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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네나그네 Mar 07. 2022

나는 라디오 PD다.

코로나 확진 2


코로나 확진 첫날은 고통과 절박함 그리고 무서움으로 가득했다. 그럼에도 가족, 의료진, 동료들의 연락으로 안도했다. 목이 아프고 호흡이 쉽지 않아 수면 시간이 두려웠다. 확진 판정 4일이 넘어서야 잠다운 잠을 잤다. 그제야 나를 돌아보았고 세 가지 정도를 발견했다. 



 첫 번째 궁금과 미안함. 어디서 확진되었을까. 사실 이거는 정말 알 수가 없다. 누구를 만나지도 놀러 가지도 않았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에 확진이 되었을까?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기에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당시에 면역력이 떨어져 있었으리라. 공부를 하고 있었기에 수면시간도 줄고 새벽, 밤 등 짬나는 시간에는 무조건 공부만 했다. 밥도 빨리빨리 먹었고 운동과 명상도 미루었다.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전날에는 커피만 연거푸 마셨다. 이러니 당연히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스스로에게 미안했다. 제일 중요한 건강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





 두 번째 초조함. 앞서도 말했지만 오미크론이 나에게 방문했을 당시, 토익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때까지 점수를 만들자라는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건강 회복이 중요하지만 이렇게 쉬어도 될까라는 생각에 불안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동안 빨리빨리만 외치다 코로나가 오지 않았는가. 다시 공부 계획과 방식을 세웠다.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는데 그간 나를 둘러싼 불안함과 잡생각은 반이상 사라졌다. 역시 신기루에 매여있을 필요가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다.





 세 번째. 섭섭함. 회사와 출연자들에게 확진 소식을 알렸고 생각보다 내가 믿고 의지한 사람들에게는 연락이 없었다. 사실 그들이 ‘코로나 확진으로 심란할 텐데, 연락을 해도 될까’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섭섭했다. 그간 나는 그들을 별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믿고 의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TV에 나오는 오은영 박사가 출연한 방송에 금쪽이를 보면서 용기를 냈다. 눈을 감고 “ 나는 믿었구나. 그래서 서운하다”라는 마음을 인정했다. 바쁘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사라졌다. 속마음을 숨기려 하다 보니 몸과 생각을 분주히 움직이려 했다. 그리고 시끄러운 TV 소리가 없어도 잠이 솔솔 왔다. 언제나 나를 마주 보는 것은 어렵지만 보고 나면 개운하다. 



 사실 불안했다. 확진자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을 하지 않을까. 코로나로 인해 공부 시간을 뺏기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런 말들을 내가 어찌 막을 수 있을 것이랴. 또한 오미크론으로 시간을 뺏겼다고 생각했으나 지금에서야 느끼는 건. 그저 나는 멈춤이다.  누구도 내 것을 빼앗아가지 않는다. 스스로 차곡차곡 쌓은 것은 여전히 내게 있다. 실패해보아야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쉬고 돌아봐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만약 코로나를 겪지 않았다면  이 귀한 사실들을 알 수 있었을까? 아마 아주 많은 시간이 흘러서 알거나 아예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다. 지금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살다 보면 예상과 벗어나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이미 벌어진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앞날도 달라진다. 나는 오미크론이 준 지금을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자가격리 해제 후 자가 키트로 코로나 항원 없음(음성)을 확인한 사진 (직접 촬영)




P.S

지금 자가격리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분들에게.


눈앞에 감정과 생각은 몸을 움직이고 현관문을 나서면 절반은 사라집니다.

지금을 푹 쉬시고 다시 건강한 하루를 시작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사진 출처 

픽사베이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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