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앤수 파리에 2

20230209

by 쵯수진

샹젤리제 거리를 걸어보며 라파예뜨를 최종 목적지로 하는 파리 이틀차!!


수빈이의 방학 늦잠은 파리 시차 적응을 위한 연습이었는지 입북동에서 늦게 자고 느으으읒게 일어나는 버릇이 파리에서는 완벽한 수면 스케줄이다. 반면, 수면 예민감이 높은 나는 일찍 잠들고 너무 이른 기상을 하고 있다. 지금 역시 파리 시간으로는 새벽 4시 30분을 넘기고 있다. 쌔근쌔근 수빈이의 잠 소리를 배경음악처럼 듣고,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고, 책상 스탠드 조명 하나에 블루투스 자판기를 치며,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를 오마주 하고 있다.

오늘도 먹거리에는 인색한 하루였다.

아주 이르게 시작한 아침도 아니지만, 영업 시작한 식당이 없어 조식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스타벅스서 하기로 했다. 크로와상이 너무 맛있다. 톨사이즈의 커피는 그란데 사이즈만큼 인심이 후한 것 같고, 다들 바쁜 아침 간단히 식사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조용한 스타벅스를 나와 걸어도 충분하겠지만, 이동은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프리나우라는 이동수단 앱을 미리 깔고 첫 사용을 해보려 했지만 두 번의 시도 끝에도 택시가 배정되지 않았다.


다행히 번화가 숙소의 장점이 빛난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고 샹젤리제 거리로 향한다.


어제부터 택시 운이 나름 괜찮다. 기사님이 친절하게 이것저것 물어봐 주시고 또 질문하면 상냥히 대답해 주신다. 마지막 내릴 때는 아직 쌀쌀하니 추위 조심과 지갑 잘 챙기고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당부까지 해 주신다.

수빈이는 럭셔리 브랜드에 관심이 많다. 수빈이의 파리 계획의 1순위가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루이뷔통 매장을 들어가고, 라파예트 백화점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2017년의 샹젤리제 거리서는 디즈니 매장을 제일 좋아했는데, 2023년에는 하이 브랜드 매장에 가고 싶다 하니 참 성숙해진 아이다.


여행 성수기는 아니라 거리에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익숙한 이름들의 쇼룸들을 지나 쿠사마 야요이와의 콜라보로 샹젤리제의 랜드마크가 돼버린 루이비통이 보인다. 수빈이 말로는 오픈런 줄이 길거라 예상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입장하기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수빈이가 환공포증이 있음에도 유명 건물이라 보고는 싶었다며 줄까지 서고 싶진 않단다. 몇 장 사진에 담긴 루이비통과 이별하고 에투왈 개선문으로 이동했다. 파란 하늘과 봄 같은 나의 옷차림은 이질감이 없다. 다만 지나가는 빠리지앵들은 아직 겨울이다.

이제부터 수빈이의 시간이다. 개선문부터 라파예뜨 백화점까지는 걷기로 했다. 구글맵이 발명되기 전에는 종이 지도를 읽을 수 있는 자가 최고의 여행 자였다지만, 나이 좀 있는 나는 종이도 기계도 영 어설프다. 하지만, 수빈이는 아빠를 닮았는지 지도를 잘 본다. 예전 바르셀로나에서 길 잃은 큰 양을 올바른 길로 인도한 것도 수빈이었다.


핸드폰을 켠다. 구글맵을 연다. 안내 시작이다. 팔짱은 꽉 낀다. 그녀만 따라가면 된다. 내가 앞서려면 팔짱에 힘을 주어 나를 제지한다. 살짝 경로를 벗어나도 전혀 긴장하지 않는다. 다시 걸으면 되니까. 번화가에서 골목을 지나 김영하 선생이 애정한다는 발자크 기념 동상도 보고 피카소 미술관 이정표도 보고 큰길로 나오니 쁘랭땅 백화점이 비스듬히 보인다. 저곳까지만 가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구글맵을 끈다. 목적지다. 사람이 많다. 특히 거리서 보지 못했던 중국어권 사람들이 명품 매장 0층에는 한 가득이다. 작년 가을부턴가 해외여행을 가게 되면 모은 용돈으로 나와 아빠에게 조금 비싼 선물을 해주고 싶다 했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게 된 라파예뜨다. 가고 싶은 브랜드엔 대기를 꽤 해야 했다. 나도 수빈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너의 퍼스트 럭셔리 브랜드로 무엇이 좋을까 가격의 한도를 정해 고르라 했다.


디올의 카드 홀더를 마음에 들어 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선물했다. 사실, 나는 소위 말하는 명품 브랜드의 사치품은 아직도 갖고 있지 않다.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 선뜻 사기에는 가격의 큰 벽을 넘어 가방이든 신발이든 옷이든 만만하게 쓸 자신이 없어서다. 그런데, 수빈이에게는 럭셔리 브랜드를 공부하게 하고 싶다. 허영을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트렌드 선도를 하는 것이 그들이므로 눈을 살짝 높고 넓게 보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여행자 외국인으로서의 힘든 쇼핑 여정은 끝을 냈다.


이젠 라파예뜨를 찾은 두 번째 목적이다. 고개를 들어 돔 천장을 보라. 환상적이고 이국적인 돔 내부가 우리 머리 위에 있다. 다음은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러 가자.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고 에스켈러이터로 갈아타고 루프탑 입구를 향해 서서히 오르면 파리 시내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앞 오페라 극장도 보이고 저 멀리 에펠탑도 보이고,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선뜻 함께 해준 우리 수빈이에게 참 고마웠다.

미식 여행도 사실 계획 중 하나였지만 오늘도 그 계획은 완성하지 못했다. 만 오천보를 활보하였더니 일단은 숙소에 들어가 좀 쉬어야겠다. 오후 해는 저물고 블루 파리가 되는 순간, 우리는 동네 마실 겸 어슬렁 거리다 파이브 가이즈서 모든 토핑 다 때려 넣은 버거 두 개와 밀크 셰이크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하고, 커피 맛 집이라 소문난 숙소 로비에서 공짜 룽고 한 잔을 내려와 저녁을 먹었다. 버거의 높이가 어마해서 이건 뭐 식사 예절을 지킬 수가 없다. 수빈이랑 매장서 먹지 않길 참 잘했다며 세상 제일 맛있었던 버거를 해체하듯 먹어치웠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둘이 침대에 뒹굴거리며 나는 수빈아 너무 좋다. 같이 와서 너무 고마워를 연신 내뱉고, 수빈이는 대답 대신 내 배를 마구 쓰다듬으며 아빠도 함께 했으면 좋았을 거라 말한다.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 진짜 추억이다. 그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또 다른 여행을 계획하니까. 이 번 아빠 없는 여행의 아쉬움. 다음엔 그걸 채워 보자!!!



왠지 지금 암막 커튼을 열면 약해지는 블루 파리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즉, 날 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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