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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Oct 29. 2020

OIIQ(퀘벡간호협회) 면허 시험

오늘은 퀘벡 간호협회 간호사 면허 시험에 관해 이야기해 보겠다. 간호사 재교육(refresher) 과정을 이수하면 간호사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1. 시행 시기 

연 2회, 3월과 9월에 열린다. 올해 3월 시험은 COVID-19으로 인해 취소되었고 9월에 일주일 간격을 두고 두 차례 시행되었다. 


2. 응시 횟수

2년간 3회 응시 가능하다. 평생 세 번밖에 볼 수 없다. 세 번 불합격하게 되면 타주에서 면허를 받아 퀘벡주 면허로 전환하는 방법밖에 없다. 퀘벡은 학교를 졸업하면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지 못해도 CEPI (candidate ou candidat à l'exercice de la profession infirmière; 면허시험 준비 중인 간호사)로 근무 가능하다. 병동에서 한 동료가 세 차례 낙방한 경우가 있었다. CEPI로 이 년 여 근무했지만 세 번을 떨어져 더 이상 CEPI로도 일 할 수 없었다. 그 친구는 온타리오 주에 서류 제출 후 간호사 등록과 면허 시험을 본 후 그쪽 면허를 획득했다. 그 후 다시 퀘벡 주 면허로 전환을 했다. 그 친구는 일 년여 만에 복직하여 본인이 25년간 살면서 그렇게 많은 서류를 제출해 본 적이 없었다고 농담을 했었다. 


3. 시험 시간 

오전과 오후 두 파트의 시험을 본다. 중간에 1시간의 점심 식사 시간이 있다.


4. 시험 응시 비용

약 700$ 정도 된다. 엄청난 금액이다. 퀘벡 간호협회가 종전에는 주관식을 채점하는데 필요한 인력비를 운운하며 응시료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모두 객관식으로 변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해 응시 비용이 올랐으니 간호사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간호사로 일하려면 매해 면허비를 납부하는데 그 비용 또한 연 470$ 정도다. 응시료와 매해 면허 유지 비용은 tax return 시(우리나라의 연말정산) 세금 환급이 가능하다. 시험 결과는 약 한 달 후 이메일로 통보된다. 


5. 시험 형식 

45-50개의 의료적 상황이 주어지고, 전체 135-150문제가 객관식으로 출제된다. 내가 시험을 볼 때는 단답형과, 주관식이 30% 포함되었으나 현재는 모두 객관식으로 변경되었다. 문제 형식은 아래 OIIQ 웹 사이트의 preparation guide에 나온 것과 유사하다. 재교육 과정 중에 이 가이드 북을 주는 학교도 꽤 많고 도서관에서 대여도 가능하다. 책의 내용에 비해서 가격이 비싼 것 같다. 캐나다는 책 값이 비싸다.


https://www.oiiq.org/guide-de-preparation-a-l-examen-professionnel-de-l-ordre-des-infirmieres-et-infirmiers-du-quebec-5e-edition?inheritRedirect=true


6. 통과 점수 

55%, 단순히 한 문제당 몇 점이 아니라 각각의 의료 상황을 100점 가치로 보고 %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7. 언어 선택

불어 또는 영어 중 선택 가능하다. 재교육 과정을 프랑스어로 들어도 영어로 시험 볼 수 있다. 단 시험이 프랑스어로 먼저 만들어지고 영어로 번역된다. 지난번에 협회에서 발행한 통계를 보니 프랑스어로 본 응시자의 합격률이 대부분 더 높고 심하면 10% 정도 차이가 있었다. 합격률의 차이를 만드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고 본다. 


번역시 문제 : 프랑스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헷갈리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소 생길 수 있다.


학교 교육 방식 : 다른 한국 간호사들을 통해 들어보니 프랑스어 재교육 과정은 학교 시험도 OIIQ 면허 시험과 유사하게 출제된다고 한다. 영어 재교육 과정의 경우는 과정 이수 후 유료로 면허 시험 준비 과정을 따로 개설하지만 평소 시험 형태는 OIIQ 면허 시험과 유사하지는 않다. 아마 이 부분은 학교 측에서도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험 준비 자료 : 소위 말하는 '족보'가 참 많다. 하지만 영어로 된 족보는 주로 NCLEX 형식이라 OIIQ 시험 형식과는 많이 다르다. 프랑스어로 된 족보들은 OIIQ 시험 형식과 매우 유사했다. 나는 프랑스어 읽기 연습도 할 겸 그 족보들을 많이 본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8. 합격률

