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배낭여행
혼자 여행할 때 숙소는 주로 호스텔을 선택한다.
전에는 낮은 가격부터 검색했지만, 요즘은 중심지로부터 거리가 우선순위다.
호스텔을 고를 때 고려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평점이 좋아야 하고 여성 전용 도미토리가 있어야 하고 커튼이 있어야 한다.
그런 조건을 가진 호스텔이면 조금 비싸도 선택한다.
많은 호스텔을 이용해 보다 보면 가끔 이상한 곳이 걸릴 때가 있다.
분명 평점은 좋은데 분위기가 친화적이다 못해 여기가호스텔인지 친구 집인지 누가 잠깐 놀다 가라고 빌려준 곳인지 알 수 없는 곳이 있다.
주인과 게스트가 서로 어울려 술도 마시고 음식도 해 먹고 청소는 대충대충 하는 것 같고 물건은 여기저기 굴러다니고.
그런 호스텔에 머물면 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영어가 능숙했다면 또 달랐을까?
하여간 기억나는 숙소들이 많지만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 묵은 호스텔도 꽤 이상해서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일단 현관에 호스텔 표시가 없다.
낙서가 돼 있는 건물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와 낡은 계단을 올라오면 문에 떡 하니 호스텔이 닫혀 있다는 푯말이 붙어 있다.
리셉션도 따로 없고 스태프들은 친구의 친구들이 와 있는 것 같다.
출입문 열쇠도 주지 않고 무엇보다 내가 온 날 손님이 나 한 명뿐이었다.
어쩌다 여길 검색에서 예약했는지 모르겠다.
옛날 저택이었을 이곳은 커다란 방들이 침실로, 거실 공간이 공용공간으로 쓰이고 부엌과 화장실이 하나씩 있다.
청소 상태는 엉망이고 욕실 겸 화장실이 하나인데 문도 잘 잠기지 않는다.
여러모로 아주 애매하다.
물론 스태프들은 친절하다.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들어와 맘대로 있다가 나가라는 분위기다.
첫날 열쇠를 주지 않아 저녁 먹고 돌아와 닫힌 문 앞에서 허둥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들어왔는데 오늘 또 나갔다 들어오려 하니 문이 잠겨 있었다.
이번에는 진짜 화가 나서 문을 두드리고 험한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밖에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마침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다행히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숙소가 아니었다.
숙소는 옆집이었다.
숙소를 찾아올 때 길잡이가 되는 대문 사진을 보내왔는데 낙서가 잔뜩 되어 있었다.
그것만 생각하고 열심히 낙서가 되어 있는 문을 두드린 건데 그런 문이 바로 옆에 또 있었던 것이다.
어젯밤도 나는 엉뚱한 문을 두드렸고 창밖으로 나에게 손짓하는 스태프를 보고 제대로 된 현관으로 들어간 모양이다.
영원한 길치는 그렇게 내가 잘못해 놓고 뻔뻔하게 화를 내고 말았다.
얼마나 창피하던지.
그러나 보시라.
내가 헷갈리지 않겠는지.
그런데 이 숙소에는 고양이가 산다.
이 고양이가 숙소의 평점이 높은 이유일 거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