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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아에는 끝이 있다 Jan 10. 2023

예비 초1, 공부는 꼭 해야만 할까요?

공부 안하고 막 놀기만 해도 되는 나이 아닐까요?


시작은 오로지, 아이를 위한 마음


  우리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가 나보다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작은 오로지 아이를 위한 마음에서 시작했다. 학원 스케줄에 맞춰 픽업하며, 가끔은 놀고만 싶어하는 아이를 다독이며 학습지를 풀다 보니 어느덧 일년이 지났다. 초등학교 1학년의 학원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적당할까. 모두를 만족시키는 답은 없겠지만, 나름의 고민과 노력의 1년을 적어보고자 한다.


정답은 없지만,


  교실에서 10년 넘는 시간 동안 300명 넘는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부모님과 상담하면서 300명 분량의 데이터가 쌓인다. 이런 성향의 아이에게는 이런 식의 접근이 필요하고, 이런 아이들에게는 이런 방법이 좋다는 식의 데이터 말이다. 또한, 졸업한 아이들이 연락해 오고,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일생을 돌아보게 되는 수직적 연구가 저절로 이루어진다. 초등학교 때는 이런 특성, 이런 학업 성적을 가졌던 아이지만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변했는지 따위에 대한 데이터가 쌓인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다각도로 아이들을 관찰하며 얻은 결론이 있다면, 정말 애바애라는 것이다.



"우리 남편은 초등학교 때는 별로 공부 못하다가, 중학교때부터 열심히 공부해서 수능까지 잘 봤대요. 그래서 제가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요."


  그럴 수 있다. 초등학교는 놀다가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공부를 잘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지금의 어른들이 어린이였던 시절에는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 가능하겠지만,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초등학교 때 공부를 못하더라도 자존감에 상처입지 않을 수 있을까? 둘째,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이미 늦지 않을 정도의 기본기는 있는가?섯째,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계기가 생기는가? 내 아이의 공부에 대한 기준은 여기에서 부터 시작했다.

  

  첫째, 초등학교 때 공부를 못하더라도 자존감에 상처입지 않을 수 있을까? 초등학교 6년 동안 아마도 아이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누가 발표해 볼까?" 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공부를 못하면, 다시 말해 아는 게 없으면, 발표를 하기가 꺼려진다. 발표하지 않는 아이들의 자존감과 공부에 대한 자기효능감이 낮다는 것은 여러 연구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학교에서는 단원평가, 수행평가 같은 다양한 평가를 본다. 결과가 남는 평가도 아니고, 아이들끼리 비교하는 평가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평가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것이다. 어렴풋이나마 본인이 많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공부에 대한 자기 인식이 좋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사회 같은 여러 과목 중에서 딱 하나라도 자신있는 과목이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난 다른 공부는 안 해서(못하는거 아니고) 잘 못하지만, 사회 만큼은 내가 제일 잘해. 다른 과목도 노력하기만 하면 금방 잘 할 수 있어." 내 아이의 공부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지 않을 정도면 좋겠다.


  둘째, 공부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이미 늦지 않을 정도의 기본기는 있는가? 조금 더 커서 본인이 스스로 공부하고 싶어졌을 때, 어느 정도의 기본기는 있어야 따라잡기가 수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소 곱셈구구는 할 줄 안다던가, 최소한 국어 문제를 읽었을 때 이해가 갈 정도의 문해력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집념과 노력으로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도 하겠지만, 그런 아이들이 어느 정도나 될까.  아이의 공부는 공부를 하고자 할 때 발목잡히지 않을 정도면 좋겠다.


  째,  공부가 하고싶어지는 계기가 생기는? 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주변 친구들이 다같이 공부를 하는 시기가 오면 공부하고 싶어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직업이 생기면 공부하고 싶어질 지도 모른다. 그런데 혹시 나중에도 공부하기 싫으면 어떡하지?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 아이의 공부는 혹시 성적으로 승부보는 삶을 살지 않더라도 필요한 공부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 자신감 잃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를 시켜보자.


  친구를 만났다. 다른 곳에 사는 친구인데, 학구열이 있는 동네에 살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인데 정석을 배우는 중이라고 했다. 중학교 때 한번 더 배우고 나서 고등학교 때는 내신에 신경써야 한다고 한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언제든 흔들린다. 좋은 학원이 많은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하나? 지금도 동생이랑 내복 위에 팬티 입고 깔깔 거리는 아이를 보며 고민이 된다. 내가 너무 애를 놀리고 있나?

  나는 아무리 공부라도 아이가 좋아서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면서 모르는 것들을 알아가면서 말이다. 나는 수능을 두 번 봤다. 한번은 고삼 때, 한번은 재수하면서. 고삼 때는 남들이 다 하니까, 분위기가 그러니까 휩쓸리듯 공부를 했다. 재수를 결정했을 때는 펑펑 울었다. 너무 다시 공부하기 싫어서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재수 생활은 나쁘지 않았다. 공부 자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차근 차근 책을 읽어 가면서, 오답 노트를 정리하면서 공부 자체의 재미를 느낀 게 그때가 처음이었 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도 생각한다. 공부 자체도 즐거울 수 있다고 말이다.

  내 아이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도 만약 공부가 필요한 진로를 선택한다면,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고 견디는 그런 공부 말고, 본인이 하고 싶어서 가끔 즐겁기도 한 그런 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여기까지 생각하고 나니, 초등학교 6학년의 정석은 공부 자체의 즐거움과는 좀 거리가 있다고 여겨졌다. 직 1학년. 아이가 공부에 대한 자심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만 공부를 시켜보자.


집에서 스스로 할 것과 학원으로 가야할 것들을 구분하자.


