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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지 Jul 29. 2023

23주 하고 1일

D-118



태아보험.

(이건 태아보험의 광고가 전혀 아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미루고 미루던 태아보험을 이제서야 끝냈다. 다른 예비 엄마들은 아기를 갖자마자 해결해 내는 일이지만 나는 성격상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가 23주 이후에는 보험에서 빠지게 되는 항목이 있다고 하여 끝내 어제 해결했다. 정말 엄마가 되는 과정, 아이를 낳게 되는 과정에는 수없이 할일이 태산이다. 아기를 뱃속에 품고 있는것도 신경이 쓰이는데 또 다른 일들이 나를 기다린다. 


사실 이 보험을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정말 고민이 많았다. 요즘은 안들면 이상한 엄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뿐더러 미래에 자식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으로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보험'이라는 건 내가 생각할 때 굳이 필요해 보이진 않았다. 무엇하나 장담할수 없지만 나도 건강하고 남편도 무지 건강체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나의 생각은 TV, 설계인의 말들에 팔랑귀가 된다. 남편의 친구는 아기도 낳아보지 않은 보험설계사 였다. 일단은 신뢰가 가지 않았지만 이사회가 어떤 사회인가! 인과 연이 없이는 살아갈수 없지 않나. 나 또한 보험이 몇개 없는 인간으로서 그 친구는 나를 이겨버리겠다는 심산을 가졌을지 모른다. 

결국 졌지만 말이다. 그 과정은 이러했다. 1. 전화를 건다. 2. 세상 슬프고 아픈 아이들이 주변 경험으로 가져와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3. 먼 미래를 상상하게 하여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시킨다. 나는 마음이 착잡했다. 


라때는 없었던 태아보험. 물론 필요로 요하는 사람은 많았겠지만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의 건강을 가지고 미리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보험을 들면 그만이지만 막상 보험들 들때 따져봐야 항목이 너무 많았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입에도 담기 싫은 병명들을 내가 예상하고 로또번호를 찍듯 선택해야되는 점도 너무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줄줄이 적혀있는 병명을 보고있자면 하나도 거를게 없었다. 결국 형편에 맞지도 않는 비싼 보험을 들고야 말았다. 잘한 선택이라며 남편과 악수를 하고 서로를 토닥였지만 한달에 한번씩 생활비를 쪼개어 15만원 상당의 금액을 낼 생각하니 앞으로의 20년이 까마득 했다. 하지만 아기에에 해줄수있는 첫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20년을 버텨 봐야지. 다음달부터 야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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