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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Aug 24. 2022

대만생활_ 푸롱(福隆)여행의 비극

" 푸롱여행의 비극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4



주말! 

미니언니와 타이베이근교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카페에 안들어가도 좋으니 바닷바람이라도 쐬고 싶다고 이야기가 나와서 타이베이 근처로 이곳저곳 찾아보다 발견한 이 곳,

푸롱 ! 



이름부터 너무 귀여웠다. 푸롱푸롱


전날 저녁에 과음을 했지만 다음날 아침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오랜만의 단잠이었고 여행을 간다는 생각에 너무 행복했다. 


아침부터 집안이 복닥복닥했다. 

언니랑 선크림도 열심히 바르고 모기퇴치제도 꼼꼼히 뿌리고 구글맵에서 기차 시간표를 다시 확인한 후에 

송산기차역으로 향했다. 송산역은 밥먹으러만 와봤지 실제로 기차를 이용해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너무 행복했다. 







코로나로 기차운행을 안하면 어쩌지...했는데 기차들은 팬데믹 상황에서도 열심히 운행중이었다.

기특하기도 하지. 

기차타고는 예스진지로 유명한 스린이랑 지우펀만 가봤는데 

대만에서 나에게도 새로운 여행지가 있다고 하니 또 이 점도 묘하게 설렜다. 

원래 언니랑 나는 사진찍는걸 엄청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 날은 신이나서 기차플랫폼에서, 기차 안에서, 이동하는 길목에서만 셀카를 몇장을 찍었는지 모르겠다. 언니랑 함께 찍은 셀카는 이 날이 가장 많을 것이다. 




기차가 푸롱역에 도착했다. 

기차역을 나오자 마자 환한 풍경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코로나로 내내 집안에 갇혀있느라 마음 전체가 구름속에 가려진 듯 먹먹했는데 

푸롱의 풍경을 보자마자 마음 속 구름이 한순간에 걷혔다. 

마치 커튼콜이 열리듯, 기쁨과 박수와 함께 천천히 천천히 말이다. 

미니언니랑 박수를 쳤다. 

언니랑 마주보고 한참을 웃었다. 

"언니 나 너무 행복해!!!"

"우리 이 날은 꼭 기억하자!" 

라고 무슨 쇼생크탈출이라도 한마냥 한바탕 신이나서 영화 한 편 찍었다. 



푸롱역은 푸롱도시락이 유명하다. 푸롱 기차역에서 나오면 양 옆으로 다 제가 원조라고 하는 푸롱도시락집들이 위치해있다. 

인터넷에 찾아봤는데 솔직히 다 비슷해보이고 여기선 여기가 제일 유명한 데라고하고 저기선 저기가 유명한 곳이라고 해서 

그냥 아무데나 가서 먹기로 했다. 

 

코로나 시국이어서 푸롱역은 정말 사람이 거의 없었고,

관광객들은 차 문을 열어놓고 푸롱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대만사람들도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도시락을 먹는걸 보니 푸롱도시락이 현지에서 유명하기는 한가보다. 






도시락을 포장하고 슬슬 바닷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지만 너무 신이났다. 

그런데 한 10분쯤 걸었을 때, 전동자전거 빌려주는 가게가 나타났다. 

푸롱은 원래 푸롱도시락+전동자전거로 바닷가 근처거리 구경 => 이 코스로 여행을 하는데,

사실 코로나라 우리는 전동자전거는 당연히 영업을 안할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도시락집이 있는 푸롱역 쪽 전동자전거 가게들은 모두 영업을 안한다고 했었다.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장님에게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지 물어보았는데......

그가....... 당연히 ..된다고 했다..!!

와!!!!!!!!!!이런 일이!!!!!!!!!!






가격도 묻지도 않고 두대를 빌려달라고 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아서 음료수도 사먹었다. 

뭐든 팔아드리고 싶었다. 

왜냐면 마치 나만을 위해 열어둔 가게 같았기 때문에...




우리가 빌린 전동자전거 � 







전동자전거를 룰루랄라 타며 푸롱 숲길을 달렸다. 

사장님이 숲길을 조금만 더 가면 해변길이 나온다고 했다. 