- 국어는 "집에서 독서로 문해력 기르기"  :  읽고 쓸 수만 있다면, 그 다음은 문해력부터 기르자. 책을 많이 읽게 해주고, 엄마와 대화를 하는 정도만으로 저학년 수준에는 충분할 것 같다. 처음에는 그림책, 다음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 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자. 세토독이라는 문해력 중심 학습지가 있다. 이야기를 읽고 관련된 문제나 활동들이 나오는 학습지인데, 아이가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것 같다.

-수학은 "연산은 집에서, 도형은 학원에서"  :  동네에 보드게임과 구체물로 도형과 규칙성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었다. 집보다 학원에서 다양한 보드게임으로 또래와 즐겁게 배우는 것이 더 효과가 좋을 것 같은 도형 부분은 학원으로 넘겼다. 연산은 아직 학원에서 하기에는 어려운 수준도 아니고, 사실 아이는 학원보다는 집이 더 편할 터였다. 1,2학년 수준 수학에서는 두세자리 덧셈과 뺄셈, 시계 보기 정도가 아이들이 곤란할 수 있는 부분이니 그 정도는 집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연산의 수준 또한 무리하게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했다. 현행 수학을 잘 하도록, 구멍나지 않게 기초공사 한다는 심정으로 탄탄하게 기초를 다지는 정도로만 했다. 다행히 학교에서 보는 평가에서는 대부분 만점을 받아올 정도로는 따라가고 있다.

- 영어는 "원어민이 있는 체계적인 학원에서"  :  소수의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곳 위주로 찾았다. 번역기가 발달해서 실생활의 간단한 영어 대화는 대체할 수 있지만, 아직 고차원 수준의 글짓기나 분위기나 농담 같은 것은 사람을 따라잡지 못한다. 영어는 꼭 공부로 성공할 아이가 아니어도, 해외여행을 가든 직장을 잡든 사업을 하든 연예인이 되든 어디든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 음악은 "이론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  나는 피아노를 조금 배웠고, 남편은 배우지 않았다. 남편은 기타를 잘 치는 편인데, 늘 피아노를 배운 나를 부러워 했다. 나 스스로는 피아노 보다도, 피아노 학원에서 배웠던 이론공부가 도움이 되었다. 중,고등학교 때 음악 시험을 칠 때면 음악학원에서 배웠던 이론이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아노를 주로 하는 음악학원을 보내기로 했다. 다행히 아이도 피아노를 좋아해서 집에서는 음악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요새는 피아노에서 배운 계이름을 활용해서 칼림바까지 치느라 여념이 없는 아이가 너무나 기특하다.

- 체육은 "운 수준으로"  :  신체 활동은 할수록 느는게 아닌가 싶다. 아이가 즐겁게 뛰어 노는 것 만으로도 체력도 늘고 경험도 늘지 않을까. 체육은 아이가 즐거워 하는 정도로만 배우기로 했다.

-사회와 과학은 아직은 미뤄 두기로 했다. 일단은 아이가 큰 관심이 별로 없고, 무리해서 끼워 넣기에는 놀 시간까지 침범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2학년이 되는 겨울방학이 되었으니,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전집이나 만화로 된 시리즈 위주로 일단 흥미를 끌어보려고 고민중이다.


30분을 공부하려면 1시간 30분을 투자하자


  보통의 1학년은 집중력이 10-20분이라고 한다. 게다가 사랑하는 엄마랑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에 조잘조잘 이야기 하고 싶은 주제가 퐁퐁 솟아난다. 집에서 아이 스스로 공부를 시킬 때는 아이와 엄마의 사이가 틀어지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 아이를 다그치지 않고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려면 첫째도 여유, 둘째도 여유, 셋째도 여유다. 30분 공부를 시킬 때는 1시간 30분을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시작해야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Tip1. 예쁜 이름을 정했다. 우리집

  Tip2. 아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공부를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알렸다. 시간을 정해 놓고 꾸준히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도 좋았다. 미리 알려주면 아이가 자리에 앉을 때 거부감이 덜 했다.

  Tip3. 상도 적절히 활용했다. 전적인 포도알이나 포인트제를 활용하기도 했다. 가끔 너무 공부하기 힘들어 할 때면, 분량을 줄여주고, 집중해서 끝내면 좋아하는 영상 하나를 보자고 꼬시기도 했다. 너무 과하고 자주 보상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아직 공부의 즐거움과 의미를 잘 모르는 아이에게는 어느 정도의 보상은 필요한 것 같다.

  Tip4. 처음에는 공부가 끝나면 동네 방네 자랑하고 폭풍 칭찬을 해 줬다. 인증샷 찍어서 할머니들한테 보내고, 물개 박수 치고, 노래 부르고 춤도 췄다. 정말 힘든 일은 참고 해줘서 대견하다고 여러번 말해줬다. 익숙해진 지금은 놀란 눈빛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스스로를 뿌듯해 한다.

  Tip5. 천릿길도 한 걸음 부터. 처음에는 앉아서 한글자라도 쓴 자체에 폭풍 칭찬을 한다. 며칠 뒤 익숙해지면 다음에는 한쪽을 성공했을 때 칭찬을 한다. 그 다음에는 정해진 분량을 다 했을 때 칭찬을 한다. 처음부터 다 해낼 수는 없다. 그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칭찬을 해 준다.

  Tip6. 아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것은 공부 자체가 아니라, 공부 습관이다.


느리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 아이를 대견해 하기로 했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지 않는 것.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는 것. 우리 아이의 어제보다 오늘 달라진 점을 칭찬하는 것. 아무튼 아이가 행복하다면 됐다고 생각하는 것. 이렇게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지금은 힘들지만 언젠가는 지금을 그리워 할 것이라는 것. 잊지 말고 마음속에 새겨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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