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ason1. 벼룩 season2. 개미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2
點點心(딤딤섬), 台灣啤酒(타이완비어), 松山車站(송산역)
點點心 딤딤섬
110 대만 Taipei City, Xinyi District, Section 5 of Zhongxiao East RoadSection 5 of Zhongxiao E Rd, 68號微風信義B1
한국에도 있는 홍콩의 딤섬 체인점 <딤딤섬>
배달어플로 시켜 먹었다. 미니 언니가 사준다고 해서 한두 개 골랐는데, 언니가 또 통 크게 쏜다고 이것저것 더 추가해서 엄청 푸짐한 한 상을 받게 되었다. 언니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것 같다. 우리가 집 때문에 초기에 많이 고생한 탓도 있긴 하지만, 내 남자친구의 집에 같이 살고 있는 것 때문인지 매번 맛있는 걸 진짜 많이 사준다.
코로나 때문에 모두가 집콕중이어서 배달어플이 가장 호황인 것 같다. 딤딤섬이 참 맛이 없었다. 나름 가격대가 있는 딤섬집인데도 너무~ 맛이 없었다. 장사가 너무 잘 되니까 홀직원들을 몇 명 자르고 그런데 또 주방은 터지니까 주방 직원들은 죽어나가고 그런 식으로 대충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지 않을까 짐작이 갔다. 앓는 소리 해도 알음알음 듣기로는 배달을 하던 음식점들은 오히려 코로나 때 더 잘 됐다고 한다. 인건비는 줄이고 매출은 더 많아지니 영업이익에는 초록불이 들어오지 않았겠는가.
나도 한때는 알바몬이었는데, 일머리가 조금 빠른 편이고 동작이 재빨라서 사장님들이 많이들 예뻐하셨다. 사장님들의 총애를 받으면 좋은 점이 있는가? 쥐뿔 한 개도 없다.
그나마 한번 만났던 양심적이고 쿨한 사장님은 이것저것 맛있는 것을 많이 사주셨다. 그렇지만 나머지 모든 사장님들은 그런 거 일절 없다. 시급을 올려주나? 그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을 잘하면 페널티만 있을 뿐이다. 그 페널티는 바로, 내 옆 친구들의 모가지가 나가는 것.
한 사람이 일을 잘하기 시작하면 사장들은 머리를 굴린다. 한 명이 없어도 다른 한 놈이 두 몫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나 보다. 그래서 난 위에 언급한 좋았던 사장님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 사람분의 몫을 해내야 하는 전혀 이해타산이 맞지 않는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인생은 어쩔 수가 없는 건지, 하위계층에 있을수록 더 부지런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그럼에도 그에 타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모두가 할 수 있고(전문지식이 없어도 되고), 시간과 어느 정도의 노동력만 투입해도 되는 가벼운 일자리라면 최저임금을 주는 것이 맞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일을 하는 시간(주5일/40시간)을 초과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초과근무수당은 꽤 풍족하게 지급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진짜 인간적으로 아무리 코로나 상황이라고 3명이서 일해야 하는 주방에서 1,2명으로 어린 친구들 돌리면서 일시키지 맙시다.
주방에 있는 식재료로 아무거나 맛있는 거 해먹으라는 게 복지가 아닙니다. 정당한 지불을 하세요 제발.
台灣啤酒
코로나 집콕의 낙은 맥주에만 있을 수도 있다.
매일 저녁 식사시간에 꼭 한 캔씩 마시게 된다. 써머스비도 오래간만에 사서 마셔보았다.
어렸을 때, 써머스비 처음 먹고 너무 맛있어서 충격 먹었던 적도 있었는데... 참 모르는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순진했었다.
데미소다를 탄산음료 중에 제일 좋아하는데 써머스비가 데미소다맛이어서 눈 휘동 그레 져서 이게 도대체 언제부터 출시된 맥주였나 찾아보기도 했었다. 이걸 모르고 맛없는 카스 먹던 내 세월이 아까워서
그러던 귀염둥이가 이제는 단 음료나 맥주보다는 씁쓸한 소주나 맥주 맛이 (실제로) 더 좋아지다니.
격세지감이다 정말로.
대만 젊은이들도 타이완비어를 잘 안 마신다. 18天 (타이완비어의 한 종류) 은 그래도 좀 쳐주는 분위기인데, 그냥 타이완맥주는 웬만하면 안 시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카스, 하이트 맛없다고 하는 거랑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타이완비어 맛있는데, 내가 저거 시키면 꼭 한마디씩 하곤 한다. 외국 맥주 마시라고 ㅠㅠ...