자전거도 초록초록해서 너무 예뻤다. 

오분정도 가다가 언니랑 멈춰서서 도시락을 먹기로 했다. 





도시락 먹기 전 또 사진 백만장 찍기. 

가만히 풍경만 찍어내도 멋진 파란하늘과 초록색 나무.



두구두구 드디어 공개되는 푸롱의 도시락. 


언니랑 도시락을 먹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우리 오늘 운이 왜이렇게 좋지?"

"진짜 오늘만은 꼭 기억하자"

"오늘 정말 꿈만 같다..."


등등 평소 표현이 많지 않은 우리였지만 이날은 정말 입이 닳도록 행복했다. 








그렇다고 또 엄청난 뷰 앞에서 먹지는 않았다. 

그냥 이런 강가뷰...




짜잔. 

80원이었나? 그랬던 것 같은데 안에 야무지게 많은 고기들이 들어있다. 

짭쪼롬하게 맛이 있었다. 

이걸 먹으려고 푸롱까지 가? 라면 말리겠지만 푸롱에 여행차 들렸다면 한번은 꼭 먹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지만의 분위기가 주는 선물같은 특별함도 있으니. 

이 날의 푸롱여행 사진은 아쉽게도 여기서 끝이다. 

그 이유는.. 

우리는 푸롱도시락을 먹자마자 푸롱을 떠나야했기 때문이다. 

언니랑 도시락을 반정도 먹은 후 나머지 도시락 반은 남겨두고 바닷가 앞에서 먹기로 했다. 

도시락을 잘 포장한 후에 다시 자전거를 타고 해변길로 떠날 참이었다. 

그때 언니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악!!!"

"왜그래??"

내가 물었다. 

"아 아냐, 발을 찧였어."

언니를 쳐다보니 자전거 페달쪽에 발쪽이 찝힌 것 같았다. 

살짝 긁혔겠거니 생각하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언니, 출발안해?" 

움직이지 않는 언니를 재촉하며 내가 물었다. 

"잠깐만."

언니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그저 서있었다. 

많이 다친건가? 싶어서 언니의 발쪽을 쳐다봤는데, 그제야 정말 큰일났다 싶었다. 

언니가 신고있던 하얀 운동화가 피로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놀라서 자세히 가서 보니 아예 아킬레스건쪽이 깊게 베여있었다. 

자전거 타다 어떻게 이런일이 생기지 싶었지만 더 생각할 틈도 없이 차 한대도 다니지 않는 이 숲속에서 어떻게 병원까지 빨리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해야했다. 

일단 언니에게 기다리라고 한후 전동자전거를 타고 원래 빌린 가게로 달렸다. 

가게 주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콜택시를 불러주겠다고 했다. 

그 사이에 언니도 다친 발을 끌고 가게까지 넘어왔다. 

택시를 타고 근처에 있는 병원에 가달라고 했는데 삼십분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언니의 발에서는 끊임없이 피가 나왔다. 

겨우 병원에 도착했는데, 언니가 더워서인지 다쳐서인지 체온이 조금 높아서 

병원에서는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코로나 검사를 한 후에야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싶어서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는 그냥 타이베이로 가자고 했다. 

그래서 택시를 불러서 타이베이까지 다시 돌아갔다.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부채질을 하염없이 했다. 

다음 병원에서는 정상체온이 나와야했기 때문이다. 

집 옆에 있는 병원에 갔다. 

다행히 이 병원에서는 코로나 검사에 대한 이야기 없이 응급실로 들여보내 주었다. 







접수 후 대기중인 미니언니..

진짜..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싶을 정도로 휘몰아친 하루였다. 

접수가 끝나니까 그래도 다행히 한숨이 놓였다. 

아까와는 다르게 큰 병원이고, 바로 꼬매준다고 했으니까 이제 다 괜찮겠지 싶었다. 




엄청 많이 꼬맸다...

의사선생님 말로는 아킬레스건이 하마터면 다칠 뻔 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그러지 않고 비스듬히 비켜갔다고. 


언니는 꼬매는 내내 울었다. 


언니를 더이상 붙잡지 않고 한국으로 보내주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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