합격률이 60%가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앞에서 예를 든 세 차례 낙방한 병동 동료는 이 곳에서 태어나 대학을 졸업했다. 이 곳 간호사들이 농담처럼 '첫 번째는 경험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정말 헷갈리는 문제가 많다. 보통 하나의 의료적 상황에 대한 설명이 약 한 페이지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로 보일만한 부분이 많다. 객관식이라도 답을 고르기가 참 쉽지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퀘벡 간호협회는 절대 정답을 공개하지 않는다. 나에게는 큰 문화적 차이로 느껴진 부분 중 하나다. 이곳은 중, 고, 대학교를 통틀어 많은 경우 시험을 본 후 점수는 알려주지만 틀린 부분이나 시험지를 다시 볼 수 없다. 이민 후 프랑스어를 배울 때도 시험을 본 후 점수와 상관없이 답이 궁금하고 내가 틀린 부분을 알고 싶었는데 허락이 되지 않았다. 정부 방침이 그렇다고 한다. 


9. 시험 준비 코스

NCLEX 시험과 같이 문제 은행 형식의 책이 거의 없다. 그래서 OIIQ의 가이드 북과 족보에 의존하는 편이다. 또한 재교육 과정을 마친 후 600불에서 1000불을 내고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선 학교 강사나 간호사들이 운영하는 소위 '족집게' 강의를 듣는다. 이러한 준비 코스는 다양하고 나름 유명한 강사들도 많다. 


10. 나만의 합격 팁

자랑을 하나 하자면 나는 그런 강의를 듣지 않고 혼자 집에서 공부하여 한번에 합격했다. 병원의 동료들도 두세 번 만에 붙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입사 후 외국인인 내가 한 번에 면허 시험을 합격했다는 것을 알고 한동안 머리가 좋은 간호사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닐 정도였다. 한국 간호사들은 다들 어렵다고 말해도 한 번에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는 시험 준비 코스의 비용이 상당하여 혼자 해보고 안되면 그 비용으로 한번 더 시험을 보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한 겨울이 시험 준비 기간이었는데 이곳은 겨울에 눈이 너무 많이 온다. 방한이 잘 되게 옷과 신발을 갖춰 입고 어딘가를 다녀오면 정말이지 진이 빠진다. 그것을 피해 그냥 공부하는 마음으로 혼자 시도했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나처럼 게으른(?) 이들을 위해 몇 가지 합격 팁을 드린다.  


정신, 모성, 아동 간호학 부분을 꼭 잘 보아야 한다.

언급한 세 파트는 그 분야에서 일을 하지 않는다면 대학교 졸업 후 공부할 기회를 가지기 쉽지 않다. 이곳의 재교육 과정도 내, 외과 간호학 부분만 다룬다. 또한 한국 간호사들은 정신, 모성, 아동, 노인 간호학 부분에서 추가 교육을 거의 요구받지 않기 때문에 꼭 따로 공부를 해야 한다. 아마 이 부분에 대한 자료들의 부족으로 준비 코스를 듣는 경우가 많을 걸로 생각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시중에 많은 NCLEX 문제 은행식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았다. 이 세 파트는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 어렵게 출제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개념을 알면 쉽게 맞추고 모르면 아예 감이 안 오는 문제들이 많다. 이 부분에서 점수를 주기 위해 쉽게 출제한 문제들을 꼭 맞히면 내, 외과학의 꼬일 대로 꼬인 문제들을 조금 틀려도 최소 합격 점수에는 도달할 수 있다. 


속독해야 한다. 

높은 점수를 받아 순위를 매기는 시험이 아니라 최소 합격 점수를 얻기 위한 시험이다. 외국인인 우리에게는 구구절절 나열된 의료적 상황들을 우선 이해가 되는 것 중심으로 최대한 빨리 읽어 내려가야 한다. 모르는 것은 다시 볼 시간이 있으면 보도록 체크만 해 둔다. 하지만 다시 볼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우선 답은 꼭 골라 놓아야 한다. 그리고 뒤로 가면서 문제가 쉬워지는 경향도 많으니 앞에서 세세한 것에 에너지를 쏟아부어 뒷부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 


간호사로서 나의 경험이 아니라 책에 나온 답을 찾아야 한다. 

외국에서 간호사 경력이 화려하고 일도 잘하는 반 친구들이 시험에 꽤나 많이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들은 한결같이 문제가 이상했다고 말했다. 내 생각으로 그들은 대부분 자신이 일하며 얻은 지식을 답으로 고른 경우가 많았다. 책에서 배운 대로 병원에서 간호가 이루어지면 매우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제약으로 실제 임상에서는 소위 rational이라 불리는 원칙대로 중재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원칙을 약간 비틀어 행하고 있는 환자 사정이나 중재가 오답으로 늘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책에 나온 모법 답안을 골라야 한다. 



퀘벡에서 간호사로 면허를 받고 나면 간호사 프랑스어 능력시험이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일하며 공부해 나갈 수도 있으니 조급해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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