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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Jul 15. 2022

대만생활_ 불면증에 걸렸다.

" 오늘의 할 일: 창밖 구경 "

              - 불면증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2



三角埔仙草(또우화), apple store(101애플스토어), 콜드스톤 









불면증에 걸렸다..

재택근무가 끝나면 넷플릭스 보다가 노래 듣다가 운동하다가 그렇게 잠들고는 했는데, 

활동량이 너무 없어서인지 밤에 잠이 안 오기 시작했다. 불면증은 이번이 두 번째로 걸려보는 건데 진짜 너무 괴롭다. 

어릴 때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 없이 잠들 수 있었는지..

잠드는 과정이 이렇게 복잡하고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는 걸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불면증에 걸리고 나면 어둠이 찾아오는 게 무서워진다. 

나만 깨어있는 시간. 

다음날 찾아올 공포스러운 피로감. 

공포스러울 정도의 피로감에도 또 여전히 잠 못 드는 다음 날 밤. 





로니랑 침대에 누워서 영상통화를 했다. 로니랑 영상통화를 하는 일은 귀찮고 번거롭고 짜증스러운 과정이다. 이 친구도 의무감에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연애를 숙제처럼 해 나아가는 모습이 이제는 진절머리가 난다. 

오늘의 싸움 토픽은 이거였다. 

요새는 내가 거의 침대에 누워있다시피 살다 보니 항상 전화를 누워서 받는데, 로니가 그게 신경이 쓰였던지 집으로 핸드폰 거치대를 시켜줬다. 

내 핸드폰은 조금 많이 크기 때문에 나는 그 핸드폰 거치대에 핸드폰을 끼우는 과정이 더 귀찮고 힘이 들었다. 쭉 잡아당겨서 핸드폰을 쏙 끼워야 하는데 달그락 달그닥거리다 탁 놓이며 내 손을 집기를 여러 번. 

또 꽂아놓으면 무게 때문에 스르르 밑으로 내려가는데...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한두 번 사용하다 그 후에는 여전히 내 "손"거치대로 영상통화를 받았다. 


이날 저녁, 로니는 또 뭐에 갑자기 짜증이 나서 나한테 짜증을 옮기려 한 건지..

싸움을 시작했다. 


R: 화면 자꾸 왔다 갔다 하지 마. 

M: 아 그래? 불편해? 잠깐만. (그러곤 침대에 엎드려서 손으로 고정. 거치대 따위 쓰지 않음.)

R: 뭐 하는 거야? 바보야? 내가 사준 거는 왜 안 써? 

M: 그거 불편해서,  잘 안 껴져

R: 그러라고 만든 건데 불편하다는 게 무슨 말이야. 이해가 안가네. 


나도 불면증에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저렇게 짜증 섞인 말들이 몇 번 더 오가다 전화를 끝냈다. 


왜 곱게 지나갈 일들도 꼭 콕 집어서 사건을 만들려고 하는 건지. 

왜 곱게 할 수 있는 말들도 꼭 기분 나쁘게 전달하는 건지. 

이게 문화 차이인 건지 그냥 저놈이 정신머리가 나간 건지. 

내가 불면증이라 예민한 건지. 


그냥 이딴 전화 통화 자체를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 친구는 왜 나랑 연애를 하고 있는 건지, 이 관계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








다시 돌아온 토요일, 언니랑 나들이를 나갔다.

아침부터 부랴부랴 옷을 챙겨 입고 101에 핸드폰을 사러 출발했다. 

언니가 핸드폰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텅 빈 101앞에 서서 10시 반이었나 오픈 시간부터 101타워가 열리길 기다렸다. 




사람 한 명도 없는 거리. 길거리에 개미랑 바퀴벌레만 잘 보인다. 

사람이 하도 없어서. 

101은 상업 지구+쇼핑+술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있는 곳이라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가 없는데...





그나마 애플스토어 안에는 한 5명 정도 있었다. 아이폰 미니는 한국 사람들한테만 인기가 많다고 하던데...

언니도 미니병이 걸려서 아이폰 미니를 샀다. 

직원이 해외에서 아이폰을 사면 한국에서 리퍼가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지금 언니에게 그런 말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 같아도 안 들렸을 것 같다. 

우리에겐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필요하다. 

이 지루한 일상에서 구원해 줄. 








그냥 집에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근처 백화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비빔밥을 포장했다. 

딱 봐도 조선족이 운영하는 것 같은 한국 음식점..

비빔밥에 쿠과(苦瓜)를 넣어주셨다. 그리고 뭔 말도 안 되는 반찬들을 비빔밥에 가득 넣어주었다. 

분명 맛없을 거야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생각보다 맛은 있었다. 

고추장은 위대하고 비빔밥은 엄청난 음식이다. 

아, 언니랑 콜드스톤도 포장했다. 

언니가 아이폰 플렉스 한 기념으로 콜드스톤을 사줬다.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민트 초코를 드디어 먹을 수 있었다. 

콜드스톤은 중학교 때 한국에서 많이 먹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라져있었다. 

그때도 배스킨보다 비싸다고는 생각했었는데 대만에서는 더 비싸다. 

그래도 오랜만에 먹는 민트 초코는 한국 음식이 아닌데도 한국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한국에 가고 싶다.



처음으로 한국이 그리웠다. 

한국은 우리를 이렇게 가두지 않을 텐데..





三角埔仙草

110 대만 Taipei City, Xinyi District, Section 5 of Zhongxiao East RoadSection 5 of Zhongxiao E Rd, 786號1樓





그날 저녁, 또 미안했는지 로니가 미니 언니랑 나한테 또우화(豆花)를 시켜줬다. 

언니는 또우화를 처음 먹어서 한입 먹고 바로 버렸다. 


차가운 달달한 연두부 같아서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주말이 지나가고 있다. 

창밖에 보이는 해 질 녘 풍경이 아름다워 우두커니 서서 사진에 담았다. 



오늘 하루는 무사히 잠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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