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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비틀림에 긁힌 마음

by 라라

얼마 전 회사 후배의 승진 축하의 글을 남기면서, 나의 솔직한 푸념을 늘어놓은 적이 있다.

나의 SNS 공간에, 나만의 글을, 나의 생각을 기록하는 공간이니, 나의 감정을 나의 푸념을 적었을 뿐인데 하루종일

세상의 마구 내뱉어지는 말들에 지쳤던 날이 있었다.


내가 특별한 공인도 아니요, 무슨 연예인도 아니요, 무슨 인플루언서도 아닌데,

잡초 같은 인생을 사는 그저 바람결에 한들한들 사는 사람인 것을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축하의 마음과 그 누구나 할 수 있는 자신의 처지에 대한 푸념을 늘어놨을 뿐인데,

하루종일 세상의 마구 뿌려지는 말들에 긁히고 상처가 났었다.


나 스스로 아주 멋지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무작위로 내뱉는 말들에 나의 단단함에 작은 긁힘이 생겼었다.

아주 열등감에 가득 찬, 지질하고 자격지심이 넘쳐나는 사람으로 마구 내던져졌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런 세상의 얄팍한 말들에 무너질 사람은 아니니 그저 댓글을 읽고 달다가 지쳐 원글을 삭제하고 다시 평정심을 찾았었다.

그 하루 잠시는 나를 다시 돌아본 시간들이었고,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거칠고 메말라 있음을 깨달았었다.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평평하고 동그란 곳이라기보다, 훨씬 더 구겨지고 비틀어져있음을 깨달았다.


곱지 않은 말들을 내뱉는 자들이 보는 세상과 내가 자라고 바라온 세상은 본디 같은 하늘아래 같은 장소일 것인데 어찌 이렇게 아 다르고 어 다르게 내뱉고 생각하는 것일까.


자격지심

자격지심( 自激之心)- 자기가 한 일에 대하여 스스로 미흡하게 여기는 마음


자격지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

그로 인한 아픔들.

없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가지고 있을 자격지심의 마음과 그 아픔의 농도는 다르다. 그리고 그 농도의 짙은 정도는 상황에 따라 비치고 묻어남이 달라진다. 같은 아픔일지라도 때론 진하게 때론 연하게 투영된다.


며칠 전 세상이 나를 자격지심에 가득 찬 사람으로 바닥으로 내팽겼던 그날은 어찌 보면 마음속 잊고 있었던 나의 자격지심을 다시금 상기시켜 준 일이기도 했다.


어제, 가족으로 인해 받은 아픔으로 흘리는 지인 언니의 눈물에 내 옅었던 아픔이 진하게 투영되어 최근 들어 가장 농도 짙었던 눈물로 내려왔었다.

그녀가 내뱉은 짙은 농도의 눈물이 여과 없이 내게로 투영되었고, 수채물감 한가득 묻힌 붓으로 마음의 눈물에 한 자락 진하게 그어 내려졌었다.


세상의 비틀림에 긁히는 상처는 그 누구의 탓도 아니.

와 내가 흘렸던 눈물 또한 너와 나의 탓도 아니다.

너와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아픔은 그저 그때그때 물감의 농도가 달라지듯 다르게 발리고 펴질 뿐이지.


날이 밝았다. 새로운 날이다.

매일 너와 내게 주어지는 새로운 날.

가능한 그 아픔의 농도는 옅게 비추며 살아가고 싶다.

위로해 주고 위로받고, 그러면서 서로의 농도를 맞춰가기를 눈감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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