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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Aug 24. 2022

대만생활_ 미니언니의 귀국결정

" 미니언니의 귀국결정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4


타이베이메인스테이션, 한화원, 서브웨이 샐러드



(왼) 타이베이메인스테이션 

(우) 지하철

타이베이처짠의 모든 것들이 문을 닫았다. 

길을 잘못들면 큰일난다. 노숙자들과 일대일 대면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길고긴 지하터널을 걷고 걷다보면 폐쇄된 통로와 출구들도 많아 가뜩이나 헤메이는 이곳에서 길을 잃고 만다. 

어둡고 축축한 지하통로에서 길을 잃으니 이미 수십번도 더 와봐서 익숙하다 느꼈던 이 공간도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람도 길도, 변함없을 것 같은 것들에게도 

이질감은 한순간에 다가온다. 

그래서 사람에 대해 배우고 싶으면 연애를 해보아야 한다. 

길게 보고 자주 보고 마침내 그 사람에 대해 다 알았다고 

“이렇게 할거야. 나는 걔를 알아.” 

자만했을 때,

순식간에 모든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순간이 오니까. 




열심히 열심히 식단을 관리중이다. 

오늘은 서브웨이 참치샐러드와 저녁에는 마늘달걀간장비빔밥을 해먹었다.

생마늘을 아삭아삭 씹으면 너무너무 맛있지만 위가 아프다. 

하지만 생마늘을 아삭아삭 씹어 먹을 수 있는건 한국에 사는 독신만의 특권이다.

마늘은 냄새나고 사람들은 마늘향 음식은 좋아해도 마늘냄새 풀풀 풍기는 사람은 싫어하니까. 

대만에서는 밖에 나갈일이 없으니까 마늘 듬뿍 넣은 비빔밥을 해먹을 수 있다. 

집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가고 있다. 

식단관리를 안할때의 샐러드는 김치 같다. 백김치.

마늘향, 불향, 고추장맛, 토마토소스 듬뿍 듬뿍 담긴 일반식에 곁들여 먹는 샐러드는 상큼하고 아삭해 입맛을 보조적으로 돋구어준다. 

시원한 물맛이 난다. 

반면 식단관리를 열심히 할때의 샐러드는 무지개 맛이다. 

맑은 수채화 물감에 물을 살짝 묻혀서 아삭아삭 씹는다. 

까만 올리브를 먹을때면 까만색은 이런맛이구나. 하게 된다. 



저번주 언니랑의 산책이 좋았어서 또 집근처 산책을 나왔다. 

오토바이 주차장이 귀엽다. 

얌전히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저녁에는 평화롭게 노래를 듣고 

혹시나라도 차에 치일 걱정도, 불친절한 직원에게 기분이 나쁠 일도 생기지 않을 텐데 

하루하루가 신경이 곤두세워져 있다. 

잔뜩 화가난 치와와가 되었다. 





저녁은 또다시 한화원. 

내 글에서 한화원만 도대체 몇번이 나오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정도면 명예단골 시켜줘..

언니랑 작정을 하고 음식을 주문했다. 매운 짬뽕 두개에 볶음밥, 그리고 깐풍기. 

단무지 안주는 한화원이니까 단무지도 추가추가추가. 

처음에는 맥주로 시작한 소박한 음주파티가 나중에는 편의점에서 사온 금문고량주로 마무리 되었다. 

불면증이 너무 심해서 다크서클이 코끝까지 내려왔다. 

술을 마시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오늘은 무조건 잘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드니까 더 그랬다. 

나는 타로점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미니언니가 한국에 돌아가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를 타로로 점쳐보기로 했다. 

언니는 요새 몸도 좋지 않아서 사실 타로를 굳이 보지 않아도 돌아갈 것 같았지만 말이다. 

술에 잔뜩 흥이 오른 상태로 둘이 낄낄대며 타로카드를 섞고 뒤집었다.

질문은 긍정형.

Q. 대만에 계속 남아있는게 좋을까요?

결과는 부정형.

A. No.

남아있을 경우 어떤 점이 좋지 않은 건지도 여러장 카드를 뽑아보았는데 전부 다 부정적인 카드가 나왔다. 

내가 거짓말을 칠 수도 없을 정도로 카드의 그림자체도 불길해서 미니언니도 보자마자 

"어우... 나 가야하나봐 진짜..." 라고 할 정도였다. 

그래서 언니는 가기로 결심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날 코가 삐뚤어지도록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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