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상에서 코로나 검사는 멀어 보였건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살맛 일기]
살맛 나는 오늘의 하루, 몇 글자라도 끄적여 남겨보자. 지극히 사사로운 생각과 언어들이 담긴 오늘의 일기.
#1
7월 24일. 벌써 어제다. 오후 5시쯤에 010 으로 시작되는 전화가 걸려왔다.
원래 나는 모르는 전화는 잘 안 받는다. 모르고 받았다가 보이스 피싱, 판매 전화였던 적이 많아서. 그렇다.
어제 걸려온 전화도 자연스럽게 안 받았다. 그런데 얼마 후 문자가 띵동- 띵동- 날아왔는데..
' XX구보건소 역학조사팀입니다.'
오잉? 역학조사팀에서 대체 나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문자를 보냈지? 싶었다.
'코로나 확진자 접촉 관련으로 연락드립니다. 전화 받아주세요.'
...오마이갓.
나름 마스크도 잘 쓰고 손도 잘 씻고... 최대한 사람 많은 곳 피하려고 했는데.....
다시 010 으로 시작되는 전화가 왔고 나는 바로 받았다. 전화 내용은, 최근에 내가 도수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도수치료사가 확진 판정을 받아서 내가 밀접접촉자가 되었단 것이었다. 하하...
* 역학조사팀 연락이 010 개인번호로 올 수 있다.
#2
허리랑 목이 안 좋았다. 작년엔 한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할 만큼 아팠다. 그래도 주사 맞고, 치료받아서 많이 좋아졌는데... 최근에 야근도 하고 무리를 해서 디스크가 생겼다. 일도 재택으로 전환하고 치료받으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그 과정 중에 도수치료사가 24일 토요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던 것이다. 전화를 받자마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정형외과를 갔을까~ 식의 후회부터 시작해서 내가 왜 아팠는지, 내가 밀접접촉자라니 허무하기도 했고, 내가 만약에 양성이면 어떡하지, 주위 사람들한테 너무 큰 피해를 줬던 건 아니었는지..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휙 내 머릿속을 지나갔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 거리고 있을 때 역학조사팀 담당자님이 말씀주셨다.
'지금 XX보건소 가셔서 검사받으셔야 합니다. 거기는 오늘 6시까지 합니다.'
그래, 내가 지금 어쩔 줄 몰라 할 때가 아니라 검사 받아야 할 때다. (정신없는 와중에 친절하게 설명 주신 담당자님 감사합니다.) 밀접접촉자 안내 전화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밀접접촉자라고 분류된 순간 우선 되도록 대중교통은 삼가는 게 좋고, 혹시라도 택시를 타게 되면 모든 창문을 열고 타고 검사부터 빨리 받는 게 좋다는 것. 그리고 검사 직후엔 어디 가지 말고 무조건 집으로. 집에서도 가족들과 동선 겹치지 않게 지내야 한다. 우리 집 화장실이 1개라 이럴 땐 어떡하냐고 여쭤보니, 시간차를 두고 사용하고 내가 변기 등을 쓰고 난 후에는 되도록 소독 등 씻고 와주는 게 좋다고 답변해주셨다. 언제까지 자가격리하면 되는지, 그리고 그 외 더 구체적인 자가격리 수칙은 다른 담당자분이 전화주실 거라 안내해 주시고 끊었다.
#3
가슴이 계속 두근거리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시간을 보니 4시 50분쯤이었다. 택시를 타면 금방 갈 거 같은데, 택시를 타는 게 맞나 싶었다.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리고 지금 있는 곳으로 와달라 부탁했다. 다행히 아버지가 5시 20분 안으로 와주셨고 바로 보건소로 갈 수 있었다. 사람 많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한 명도 없었다. 바로 검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보건소 직원이 친절하게 안내해줘서 감사했다. (정말 푹푹 찌는 날씨고 오래 지속되는 업무임에도 최선을 다해주시는 의료진분들, 담당자들 수고 많으시고 감사합니다..) 손 소독제로 소독한 뒤, 비닐장갑을 껴서 신분증을 꺼냈다. 검사 관련 담당자분께 가면 왜 검사하러 왔냐 등 간단한 질문을 주시고, 답변하면 옆쪽으로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한다.
#4
사실 코로나 검사가.. 많이 무서웠다. 주위에서 뇌가 아플 만큼 찔러댄다(?) 식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차 타고 이동하는 와중에도 코로나 검사 후기를 보니까, 사람마다 달랐다. 어떤 사람은 되게 아프게 느껴졌고, 어떤 사람은 별거 아니네?! 하고 끝나고. 나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후자였다. 담당자분이 엄청 능숙하게 순식간에 코에 넣고 빼서 찔끔! 아프고 말았다. (십년감수했다.) 검사 키트 뚜껑을 내가 닫아야 했는데 순식간에 손에 힘이 빠져서 헉...!! 뚜껑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담당자분이 다른 뚜껑을 주셔서 그걸로 닫았는데, 속으로 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 뚜껑으로 설마 판정이 바뀌진 않겠지?! 식의 별의별 상상.
