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4
85度C(85도씨), 토달볶, 韓華園(한화원), 王子變靑蛙(왕자변청와)
쯔주찬 집에서 포장해온 공기밥이랑 내가 만든 토달볶
사진에 있는 연분홍 고양이컵은 포모사에서 중고로 얻어왔다. 무료나눔이었나 50원이었나 기억이 안나는데, 아무튼 그 분이 본인이 엄청 아끼던 컵이라고 했다.
처음에는 왜지...?뭘 굳이 아낀다고 까지 하나 했는데, 막상 내 손에 들어와보니
귀여워할 수 밖에 없는 컵이었다.
이제는 내가 많이 아끼는 컵이 되었다. 컵이 보들보들하고 손에 딱 잡히고 넘 귀엽다...
중국이랑 대만이랑 토달볶을 말하는 방법이 다르다.
처음에는 중국식으로 西紅柿炒雞蛋 씨홍슬차오지단 이라고 말하다가 또 욕을 많이 먹었다^^....
내가 중국어를 잘하는 편이다 보니까 나의 조금만 서툰 중국어에도 대만친구들은 화를 낸다.
왜 중국식으로 말하냐고. 아마 구분을 할 수 있는데 안한다고 생각해서 그러는 것 같다.
番茄炒蛋 대만에서는 이렇게 말해야한다.
판치에차오단 !
점심을 집에서 해먹고 입이 심심해서 사온 85도씨 커피랑 티라미수...
티라미수는 진정 티라미수를 한번이라도 맛본 사람이 만든 건지 궁금한 맛이었다.
티라미수에 대한 모욕 그자체.
두 세입 먹고 그냥 버렸다.
101근처까지 가면 더 맛있는 베이커리가 많지만
이 찜통더위에 도저히 거기까지 갈 자신이 없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탄다고 해도 덥다..
택시타고 다녀오기에는 좀 과하고, 그정도까지 먹고싶지는 않고...
우버이츠로 시키기에도 좀 아까웠다.
너무 진심같달까...
그냥 기분이 갑자기 좋아서 집근처의 맛있는 케이크를 사와서 한 입 딱 상큼하게 먹고 싶은 날이었을 뿐이다.
예전에 대만으로 여행을 왔을 때도, 85도씨 소금커피인가가 유명하다해서 먹었던 것 같은데...
그때도 웩 이었다. 나는 그냥 여기 카페랑 입맛이 잘 안맞나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티라미수를 만들어준다.
티라미수는 전문 파티쉐가 만든 케이크가 아니고 일반인이 발명한 디저트여서 만드는 방법이 어렵지 않다.
대만에서도 티라미수를 만들게 될 일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은,
편지
그리고 도시락.
돈보다 마음이 담겨있는 선물이 좋다.
특히 도시락은 주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많이 담겨있다.
무슨 음식을 만들까, 어떤 재료가 필요할까
음식을 만드는 과정 내내
그리고 마지막으로 포장하고
식거나 흔들려서 망가지지 않도록 가져오는 모든 순간이 다 나를 위한 것이다.
도시락에 편지를 써주는 사람은 분명 마음이 따뜻한 사람일거다.
저녁메뉴는 다시 한화원
맨날 한화원만 시켜먹는 느낌...
不用擔心我 給我超辣的
나를 걱정마세요... 맵게 해주세요
라는 요청사항과 함께 엄청나게 매운 짬뽕이 집앞으로 배달왔다.
매운 짬뽕에 면과 밥까지 추가해서
탕수육이랑 같이.
움직이지도 않고 세끼만 열심히 챙겨먹으니 배가 빵빵해지는 감각조차 둔해지고 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책을 본다.
어린이라는 세계
해가 지고 난 후에는
중국어공부
간식으로는 까르푸 빵
중국어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느끼는
내 언어의 한계.
항상 언어만큼는 누구보다 빠르게 배우고 제법 잘한다고 생각했었지만,
배울수록 어려운 것이 언어다.
그리고 배울수록 가치없다고 느끼는 것도 언어.
왜 요즘 세상은 모든 가치가 돈으로 연결되는지,
나도 그게 참 싫지만
돈으로 연결되어지지 못하는 취미생활에 넌더리가 나는 것도 솔직한 마음이다.
격리 생활이 끝나면 아마 나는 다시는 중국어공부를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