이 조화롭고 아름다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싶은 그런 곳이였다.

그 누군가도 하늘이라는 존재를
모욕하지도 증오하지도 않을 것이다
하늘이 승후를 바라볼 때 또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공존하며 살아간다는 의미와 하늘을 바라보며 함께 숨쉬는 많은 존재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눈에 담기며, 살아있음을 표현하며, 바라봐주길 희망하며,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각자 위치에서 살아가고 있다.

오늘 아침
승후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주진 못했지만
승후를 바라본 하늘은  
“예쁜 꼬마가 나를 바라봐주는구나”
“나를 바라봐줘서 고마워 친구”
“엄마아빠말을 잘 들어야한다(이건나의 소망)”

승후와 친구가되어 재미있는 이야기했을거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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