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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Oct 04. 2020

몬트리올 의료기관 종류

처음부터 간호사를 하지 못해도 괜찮다

이번 글에는 몬트리올 의료기관의 종류에 대해 개요를 설명하고자 한다. 의료기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도 있지만 그 의료기관별로 간호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겠다. 




Walk-in Clinic : 예약 없이 도착 순서대로 의사 진료를 볼 수 있는 진료소, 가정의들이 모여서 진료를 보는 GMF(Groupes de Médecine de Famille) 클리닉인 경우가 많다. 


Family Doctor :  본인의 가정의가 있다면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 가정의에게 진료를 본 후 적절한 검사, 약 처방을 받는다. 필요시 각 분야의 전문의에게 의뢰해 준다.


CLSC (Centre Local de Services Communautaires) : 한국의 보건소와 유사한 기관으로 예방접종, 환자의 가정 방문(상처 소독, 항생제 투여) 등의 많은 업무가 이루어진다. 


대학병원 : 응급실은 일반인도 갈 수 있지만 한국처럼 원한다고 바로 대학병원에 예약을 잡을 수는 없다. 심혈관 조영술이나 스텐트 삽입, 큰 수술 또는 특수 검사(PET, 특수 MRI 등등)가 필요한 경우 대학병원에 입원을 시킨다. 대학병원 급의 아동병원, 심장병원, 뇌 전문병원 등이 분리되어 있다.


종합병원 : 대학병원에 비해 중증도가 낮은 환자들이 입원한다. 대학병원에서 수술, 시술, 검사가 필요한 경우 구급차를 통해 환자를 이송하고 환자 상태에 따라 이송 시 의사 또는 간호사가 동행한다. 종합병원 급의 노인병원, 급성기 정신과 환자 또는 약물 중독 환자 치료를 위한 기관들, 출산 센터, 청소년 보호, 재활 또는 가족 보호센터 등이 있다. 


재활병원 :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 급성기 치료가 끝난 후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주로 전원시키고 환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 다시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으로 보내진다. 


CHSLD(Centres d'hébergement de soins de longue durée) : 우리나라의 노인 장기요양병원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주로 Level of care 3 이상인 환자들이 전원 된다. Level of Care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아래 글에서 문서로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mijung225/22


Residence : 우리나라에 장기요양 시설 또는 양로원 정도로 CHSLD와 경계가 모호하기는 하나 병원이라기보다는 거주하는 집의 느낌이 크다. 처음에 나는 환자들이 레지던스를 '집'이라 불러 진짜 환자 집을 말하는 것으로 착각을 많이 했다. 주로 종합병원 입원 환자들 중 주 보호자가 더 이상 환자를 간호할 체력적 여력이 안되거나, 집의 환경이 환자의 자가 간호 수준과 맞지 않을 때 적절한 기관을 찾아준다. 예를 들어 환자의 집에 계단이 너무 많아서 환자의 낙상 위험도가 증가할 때를 들 수 있겠다.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영양사, 언어치료사, 약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팀 회의를 수차례 거쳐 환자에게 적절한 residence나 CHSLD로 보낸다. 처음에 간호사로 일하며 이 과정이 꽤나 느린 것 같아 많이 답답했다. 하지만 제대로 선택해 보내지 않으면 다시 입원해 오기 때문에 이제는 이해가 되는 편이다.


 자세한 사항이 궁금하면 아래 정부기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좋을 듯하다. 

https://santemontreal.qc.ca/en/public/montreals-institutions-at-a-glance/




클리닉이나 CLSC 간호사처럼 소위 '출퇴근' 할 수 있는 자리는 이곳에서도 경쟁이 높다. 또한 커뮤니케이션이 주 업무이다 보니 영어/불어 둘 다 굉장히 잘해야 한다. 양로원이나 장기요양병원 RN 자리는 우리의 예상에 비해 오히려 책임감이 더 높게 요구된다. 그곳은 병동에 RN이 한 명 밖에 없는 경우가 많고 영어를 못하는 노인들을 간호해야 하므로 불어의 장벽이 높아 고용되기가 쉽지 않다. 노인 관련 일은 불어가 필수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곳 병원에서 한국에서도 하기 싫었던 삼 교대 근무를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간호사 재교육 과정을 마친 후 약 6개월 이상 RN 자리를 구하느라 마음고생을 했다. 당시 PAB(간호조무사를 일컫는 불어 단어)로 잠시 일하더라도 병원 환경에 들어가려고 노력했다. Reference(추천)를 중요시 여기는 캐나다 문화 때문에 고용이 대부분 병원 내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곳은 간호조무사를 하는데도 diploma(졸업장, 수료증)를 제출해야 한다. 또한 그 과정이 간호사 재교육을 마쳤다 해도 최소 3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걸린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한국에서 다 배운 간호학 공부를 오래 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혼자서 이력서를 들고 갈 수 있는 모든 곳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RN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영어나 불어를 쓰는 병원에서 일한 경력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경력을 얻기 위해 agency를 활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는 agency를 통해 일을 구하는 것을 처음에 탐탁지 않게 여겼다. Agency를 나쁘게 보자면 이곳에서 그 소중한 첫 경력을 얻게 해주는 대신 우리의 보혈을 빨아먹는 흡혈귀 같은 존재다. 하지만 agency를 통하면 diploma가 없어도 조무사 자리가 구해지거나, 아니면 가정 방문인력, 즉 우리나라의 요양보호사 정도 되는 자리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운 좋게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을 통해 취직이 된다면 금상첨화이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참 많다. 결국 그 agency가 나의 reference가 되어 주는 셈이다. 어떻게든 일을 시작하면 어느새 금방 RN 자리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불어가 부족한 줄 알고 일을 구하는 그 6개월 간 불어 공부를 엄청 했었는데 병원의 여러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결국은 불어도 불어지만 이곳에서의 그 첫 경력이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했다.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지금도 언어적인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내가 다른 일을 하면서 언어를 좀 더 늘린 후에 간호사를 했었어야 했나?' 이런 엉뚱한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의료라는 특수 분야의 특성상 다른 분야에서 일한 것이 경력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또한 병원에서 일을 하며 언어는 본인이 공부하기에 따라 더 느는 것이기 때문에 작은 자리라도 일을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불어는 둘째치고 영어가 많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PAB 과정 혹은 LPN(Licensed Practical Nurse, 부 간호사) 과정을 이수하고 일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AB 혹은 LPN 과정이 영어를 못해도 된다는 말이 아니라 우선 PAB나 LPN 과정은 입학 경쟁이 RN 재교육 과정에 비해 치열하지가 않아 언어가 약한 분들에게는 좋다고 본다. 육아를 최우선으로 한다면 언어를 익혀 가며 PAB나 LPN을 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병원에서 일할 때 책임을 질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RN, LPN 그리고 PAB 업무에 대한 부분과 agency의 세부 정보는 차차 올릴 예정이다. 




오늘은 몬트리올 의료기관의 종류와 함께 그 기관 별로 처음 일을 구할 때 필요한 사항들에 관해 써 보았다. 처음부터 간호사 일을 구하기 힘들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어떤 자리라도 일을 시작해 보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간호사 일을 구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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