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당신의 월요일은 안녕하신지.
긴 에스컬레이터를 다 오르자 시원한 밤공기가 폐 깊숙이 들이찬다. 오는 내내 웬일로 지하철은 비어있었고 신호는 움직임과 딱 들어맞았다. 밤늦게 까지 날 괴롭히던 밀려 있던 일들도 속 시원히 해결되었다. 게다가 오늘은 중고 거래에 올려둔 오래간 팔리지 않던 상품들까지 연락이 바쁘다. 오늘 무슨 날이던가.
다만 일정이 안 맞은 탓에 오늘은 혼자 저녁 식사를 한다. 홀로 식사를 할 때에는 그다지 메뉴를 고민하지 않는 편이다. 호불호가 강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끼니를 채우는 것과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다르다. 그동안 눈여겨봐 뒀던 집 근처 설렁탕 집의 문지방을 넘었다. 조그만 가게에 들어선 겉과 같이 많지 않은 테이블이 있고 빈 테이블이 더 많이 보인다. 손님들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위치에 달린 티비에서는 대통령 선거에 대해 시끄럽게 떠들어댄다. 그리고 그걸 보며 식사하는 손님들은 한 마디씩 거들어댄다. 혼자 먹는 머쓱함을 덜어내기 위해 나도 티비가 잘 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몇 명?", "혼자요. 설렁탕 하나 주세요."
오늘 식사할 곳을 잘 골랐는지 기대를 하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중고 거래 주황색 어플의 알림이 연신 울려댄다. 구매자가 변심을 했나 보다. "그럴 수 있지. 그만한 사연이 있겠지." 또 다른 연락이 온다. 같은 내용이다. "그럴 수 있지. 그만한 사연이 있겠지." 거짓말처럼 또 다른 연락이 왔다. "아..." 입맛이 순간 뚝 끊긴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3건의 거래가 물 건너갔다. 그리고 때마침 설렁탕이 나왔다. '어쩐지 운수가 좋더라니'. 설렁탕 집은 깍두기가 맛나야 설렁탕과 어우러지는 법인데, 퉁명스러운 주인장과 닮은 투박하면서 매력이 있다. 깨끗이 뚝배기를 비우고 일어나는 찰나, 또 다른 알림이 하나 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울린다. 이제 내가 구매자가 될 차례인 듯하다. 이 집 설렁탕은 참 맛이 있다. 푸른 지폐 한 장 못 내서 플라스틱 카드 한 장 내밀었다고 타박을 받을지언정.
더 나은 월요일을 위해.
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