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 있던 1학기 때의 일이다. 3월 한달 간 아이의 손을 잡고 등교길을 함께 걸었다. 어떤 아이는 등교 첫주 부터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가도록 엄마 손을 붙잡고 울며 매달렸다. 어떤 아이는 아무리 말을 해도 학교 건물로 들어가지 않아서 담임 선생님이 아이를 데리러 나오시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에 비하면 우리 아이는 꽤 잘 적응한 편이었고, 별 탈 없이 등교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쉬는 시간이 10분 밖에 없어...
적응에 대한 걱정은 접은 5월 쯤이었을 것이다. 하루는 아침 9시에 아이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다. 9시에는 학교 선생님과 수업을 시작했을 시간인데, 전화가 오길래 깜짝 놀라서 받았더니, 정블리가 울면서 흐느꼈다.
"엄마... 엉엉ㅠㅠ 유치원 때는 교실에 장난감도 많고, 간식도 주고, 공부는 조금 밖에 안하고 많이 놀았는데, 학교는 간식도 안주고, 장난감도 없고, 쉬는 시간도 10분 밖에 안 줘...ㅠㅠ 나 너무 힘들어ㅠㅠ"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30분 전에 출발은 했는데, 학교에 가기 싫어서 운동장에서 빙빙 돌다가 울면서 전화한 것이었다. 쉬는 시간이 너무 짧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아이의 목소리는 귀엽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다.다행히 내가 집에 있었던 때라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 오고, 담임 선생님께는 집에서 하루 쉬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같이 집에서 푹 쉬고 놀며 아이와 약속을 했다.
유치원보다 학교가 좋은 점은 뭘까?
대신 초등학교는 방학이 기이이이일어!
그리고 초등학교는 유치원보다 훨씬 일찍끝나잖아!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이는 당당하게 형아라고 말할 수 있어!
유치원은 3층밖에 없는데, 초등학교는 4층이나 돼!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와 뜻밖의 휴일을 보내면서, 여러가지로 학교의 장점을 찾아냈다. 앞으로 계속 비슷한 일이 일어날까봐 강하게 다그쳐서 돌려보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가 물러서고 싶은 순간에는 언제든지 받아 안아줄 수 있는 그런 곳이 엄마이고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블리. 언제든지 엄마가 집에서 기다리니까 돌아와도 괜찮아. 그렇지만 학교에 가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많은 것을 느끼고 오면, 엄마랑 집에서 더 즐겁게 놀 수 있는거야. 엄마는 어디 가지 않아. 엄마가 언제나 집에서 기다릴게. 걱정말고 학교에 다녀와. 꼭 잘하고 돌아오지 않아도 돼.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학교에 갔다가 오는 것 만으로도 우리 정블리는 대단히 멋진 형아가 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