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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라 Dec 23. 2022

대만살기_ 공항작별

공항에서의 마지막 인사 "

   

   


                                                                                                     직장인으로 대만살기_week 18




언니와의 작별이 무지막지하게 싫었나보다. 

어제 먹은 시큼한 냉면이 역시나 상했던 건지, 나는 밤새 복통에 시달렸다. 

안익은 치킨을 먹고 배앓이를 하던 그 날과는 비교도 안되는 강한 통증에 온몸이 마비가 되었고, 나는 참고 참다 결국 미니언니에게 sos를 쳤다. 

아무래도 응급실을 가야할 것 같았다. 

언니는 나를 데리고 로비에 가서 택시를 불렀고 나는 로비에 제대로 서있을 힘조차 없어서 거의 바닥에 눕다시피 했다. 

응급실에서는 또 코로나 타령을 해댔다. 

내가 아픈 상황에서 미니언니는 중국어를 잘 못하니 직원들과 소통이 어려웠다. 병원에서 접수 문제로 20여분정도를 더 실랑이를 벌였을 때, 

두시간 가량이 넘게 진행되던 내 복통이 갑자기 잦아들었다. 

나는 갑자기 차분한 목소리로 간호사와 바디랭귀지로 다투고 있는 언니를 불렀다. 

"언니.."

"집에 가자.."

"나 이제 안아파.."

간호사와 언니 둘다 벙쪄서 나를 쳐다봤다. 

과호흡이 와서 손도 못피고 통증을 호소하더니 갑자기 이렇게 낫는다구..?

나도 황당했지만, 어찌되었든 더이상 아프지 않았으니 우리는 걸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너무 급해서 잠옷차람이었는데 이 차림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려니 아무리 깜깜한 밤이라고 해도 조금 부끄러웠다. 

그리고 순식간에 나아버린 내 상태도 마찬가지로...

몸도 언니를 보내기 싫어서 아팠나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미니언니가 떠나기 하루 전, 저녁 12시. 

나의 응급실소동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언니는 걱정되니까 방문을 열어놓고 자라고 했다. 

이렇게 마음씨가 따뜻한 사람을 한국에 보내야 한다니...

갑자기 배가 또 아파지고 싶어졌다. 








풀에 지쳐 잠이 들고, 마침내 아침이 되었다. 

분주하게 짐을 다시 정리하고, 언니랑 공항에 갈 준비를 했다. 

우버를 부르고, 공항에 가는 길 내내, 창밖을 바라보았다. 

타이베이의 하늘은 맑았다. 

다리가 아픈 언니를 대신해서 캐리어를 끌었다. 

그래도 반년이나 살았다고 짐이 한가득이었다. 




비행기에는 여전히 사람이 없겠지?

대만에 들어올때도 5명이서 탔었는데...

아쉬운 내 마음과는 다르게, 공항에는 사람도 없어서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10분도 안되어서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표를 받았다. 




이제 진짜로 작별이다. 

언니랑 출국장에서 마지막 포옹을 하고, 인사를 나누었다. 

재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에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사진으로도 남기고 싶고, 눈으로도 남기고 싶어 안절부절했다. 

언니가 돌아가고, 

혼자 공항철도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서 열차를 기다리며 울고 있는데, 

로니에게 언니를 잘 보내주었냐고 연락이 왔다. 

잘 보내주었다고, 나는 지금 조금 슬퍼서 울고 있다고 했는데 로니가 또 기분이 상하는 말을 해댔다. 

"뭐가 슬퍼?" 

"함께 지낸 시간이 있는데, 이별은 당연히 슬픈거잖아."

"그 언니는 한국 돌아가서 기쁠걸? 돌아가면 가족도 있고."

"너는 왜 항상 그런식으로 말해? 언니가 기쁜거랑 내가 슬픈거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슬플 수 있는거잖아."

"내 말은, 그러니까 너도 슬퍼하지 말라는거지."

사람같지도 않은 로니의 정없는 말에 오늘은 내 감정이 벅차서 더이상 연락하고 싶지도 않아서 저말을 끝으로 답장도 하지 않았다.





집근처에 도착해서 편의점에 들어갔다. 

오늘은 하루종일 집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서, 미리 편의점에서 죽을 샀다. 

집에 가는 길에도 진짜 이제 나 혼자라는 것이 실감이 나서 

눈물이 투두두둑 떨어졌다. 

내가 이렇게 약한 사람이었나...




냉장고에 죽을 넣으려고 문을 여니, 언니가 놓고간 푸딩이 보였다. 

언니가 좋아하던 거라 내가 한국에 가져가라고 사준건데, 냉장고에 있어서 까먹고 놓고갔나보다. 

푸딩을 보니 또 눈물이 났다. 

푸딩은 다시 냉장고에 넣어놨다. 

언니가 진짜 그리울 때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텅 비어있는 미니언니의 방.

텅 빈 거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별은 겪고 겪어도 견딜 수 없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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