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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규 Jan 22. 2023

Callsign "Revlon" Kara Spears

Enemy bullets don't fly by gender, and the airplane doesn't know what gender the pilot is.

적의 총알은 남녀를 구분해서 날아오지 않으며, 비행기는 자기를 모는 조종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사진의 인물은 미해군 최초의 여자 F-14 조종사이자 최초의 미해군 순직 여자 함재  전투기 조종사인 callsign "Revlon" Kara Spears  Hultgreen 대위이다.


헐트그린 대위는 1965년 10월 5일 출생해서 29살인 1994년 10월 25일 페르시아 만에서 미해군 항모 애이브러험 링컨호에 착함 도중 사망했다.


헐트그린 대위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비행사를 꿈꿨던 소녀였다.

미국 코네티컷주 그리니치에서 태어나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지만 불합격한 뒤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차선책으로 해군 항공사관후보생으로 임관, 조종사 경력을 쌓은 후 NASA에 지원하려 했다. 아직 우주왕복선 여성 조종사가 배출되지도 않았던 시기에 굉장히 담대한 야망을 지녔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유리천장에 부딪혔다. 초기에는 EA-6A 프라울러 조종사로 지상기지에서 주로 근무해야 했다. 그러다 테일후크 스캔들이 터졌다.

테일후크(tailhook, arresting hook)라 함은 함재기 후미 배밑에 달린, 항공모함에 착함할 때 어레스팅 와이어를 잡아주는 갈고리인데 이 말이 해군/해병 조종장교들의 친목조직인 테일후크 심포지엄으로 이어진다. 해군참모총장과 문민 해군장관도 자주 모임에 참석할 정도로 해군에서는 유명한 모임이었다.


사막의 폭풍 작전이 공군/해군/해병 항공전력의 맹활약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리자, 1991년 1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Tailhook `91이 열렸다.

이 당시 모임에는 프랭크 켈소 해군참모총장과 헨리 로런스 개럿 해군장관도 참석해서 해군 항공대 장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가졌다. 그 자리에서, 한 여군이 나서더니 "여성도 전투기 타면 안 됩니까? 전투임무를 뛰면 안됩니까?"하고 돌직구를 날렸다. 돌직구를 맞은 리처드 던리비 중장은 머뭇거리더니 유야무야 넘어가기만 했다.


그리고 그날 밤, 힐튼 호텔 3층의 파티에서는 술취한 해군 조종사들이 83명의 여성과 7명의 남성을 성추행 및 성폭행했다.


그 83인의 여성 중 한 사람이 폴라 코플린 대위(LT. Paula Coughlin)였다. 코플린 대위는 해군 항공대 전투조종사인 아버지를 동경하며 자랐기에 해군 전투조종사의 멋진 모습에 반하여 평생의 목표를 전투기 조종사로 삼았지만 "여군은 전투기 태우지 않는다"는 미 공군/미 해군 장성들의 성차별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전투기 조종사라는 꿈을 접고 헬리콥터 조종사로 진로를 바꿔야 했던 인물이었다. 코플린 대위는 무심코 3층으로 올라갔다가 술취한 남군들의 곤틀릿(전쟁포로 등에게 이열종대 사이를 뛰어가게 하고 뛰어가는 동안 온갖 집단폭행을 가하는 형벌인데, 오늘날에도 각종 가혹행위에서 간혹 쓰인다. 코플린에 대한 성추행을 목격한 연방 공무원의 증언에 의하면 코플린이 등장하는 순간 누군가가 "전속부관 납신다!" 냅다 소리지르더니 100여 명이 코플린을 둘러싸고 있었다고.)을 마주했고, 집단 성폭행을 당할 위기에서 자신을 더듬던 사람을 깨물고는 상관에게로 도망가서 이 사건을 털어놓았지만, 상관은 "네가 술취한 조종사들 옆에 간 게 잘못이지"라는 말로 일축했다.

이후의 수사에서 NCIS의 전신인 NIS 국장을 포함한 해군 고위층들은 피해자가 가해자를 정확하게 지목하지 못하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은폐하려고만 했다.

이러자 당시 해군부 인적자원차장 : Assistant Secretary of the Navy (Manpower and Reserve Affairs)였던 Barbara Spyridon Pope는 국방부에 이 사건을 고발했다. 그리고 상관에게 배신당한 코플린 대위가 해군 하정복을 입고 지상파 전국방송에 출연하여 이 사건의 진상을 폭로하였다.

이에 따라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딕 체니는 해군성 장관을 비롯, 테일후크에 참여하던 14명의 제독을 포함하여 수많은 장교들을 전역시켰다.  하지만 법적 처벌은 없었다. 반면 이 사태를 폭로한 코플린 대위는 군생활이 끝장나서 테일후크로부터 500만 달러를 위로금 명목으로 받은 채 군복을 벗어야 했고, 다른 피해자들 역시 오래 지나지 않아 반 강제로 예편되었다.

(문제는 급히 이 스캔들을 덮기 위해 당일 그 행사에 참석해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군 경력이 끝장나고 강제전역이라는 피해를 입은 장교들도 다수 있어서 이후, 역 성차별의 사례로 쓰이기 시작했다는 점.)


하여간 테일후크 스캔들로 미 해군이 발칵 뒤집혀 그 무마책중 하나로 여성 전투조종사의 실전 배치가 정되자, 헐트그린은 다른 여성 고정익 조종사들과 함께 F-14 톰캣 훈련에 들어갔다. 이후 태평양 함대의 F-14 예비비행대에 배치되었고, 첫 시도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두번째 시도에서  정식 함정근무 자격을 따내며 1994년 여름에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CVN-72)의 VF-213(Black Lions)에 배치되었다.