#5
순식간에 2시간이 지나갔고, 집에 도착하니 이게 꿈인가 싶었다. (다소 부족한 생각이지만) 나름 수칙 잘 지키고 있지 않았나?! 막 혼자 억울하기도 했고 진짜 나랑은 멀어 보였던 코로나 검사가 이렇게 내 앞에 다가오니 너무 무서웠다. 음성이어야지, 음성일 거야. 혼자 중얼거려보고, 음성 결과 안내를 받는 나를 상상하고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별 상상을 다 했다. 불과 어제저녁부터 오늘 오전까지였지만, 심장이 아플 정도로 가슴이 뛰었고 너무! 진짜 너~무 불안했다. 혹시.. 만약에...로 시작하는 부정적인 상상이 나를 압도했다. 그래도 다행(?)스러웠던 건, 도수치료를 1:1로 받는데 둘 다 마스크를 끼고 있었고 나는 원체 걱정이 많아 마스크를 2개씩 쓴다. 일회용 마스크 위에 KF94 마스크. 더워죽어도 2개를 잘 쓰니까 당연히(?) 음성이 나올 거야! 나를 위로했다... 코로나가 나만 마스크 잘 쓴다고 답이 아닌 걸 알지만 그렇게라도 나를 위로하지 않으면 불안감으로 내가 지워질 거 같았다.
#6
24일 토요일에 검사했고, 25일 일요일 오전에 결과가 나올 거라 했다. (주말에도 결과가 나온다고 해서 안심하면서 내심 대단하고 감사했다.) 너무 불안해서 어젯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혹시나...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계속 코로나 검사 후기를 쳐보고 읽어보고, 음성 후기도 보고, 또 혹시 몰라 양성 후기도 읽어보고. 차분하게 내가 음성일 때와 양성일 때 상상을 해보았다. 음성이라면 담당자가 알려준 날짜까지 자가격리 잘 지키고,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까지 음성이면 되는 거야! 양성이라면 나는... 바로 병동으로 가겠지. 가서 격리 당해서... 하.. 생각하고 싶지 않아졌다. 밤새 불안해하다 기적처럼 잠이 들고 일어나보니 오전 7시였다. 읽어본 후기에는 대략 9시~10시 사이에 오는 거 같았는데,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불안감 지우려고 일부러 재밌는 영상도 보고, 웹툰도 보았다.
#7
순간 불안감도 잊고 재밌게 웹툰을 보고 있는데
드르륵- 거리면서 진동이 울렸다. 그리고 팝업으로 뜨는 안내창.
' 21/07/24 보건소에서 진행하신 코로나 결과가 음성으로 나와 안내해드립니다.'
ㅠ_ㅠ 문자 오자마자 읽고 감사합니다만 계속 외쳤다. 진짜 불과 14시간 안팎의 불안감이었지만 너무 힘들었고, 지쳤었다. 그런데 음성 문자를 보니 언제 그랬냐는듯 불안감이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고, 안전수칙 더 잘 지키면서 지내야겠다는 마음이 진해졌다. 정말 어떤 식으로 찾아올지 모르는 코로나 위협에 기본적으로 잘 지키는 것도 당연하지만,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되겠다 싶었다. 정말 순식간에 찾아온다.
몇 시간 후에 자가격리전담반에서 '자가격리자 안전보호'앱을 설치하라고 문자가 왔다. 앱을 설치하고 세팅 하면서도 '와 내가 이 앱을 설치할 줄이야, 정말 사람 일을 모르는 구나' 속으로 놀랐다.
#8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코로나 변이. 살다 살다 이런 바이러스가 있었어?! 싶은 나날의 연속이다.
인간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한다. 코로나가 무서운 이유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함이다. 이 불확실한 세상에서 확실한 건 무엇이 있을까. 고민되는 하루였다. 확실한 건 아마, 우리가 기본을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켜나간다면 어두운 터널에 분명히 빛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정말 21년 모두가 힘들고 지치는 한 해다. 그럼에도 그 속에도 분명 빛이 있을 거다. 아니 있다! 이렇게 건강하게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빛이다. 감사하다. 간절하게 바라고 기도한다. 코로나 출현 이전으로 가는 건 어렵겠지만 하루빨리 각자만의 빛을 찾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ps.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도 음성으로 나오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