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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화백 Dec 31. 2020

새벽은 길고 떠오르는 개새*는 많다

과거와 이별하는 법


왜 내 주변엔 개새*들이 그렇게나 많았을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얽혀 사니까. 아마 누군가에게는 내 존재도 나쁜 여자라 기억되고 있을 것임에 씁쓸하기도 하다. 인간관계 속에선 본의이든 아니든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지.




가끔 잠 안 오는 새벽.

난데없이 그 망할 인간들이 떠올라 화가 난다. 


아무래도 과거의 나는 개새*들이랑만 어울리는 재주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린 시절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항상 필요했다. 육식동물들은 그런 표적의 냄새를 귀신같이 맡고 모여든다. 연인, 친구, 어쨌든 내게 상처를 준 사람들은 모두 내가 의지하던 사람들이다. 다들 잘 먹고 잘 사나 모르겠다.


다행히 인간은 학습 능력이 가장 뛰어난 동물 아니던가. 여차 저차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람들에게 데인 덕분에 나름의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 내게 대미지를 주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거나, 딱히 정리하지 않고도 안전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괜찮은 사람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삼십몇 년이 넘도록 고르고 고른 끝에 만난 남편과는 연애 일주일 만에 결혼을 결심했고, 내가 힘들어했던 과거를 아는 지인들은 다들 입을 모아 말한다. 넌 인생의 모든 남자 복을 전부 남편한테 쓴 것 같다고.


결국 그 개새*들에게서 얻은 게 많은 셈이다. 과거의 내가 고생한 덕에 현재를 살고 있으니까.

우리 부부는 서로의 과거를 인정한다(알고 지낸 지 오래라 딱히 숨길 수도 없다). 그 과거들이 없었으면 서로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기에, 오히려 감사하는 편이다. 나는 내 개새*들에 대해 다 말했는데 남편도 다 말해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뭐 몇 명 더 있겠지.


내가 하려던 말은 이거다. 새벽에 어떤 망할 놈이 떠오르더라도 지금 적당히 잘 살고 있으면 그놈에게 고마워해도 된다는 것.

굳이 원망할 것도, 내 인생에 대해 슬퍼할 필요도 없다. 내가 느끼지 못하더라도 난 강해졌을 테니까, 아직은 화가 나더라도 결국 괜찮아진다는 거다. 멘탈을 단련해준 그놈에게 감사를 담은 저주를 퍼붓고 기분 좋게 자자.


나를 망할 *이라고 여기고 있을 그들도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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