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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규 Jul 14. 2020

#아들과함께새로움찾기_6

나들이를 통한 기록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이 모이는 곳은 그리 달갑지 않아 그동안 산책 정도의 가벼운 활동만 해왔다.

승후에게 지금의 상황이 정말로 미안한 게 사실이고

나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자연을 즐기고 느끼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매우 답답한 일상의 연속이었다.    


가장 최근에 승후와 바깥놀이를 한 게

4월 말쯤 시골에 내려간 걸로 기억한다. 두 달이 넘게 어린이집, 집, 놀이터, 반복되고 예정된 루트 속에서 얼마나 많은 답답함을 느꼈을까    


사실 이번에 나들이를 함께 한 동네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과 방법, 누가 더 좋은 아빠인지 이야기를 할 때면

그곳이 매번 눈에 담는 곳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새로움은 존재하는 법

“함께 찾아가고 하루에 3~4시간씩 아빠 손을 잡고 뛰어놀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나는 괜찮은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며 “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잘하고 있어!”라며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상당히 이기적인 생각이었고

현실을 포장하듯 지금의 나를 정당화하기 위한 치장이었음을 냉철하게 되짚어본다.   

 

육아의 방식이 모든 가정이 동일시되지 못하겠지만

새로움을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모든 부모의 숙명이자 자식과의 애정 형성의 기틀임에 분명한데

나는 나름대로의 육아방식에 안주하며 승후에게


늘 상 보이는 것들에 대한 반복을

‘새로움’이라 명명하며 틀에 박힌 활동들을 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지난 주말은 그 친구네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계획했다.

우리 부부는 사실 이것저것 많이 챙기지도 못했고 친구네 가족이 많은 것을 준비해주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석민이 아빠는

대학시절부터 인천 생활을 해온 거의 인천사람이다. 나로서는 인천에 믿음직한 친구가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집과 거리도 가깝고 아들과 나이 때도 비슷해 마음이 가는 그런 친구다.


석민이네는 우리와는 다르게 많은 곳을 둘러보고 체험하기를 좋아한다.

주말이면 존경스러울 만큼 석민이와 여러 곳을 둘러보며 책 육아와 활동 육아의 정석을 보여주는 그런 부부이다.

‘브런치’라는 공간에 나의 마음을 기록하기 시작하게 된 것 또한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석민이 엄마의 추천 덕분이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오랜만에 함께한 나들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볼베어파크라는 곳에 방문해 여러 가지 놀이를 하였고 

승후는 낚시놀이에 빠져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석민이와 다르게 승후는 입장과 동시에 초반에는 잠시 머뭇거리고 

아빠품에 안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음이 조금은 좋지 않았다.


‘아들마음읽기’를 통해 나름 많은 것을 소통하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승후 눈에 보이는 새로움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그간 느껴보지 못했을 ‘환경’을 접하며 왁자지껄 서로의 관심사에 집중하고 

수많은 대중들 사이 본인이 ‘선택’하고 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인지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눈치’를 본다고 많이 표현하는데

맞벌이 부부인 우리는 어릴 적부터 어린이집에 승후를 보육했었고

그렇게 서로 바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또는

나의 육아방식이 위에서 언급 한 바와 같이 ‘방식의 차이’뿐이라는

단편적 사고를 고집했던 것이 승후의 모습에 보여진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그래도 잠시 머뭇거리고는

이곳저곳을 탐색하고 뛰어다니며 논다.

   

야구, 축구, 복싱 등 많은 체험시설이 있었지만

유독 승후가 눈길을 주고 제일 많은 시간을 할애한 곳은 낚시놀이였다.


승후와 함께 두세 번 낚시를 함께한 적이 있다. 

그렇다.

승후 마음에 제일 쉽게 다가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빠와 함께 했던 낚시 기억이 던져주는 낚시놀이였을 것이다.


물론 물고기와 바다생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본인이 ‘경험’했고 즐거워했던 기억 중에 제일 탐나는 놀이는 단연 낚시놀이였을 것이다.    


아들과 함께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지면 더욱 좋겠지만

그곳이 승후가 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곳이고

그것이 내 위주가 아닌, 줄 곧 아이가 먼저 다가서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곳은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필요한

아빠, 엄마, 가족, 그리고 경험을 통해 축적된 ‘새로움’이 공존하는 공간일 것이다.    


놓치고 있던 소중한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은 늘 미안함으로 다가온다.

일방적인 소통의 목적에서 찾게 되는 승후의 마음 읽기를

앞으로는 ‘아들과함께새로움찾기’라는 타이틀로 다시 시작 해 보고자 한다.

   

그 속에 펼쳐질 승후의 무한한 마음과 감격스러운 일상들을

나는 마음 담아 기록하고 마음에 담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 또한 낙차 큰 환경적 변화 속에 살아왔었다.

그곳에서 순응하며 새로움에 적응되는 매 순간이 조금은 고통스러웠고 방황 또한 동반되었다.


새로움을 갈구하는 마음이 확장되어,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투쟁의 일상을 지속했었고

모든 것을 회피하고 싶은 순간에는 ‘함께’이기보다는 ‘혼자’ 그렇게 꽁꽁 숨어 마음을 닫아버리곤 했었다.    

때문에 먼저 기다리지 못했고 변화될 세상의 촉구만을 외쳤으니

주변의 기다림을 살피지 못했음이 자명하다.    


우리가 함께 해야 할 변화란 새로움을 찾는 과정에서 얻는 일방적인 강요가 아닌 

사방에서 길게 그어진 미완의 선들이 모여 흔들리지 않고 굳건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당당한 신념’

그리고 이내 곧 마음속에 온전히 귀결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변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그렇게 놀이시간이 흐른 뒤

우리 부부는 에버랜드로 향했다. 비가 오는 날씨 속에서 여러 가지 동물을 보고 왔다.

승후에게 제법 신선한 새로움으로 생각될 만도 할 것인데

그렇게 큰 관심은 두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좌, 우를 오가며 최상의 위치에서 동물을 보여주려 노력했건만

피곤해 보이는 승후의 얼굴에 호랑이는 들어오지 못했다.  

  

긴 줄 속에 팝콘을 들고 있는 행렬을 쳐다보길래 사주었더니

피곤과 달콤함 속에 행복한 웃음을 지어 내어 준다. 아직은 달달한 게 좋은 어린아이이다.    


그렇게 오랜만에 함께한 나들이는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승후를 위한 새로운 소통의 방법을 찾게 해 주었고

냉철하게 일방적인 강요를 소통으로 치부한 좁디좁은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미천했던 나의 시각과 공간을 이제 승후라는 존재와 함께 채워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며

우리가 언제나 갈망하는 새로움 또한 아들과 함께 헤쳐나갈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리저리 마음 쓰고 고생했을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석민이네 부부의 실천과 체력에 우렁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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