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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Jul 19. 2022

대만생활_대만 온 지 3달 만에 중국어 공부 시작

" 오늘의 할 일: 중국어 공부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3







텅텅 빈 슈퍼마켓

다들 사재기를 해갔다. 

일본을 좋아하는 나라이다 보니 이런 것도 일본의 영향을 받는 건지... 이상하게 휴지도 진짜 거덜이 나있다. 

집에 휴지가 다 떨어져서 휴지를 사야 했는데, 갑자기 나까지도 공포심이 들 정도로 모든 마트에 휴지가 동이 나 있었다. 







마트에 살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나마 남아있던 한국매운라면과 소고기를 사 왔다. 


매운 라면은 나에게도 매우니 수프를 제외하고 라면사리만 활용하려 라볶이로 메뉴를 정했다. 

소고기는 부르주아 흉내를 좀 내보며 라볶이에 던져 보았다. 


제법 맛이 있었다. 


요리를 다 하고 나면 주방 세제로 바로 말끔하게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왁스로 가스레인지도 청소한다. 

나는 그날 먹은 치킨을 다음날 치워도 전혀 사는 데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청소와는 거리가 먼 사람인데 대만에 온 후로는 깔끔쟁이가 되었다. 

내가 치우지 않은 음식물은 곧바로 바퀴벌레를 유혹하고 

내가 무심코 흘린 과자 부스러기가 곧바로 개미들을 소집한다는 귀한 교훈을 얻은 이유 때문인지. 


덕분에 우리 집은 정말 모델하우스같이 아주 깨끗이 유지되고 있다. 






저녁에는 미니 언니랑 네네치킨을 시켜 먹었다. 포장지 안에는 큼지막한 닭고기가 무심하게 던져져 있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격이 꽤 나갔다. 

그리고 꽤 맛없었다. 


지금 대만 코로나 대응의 불만으로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넘쳐흐르는데

네네치킨이 우리의 이 마음을 짓밟았다. 

어디 가서 한국 치킨이라고 홍보하지 ㅁㄹ....




로니네 집의 다용도실에는 술이 몇 개 숨겨져 있는데, 치킨이 맛없던 탓에 배가 조금 남아서 

로니에게 술 하나만 꺼내 먹어도 되냐고 라인을 보냈다. 


로니는 마음껏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으리으리한 상자에 담긴 달모어를 먹겠다고 하니까 바로 전화가 와서 안된다고 했다. 

결국 싼 와인 하나 뜯어 먹을 수 있었다. 

다음에 한바탕 싸우면 저 달모어부터 없애버려야겠다. 






너무 할 게 없어서 저녁에는 중국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대학생 이후로 진짜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옛날에는 중국어 참 잘했었는데, 

지금은 다 까먹어서 그 어떤 단어를 봐도 저게 뭐였더라... 하고 있다. 


나는 중국어 자격증이 필요한 게 아니라 생활중국어만 조금 할 줄 알면 돼서 hsk 공부가 아닌 드라마를 보며 회화를 익히고 있다. 

대만의 오래된 드라마 <왕자변청와>



화면 빨아써야 할 정도로 오래된 드라마다. 

대만 친구에게 추천을 받아서 보고 있는데 그 시절 감성으로 유치하지만 꽤 재미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대만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어서 그런지 대만 드라마를 보면 예전처럼 가볍게 보질 못하겠다. 

남자 주인공이 맨날 여자 주인공한테 소리를 질러서 거기에만 자꾸 집중이 된다.

"쟤는 뭔데 자꾸 소리 질러. "

"얼씨구, 참 누구 같네."


이러면서 안 곱게 시청 중이다. 









미니 언니가 한국에 다시 돌아가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3개월 겨우 같이 살았지만 언니랑 정이 너무 많이 쌓인 이유 때문인지 돌아가고 싶다는 언니의 말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언니는 대만도 처음 와보고, 외국에서 생활을 해본 것도 처음이고, 중국어도 잘 못하고, 대만 코로나 상황도 심각하고 여러모로 이곳에 마음을 주는 일이 쉽지 않은가 보다. 

언니가 한국에 돌아가기로 결정을 해버린다면 앞으로 내 대만 생활은 어떻게 되는 건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었다. 

이미 둘로 생활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레 혼자가 되어버린다니.

홀로 남을 나에 대한 걱정, 중도 귀국을 고려할 정도로 힘들었을 언니에 대한 걱정, 

단조로운 일상에도 또 늘 그렇듯 파도가 휩쓸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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