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당신의 월요일은 안녕하신지.
마치지 못한 일들을 그대로 덮어두고 나와 지하철 승강장에 섰다. 이어폰 너머로는 희미하게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지하철이 들어온 다는 것이려니, 고개를 들어 안내 화면을 보니 전 역에서 지하철이 들어온다. 그 뒤에 뒤따르는 열차의 위치도 본다. 두 정거장 뒤에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그 시간의 지하철은 바로 탈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가 없다. 또 몇 대를 흘려보내며 시간을 허비하며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어야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그다음 열차도 본다.
커다란 금속체는 언제들어도 유쾌하지는않은 쇠소리를 내며 진입한다. 그 금속체가 멈추기 전에 대부분의 승객들은 어렴풋이 파악을 할 수 있다. 이번 열차를 탈 수 있을 것인지 아닌지. 안타깝게도 이번 열차는 보내야 한다. 모두들 익숙해진 탓인지 탄식 없이 차분히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다음 열차는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들어온다. 이번에도 지하철이 멈추고 문이 열리기 전에 알 수 있다. 이번에는 탄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공간을 메꾸고 이동한다. 그 속에는 알게 모르게 자신들만의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을 침범하면 짜증 섞인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나조차도. 그렇게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려 애를 쓰고 20여분 열차에 몸을 실으면 몸도 마음도 지친다. 다시 이어폰 너머로 희미하게 익숙한 안내 방송이 들려온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목적지가 맞다. 미안하지만 이 사람 저 사람 틈 사이로 삐집고 간신히 내린다. 하마터면 오늘은 다음 역까지 갈 뻔했다. 그저 오늘도 무사히 무탈히 왔음에 감사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개찰구를 통과하고 몇 개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면 마침내 시원한 공기를 마신다. 도시의 밤공기가 시원하면 얼마나 시원하겠냐만은, 이상하리만큼 시원하다. 걸어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새삼 느끼며 한발 한발 옮겨 집으로 향한다. 샤워기 아래 따뜻하게 몸을 녹인다. 랩탑을 펼치고 앉아 타이핑을 하고 있는데 그래도 오늘은 술이 당기지 않는 걸 보니 괜찮은 날이었나 보다.
더 나은 월요일을 위해.
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