실력은 동료와 지휘관들도 모두 인정했지만, 왠지 근무평점은 썩 좋지 못했는데. 이것은 해군 내에서 성차별적인 사고가 아직 만연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있다.

반면 테일후크 스캔들을 덮기 위해 급하게 여군 조종사들의 함상근무를 급하게 서둘렀기 때문에 아직 기량이 충분하지 못한 사람을 억지로 보냈다는 역차별 설도 있다.


그리고 몇달이 안된 1994년 10월 25일, 공중비행 훈련을 마친 뒤 착함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F-14A의 P.W. TF-30 TURBO FAN 엔진의 고질적인 문제인 플레임아웃 현상이 착함 시도 도중 발생한 것이다. 착륙을 위해 downwind에서 날개 후퇴각을 줄이기 위해 전진시키고  바퀴를 내리고  플랩을 내리고 180도 강하선회중(base turn) 정상 착륙을 위한 final centerline을 over하게 되는데 이를 수정하기 위해 좌측 rudder를 밀어서 좌측 yaw monent를 준 것이 좌측 엔진 compressor stall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좌측 엔진의 추력이 상실되자 go around(착륙을 포기하고 재상승하는 것)를 하기 위해 우측 엔진 애프터버너를 풀가동하여 go around를 시도했지만, assymetrical thrust(비대칭 추력)에 의해  사태가 악화되어 착륙접근을 위한 저속에 의한 high A.O.A(고받음각)와 coupling이 되어 엔진 추력 불균형으로 인한 회복불가능한 approach turn stall과 rapid wing drop이 좌측으로 발생했다.(나는 실제로 두 눈으로 approach turn stall을 목격했던 적이 있다. 당시는 한국공군의 F-5F였고  헐트그린 대위 사고 당시에 비해 고도가 높고, 다행히 지면에 강이 있어서 강둑 밑으로 비행기가 내려갔다가 겨우 올라왔다.)


기체가 회복 불가능해져 동승한 후방석 R.I.O(레이더관제사)가 사출을 시도, 생존했지만, 후방석보다 0.4초 늦게 사출되는 복좌기 전방석 사출 메커니즘상 헐트 그린대위는 탈출이 늦어졌고, 그 0.4초 사이 기체는 90도보다 더 뒤집혀서 사출 후 좌석과 분리되기 전에 해면에 격돌 그 자리에서 순직했다.


문제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비행실력을 동료와 상관들은 인정했지만 근무평정이 안좋은 것은 당시 유리천정을 최초로 깬 여성이라서 차별 때문에 그런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다른 견해의 증언들과 헐트그린 대위가 unstabilized approach(착륙을 계속하면 안되는 위험한 상태에서 계석 착륙 접근을 하는 것)가 되자 러더를 이용한 side slip으로 수정하려 했다는 사실로 볼 때 사고 당시의 기량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헐트그린 대위가 무능하거나 나쁜 사람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헐트그린 대위의 사고가 나자 미 해군은 진상조사에서 테일후크 스캔들 이전과는 반대로 헐트그린 대위의 과실을 최대한 덮으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렇게 객관성을 잃은채 정치적인 목적으로 조종사 과실을 덮으려 했던 시도는 더 큰 논란을 불러왔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사건의 전모가 여론에 드러나자 아직 미숙한 애를 정치적인 이유로 너무 급히 투입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고, 심하게는 여자가 전투기에 못 타는 건 이유가 있는 거다 등의 남성우월주의적인 주장마저 터져나왔다.(한국공군과 놀랍게도 유사하다.)

조사과정에서 그녀의 조작실수와 기량 문제가 불거지자 미해군은 다시 입장을 바꿔 그녀와 같이 함상근무를 명받았던 동료 여자 전투기 조종사 Carey Lohrenz 대위를 지상으로 불러들여 아예 그라운드(비행업무를 수향란하고 지상업무만 시키는 것)를 시켜버리고 만다.

지리한 법적 공방끝에 2년뒤 다시 함상 근무를 명받게 되지만 상처를 입은 그녀는 전역하고 만다.


항모착함은 전투기 조종사들에게 최고 등급의 난이도 조작이라 그전에도 그 후에도 수많은 사고가 났다.

그리고 사고기종인 F-14A의 TF-30 터보팬 엔진의 COMPRESSOR STALL은 영화 TOPGUN 1의 주요 장면에 차용될만큼 고질적인 문제였다.


문제는 해당 엔진의 기술적 결함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냐? 와 당시의 기상과 해상 조건 그리고 사고기 조종사의 조작이 적절했나? 부적절했나? 그리고 기량은 충분했나? 만 따지면 될 사고였다.


처음부터 정치적 고려에 의해 급하게 함상 전투기 근무를 하게 되고, 사고가 나자 은폐하려 하고... 그런게 악순환의 심화를 불러오게 된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남자와 여자의 문제가 아니었는데 그걸 성별의 문제로 만들어 버린 것은 정치적 고려만 한 지휘부였다.


결국 성적 차별에 대한 인식은 그대로인채 정치적 이유에 따라 원칙을 무시하고 일을 처리한 탓이다.

단지, "여군도 전투기를 탈 수 있다. 여군도 함상 근무를 할 수 있다."라고만 수정하고 모든 기준과 훈련을 기존과 동일하게 실시하고 평가했으면 이런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Enemy bullets don't fly by gender, and the airplane doesn't know what gender the pilot is.

적의 총알은 남녀를 구분해서 날아오지 않으며, 비행기는 자기를 모는 조종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려고 하지 않는다.


사고당시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6Q_anBB3M0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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