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한다! 며 도파민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견디는 삶에서 멀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묵묵히, 꾸준히 하는 삶 말이다. 내가 동경하는 초심은 그런 곳에 있다. 물론 견디려면 하고 싶은 일이고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전제 조건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돈이 결정권을 좌우하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돈은 물론 중요한 요소지만 돈과 상관없이 내가 이 일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서 결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는 힘듦은 견디는 것임을 받아들이길.
예를 들어 보자. 슬기 씨는 AI의 윤리학에 대해 책을 써 보면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다. 제안을 받고 좋았다. 자꾸 그쪽으로 관심이 가서 안 그래도 관련 글을 쓰던 중이다. 삶이 자신에게 보여주는 방향인 것 같아 기쁜 마음으로 승낙한다. 원고를 쓰다 보니 자료조사 해야 할 일도 많고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쓰는 고통과 안 쓰는 불안을 안고 매일을 살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슬며시 '내가 얼마 받겠다고 이걸 하지'싶은 불만이 올라온다. 어렵게 운을 떼 출판사에 원고료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 물어본다.
유명 출판사가 아닌 곳에서 출간하는 유명작가가 아닌 사람의 책은 큰돈을 벌어주지 못한다.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시작한다. 자신이 이 돈을 받는 결과를 내는데 이 시간을 쓰는 게 맞는지 말이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감사함은 사라진 지 오래다.
제안을 받고 기쁜 감정으로 일을 시작해도 이럴 텐데 제안을 받고 아무 감정이 없었거나 하고 싶지 않았던 경우는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제안을 듣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할 때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열정을 바쳐서 한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힘든 일, 견뎌야 하는 일은 그저 받아들이고 흘려보낸다.
과정에서 오는 힘듦을 견디고 싶지 않아 결과물로 나올 돈과 비교할 때 처음의 마음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