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기르는 법
대학에 다니며 교직이수를 했다. 교대에 가지 않았어도 교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교직 과목을 수강하면 교직 이수증을 주는 제도인데, 그 과정에서 인상 깊게 들은 내용 중 하나가 '나선형 교육과정'이라는 이론이었다.
이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비슷한 내용을 가르치되 쉬운 단계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심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도형의 넓이와 부피에 관해 가르친다고 해 보자.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나무 블록을 쌓아 가로 10개, 세로 10개 길이의 네모 모양을 직접 만들고 그 안에 몇 개의 나무 블록이 필요한지 직접 세는 경험을 통해 도형이 '넓이'를 갖는다는 것을 학습한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은 나무 블록을 세고 나서, 이 수를 더하고, 빼고, 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우고 사각형과 삼각형과 원에 대해 배운다. 3학년은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의 차이에 대해 배우고, 초등학교 4학년은 이등변 삼각형과 각도에 대해 배우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도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배우게 된다.
도형의 종류에 대해 배울 때 수업을 귀담아듣지 않았다면, 그다음 해 도형의 넓이에 대해 배울 때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더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중학생 때 수학 공부를 전혀 안 하다가 고등학생 때 열심히 해서 따라잡는 친구들이 있는 것처럼, 언제가 되었든 노력을 기울이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
살면서 인생도 나선형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인생은 우리에게 비슷한 유형의 숙제를 계속해서 내준다. 압박을 주는 상사가 싫어서 부서를 옮겼다고 해서 남은 사회생활 동안 그런 상사를 만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스스로 그 압박을 이겨내는 힘을 기르지 않는 한, 괴로움은 계속될 것이다. 또, 이 일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맞는지 고민이 되어 일을 그만두었는데, 조급한 마음에 얼마 못 가 다른 직장을 덜컥 잡고 일을 시작했다면 고민은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된다.
반대로 처음 어려움을 겪을 때 이겨내는 방법을 터득하면 그다음에는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을 상대해 내기 쉬워진다. 실적 압박을 주는 상사,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배우자, 다른 사람들의 비판과 지적을 들으면 화가 나거나 무기력해지는 자신의 성향. 우리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 본질적으로 우리를 자극하는 것들을 이겨내거나, 강해지거나, 초연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쉽게 되지 않는다. 이것들은 매번 다른 듯 비슷하게 우리를 자극해 오고, 그럴 때마다 '왜 또 이 상황이야'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왜 또...!'라는 생각 대신 '나선형 교육과정'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다음에 또 만나게 될 숙제니 이번에야말로 담판을 보겠다고 다짐할 수도 있겠고, 이번에는 피하지만 다음에 같은 문제를 만나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공략법을 생각해 보고 다음번에 노력을 더해 이겨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언제' 그것을 해결할 것인지는 당신의 자유다.
나선형 교육과정과 인생이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인생의 문제들은 그 난이도가 쉬운 단계에서 어려운 단계로 점진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먼저 인생의 매운맛을 잔뜩 보고 눈물 콧물 빼며 강해지는 법을 배울 수도 있고, 백신을 맞는 것처럼 쉬운 유형에서부터 어려운 유형의 문제를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공통점은, 거의 모든 문제는 반복되고, 이겨내면 쉬워지며, 그렇지 않다면 다음을 기약하면 된다는 것. 그러니 실패해도 된다. 문제를 해결할 문제(문제가 생겨야 그 문제를 마주하고 당신만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으므로)는 언제가 되었든 다시 올 것이니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