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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월 Dec 27. 2021

회색빛 세상

당신의 월요일은 안녕하신지.


 안녕할 수가 없던 지난  .  가장 소중한 사람  분이 작고하셨다. 마지막 인사  마디 하지 못했다. 내가 그때 느꼈던  수많은 감정들을 말로 어떻게 표현할  있을까. 슬픔. 무서움. 분노. 허탈감. 이런 단순한  가지 단어들로 표현이 가능이나  것일까. 글을 써보겠다고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리인  같은 지금   한계를 느낀다.


 주마등이라고 했던가. 그래  주마등처럼 스친다. 전화를 받기에는 낯선 새벽 시간, 그날따라 이상하리만치 차가운 공기  아버지의 전화. 한순간 머리와 심장을 동시에 커다란 무언가로 두들겨 맞는 듯한 고통과 숨 막힘. 구역질을 참고 화장실에서 스스로  차례나 내려친 . 후들거리는  다리. 무슨 정신으로 걸쳐 입었는지 모를 검은 옷가지들. 해뜨기  달리는 택시 안에서의 고요함.  속에 퍼지는 좋아하셨을  같은 이름 모를 클래식 음악. 출근길 지하철보다  무거운 기차. 허름하기 짝이 없는 빈소. 그리고 슬픔에 지친 나의 가족들.  모든 것이 색깔이 없다. 온통 회색빛이다.

 

 다만  모든 것은 그냥 나의 일일 뿐이다. 세상은 아무  없다는  고요하고, 곳곳에서는 나에게 어떻게  것인지 의사결정을 기다린다.  눈에 세상이 온통 회색 빛인데, 다들 화려한 컬러  세상에 있는 듯하다.  와중에  얘기를 하며 앞에서 떠들어대는 사람의 얼굴이 역해,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색깔이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해서 알려줘야 한다. 사망진단서 비용 송금도. 영정사진 선정도. 꽃장식 선택도. 손님 맞을 음식도. 지원품들의 수령 방식도. 조의 화환 수령 서명도. 하나같이  타는 속을 짓누른다. 누군가는 와서 오열을 하고, 누군가는 와서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누군가는 분노를, 누군가는 슬픔을, 누군가는 위로를 전해준다. 곁을 지키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린다.

 

 발인. 직접 뵙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돌아왔다. 곱디 고운 자태로 편안해 보이셨다. 돌아가신 분이 어찌 그리 고울까. 참지 못하고 소리 내어  많이도 울었다. 곱고 차가웠다. 마치 신처럼 보였다. 그제야 마음의 무게가 조금 덜어졌다. 그동안 얼마나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 사셨을까. 이제 부디 모든 고통과 걱정에서 벗어나 편히 행복하게 멀리멀리 여행하시기를. 세상이 그렇게 온통 회색빛인 것은 아마  눈물 색이었나 보다.


'슬플 땐 슬퍼하고 즐거울 땐 즐겁게 살아라'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진다. 아니 더 열심히 즐겁게 살아가야 한다. 그분을 위해서라도.'


“편지로 다시 쓸게 엄마.”


시간이 가쟈다 주겠지, 더 나은 월요일은.

안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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