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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 Jun 14. 2023

16주 하고 4일

d- 164

내게 아기가 왔다. 

아직은 뱃속에 자리잡은 나의 작은 아기. 태동조차 느껴지지 않는 16주 하고 2일차 임산부다.

아기가 나에게 오기까지는 2년의 시간이 걸렸다. 휘향찬란한 방법을 도모하여 생겼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와준 아기에게 난 감사하다. 결혼 후 아기가 생기지 않아 많은 자책과 실망을 했었다. 하지만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날에 선명한 빨간 두줄이 내 눈시울을 붉혔다. 


임신이라는 복은 간간히 긁으면 천원정도 본전으로 긁히는 스피또보다 한참 어렵지만. 그 충격은 보다 엄청 크지도 작지도 않다. 나는 아기를 갖게되면서 불안감이 함께 스며들었다. 유산을 경험하였거나 크게 아파본적이 없었지만 2년동안 기다렸던 만큼 모든것이 궁굼하고 어색하고 무서웠다. 먼저 처음 임신이 되었을 때 나는 일본여행을 다녀온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였다. 참치도 먹고, 맥주도 먹고, 머리에 염색도 하고 갔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인터넷상에서 임산부가 하면 안 되는 몇가지 중 세가지나 한 셈이였다. 여느 임산부들이 그렇듯 임신테스트기에 떠오른 두 줄을 보자마자 생각나 걱정이 되는 엄마...가 되어가는 시작인 것이다.


테스트기를 한 날은 주말이였기에 다음날인 일요일에 한번 더 해보고 또 그 다음날 남편이 휴가를 내 함께 내원했다. 병원에 가면 우선 피를 뽑고 의사와 상담을 한다. 병원에 간 날은 딱 생리날이 였는데 그날 간다고 하더라도 초음파나 임신확신, 아기집은 볼 수 없다. 99%의 임신사실을 확인하고 다음주에 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익히 드라마에서 입덧과 함께 테스트기두줄, 그리고 병원에서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 를 외쳐주는 곳이... 있을까? 싶다. 약간은 찜찜한 임신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부터 나는 불안에 떨었다. 다음주에 갔는데 임신이 아니면 어쩌지? 하는 쇠똥구리의 똥같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똥은 일주일 내내 잘 자라서 나를 깔아 뭉게 일주일동안 멕아리없이 한짐을 싣고 다녀 가라앉은 트럭같았다. 드디어 병원가는 날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병원에 간다. 접수를 하고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질초음파를 했다. 아직 배위로 하는 초음파는 아기집이 작아서 보이지 않기 때문에 라고 했다. 드디어 보인다 나의 아기의 집. 동그란 집을 보니 나도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직접 임신을 해보니 느끼는 것은 아주 다양하다. 배가 늘 살살 아프고 태동이 있기 전까지 뱃속에 아기가 잘 있는지 없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혹시나 아기가 잘못된 것은 아닌지 늘 의심하고 걱정하는게 일상이다. 내가 이렇게나 걱정이 많은 사람이 였던가. 대담하고 나대기를 좋아하던 나의 당찬 모습은 어디로 가버린 건지. 매일 하나씩 올리던 인스타 스토리도 더 이상 올리지 않게 되었다. 쓰잘데기 없는 걱정에 휩싸이다 보니 일상에 90%가 내 배였다. 오늘따라 배가 아픈 것 같고 방귀가 너무 많이 나오는 것 같고... 가슴이 왜 한쪽만 아픈건지, 머리는 또 왜 이렇게 아픈건지. 하는 놓아두면 생각도 안 나는 것들을 억지로 느끼고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까칠해지는 피부는 또 왜이렇게 힘들게 하는 건지, 안 그래도 건조한 내 몸뚱아리는 수분을 끌어모아 양수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비듬이며 피부에서 건조함이 한껏 우수수 떨어져 나왔다. 난 그 가루들을 보며 “그래 그래도 나에게 뽑아갈 수분이 있었음에 감사한다” 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물을 마셨다. 원래 물을 잘 마시지 않은 나에게 물 마시는 일은 참 힘들었지만 열심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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