한국 음식점에서 카스/하이트 진짜 말도 안 되는 가격에 파는 거 보면 할 말이 없다. (당연히 물 건너 왔기 때문에 비싸게 파는 건 맞지만, 그 돈 주고는 안 사 먹을 맛이기 때문)
그들도 여기에서는 수입산 맥주이기 때문에 맛과 상관없이 괜찮은 해외 맥주 그룹에 속할 수 있는 걸까...
松山車站
침대에 누워있다가 소파에 앉았다가 거실 바닥에 드러누웠다가 아이스크림 좀 먹었다가 도저히 좀 쑤셔서 미니 언니랑 산책을 나왔다.
너무 덥기 때문에 멀리는 못 가고, 6시쯤 슬슬 산책하듯 나와 집 근처 송산역까지 걸었다.
가게가 다 문을 닫으니 원래는 눈에 보이지도 않던 이런 조형물들이 띄기 시작했다. 괜히 사진도 찍어보고 그랬다.
로니랑 두 번째 만남에 송산역에서 만났었는데... 갑자기 그때 기억이 솔솔 났다.
어디였더라... 양명산에 가기로 했던 날이었었나... 송산역까지 오면 픽업해서 가겠다는 그의 말에 미니 언니랑 역 근처 벤치에 앉아서 그를 기다렸다. 그때는 대만에서 거의 모든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가만 벤치에 앉아 있는 것도 서로 신기해서 사진 찍어주고 예쁘다 저 포즈 해봐라 이 포즈 해봐라 신이 나서 깔깔댔었다.
차 앞에서 멋쩍게 웃고 있던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착한 척ㅡㅡ) 수줍어하던 로니의 모습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외제차가 판치는 대만에서 일본 차를 타면 왠지 국산차를 가진 느낌인데 (50% 이상이 일본 차여서 대만에서 일본 차를 타면 조금 현대... 기아.... 쌍용.....)
역시 일본 러버답게 일본 차를 끌고 온 것도 그 다웠다. 미니 언니랑 "거봐거봐, 일본 차다." 하며 그의 친일 성향을 배배 꼬았던 기억도 스멀스멀....
대만에 온 지 한 달 만에 벼룩 소동이 있었다. 지금 채 두 달도 더 지나지 않았는데 또 한 번의 벌레 소동이 일어났다.
나는 모기를 제외한 벌레들에 무감각한 편인데, 그래서인지 크고 징그럽게 생긴 벌레들도 그냥 뚱땅 잡아낼 수 있다. 죽이라면 죽일 수 있고 창밖에 던져서 살려주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 손가락으로 완급조절을 해서 타노스처럼 그들의 생사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꼬맹이강심장을 가졌다.
처음에는 개미 한두 마리로 시작되었다. 집에 있는데 (당연히 하루 종일 집에 있다.) 개미 한두 마리가 보였다.
손으로 꾸욱... 눌러서 흔적을 없애버린다.
며칠이 지난 뒤 개미들이 일렬로 다니기 시작했다. 모두 죽이기에는 개체 수가 많아 보여 일단은 그들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따라가보았다.
주방의 작은 틈에서 하나둘씩 나오고 또 들어가고 있었다.
물티슈를 가지고 한 번에 쓸어버렸다. 입구는 끈끈한 고무 스티커로 막았다.
하루가 지난 뒤, 더 많은 개미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제 영역을 넓혀 방 사이사이도 제집 드나들듯 움직였다. 나는 갑자기 개미도 사람을 무나? 궁금해졌다. 개미에게 물려본 적은 없는데, 이 조그만 것들이 날 물기 시작한다면 난 벼룩 시즌2에 해당하는 엄청난 공포를 가질 것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정답은 yes. 개미들도 사람을 문다고 한다. 물리면 엄청 가렵다고...
나는 곧장 마트로 향했다.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개미 약의 사진을 찾아 직원에게 보여주니 곧장 위치를 알려주었다. 집에 돌아와 이곳저곳 개미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뿌렸다. 분홍색의 액체였다. 개미가 이걸 먹고 자기들 집에 돌아가서 죽는다고 한다.
정말 신기하게도 며칠이 지나니 집안에 개미가 전부 사라져 있었다.
우리 집은 15층인데 너넨 어느 집에서 대체 넘어온 거니.
개미 약 안 뿌리면 또 우리 집에 놀러 올 거니?
벌레가 많은 나라에 살다 보니 이웃집들도 다 공포의 대상이 된다.
옆집이 너무 더러우면 바퀴를 우리 동네로 끌어들일 것 같고,
옆집이 너무 깨끗해도 바퀴가 옆집에는 안 가고 우리 집에 올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