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내 큐레이팅 전시회
마크 엘리엇
로라 놀란
에리카 아이자드
탄야 레인리
징루 마이
김혜령 (엘레인 킴)
2025년 6월 26일부터 7월 12일까지, 호주 시드니 웨스트 라이드 지역에서 내가 큐레이팅한 전시회 〈The Glass Narrative〉(유리 이야기)가 열렸다. 이 전시는 다섯 명의 호주 유리 예술가들이 각자의 삶과 경험, 신념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를 투명한 유리 속에 응축한 전시회다.
이 전시회에 참여한 각 작가는 저마다 다른 호흡과 리듬으로 유리를 불어내고 다루며,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부터 상상력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서사를 작품 속에 녹여낸다. 그렇게 탄생한 유리들은 비어있는 듯 투명하지만, 실은 풍부한 이야기와 감정을 머금은 채 관객 앞에 놓이는 존재이다.
유리 작품들은 뜨겁게 녹았다 굳어가는 찰나를 포착한 유리의 흐름은 삶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떠올리게 한다. 불안정한 순간을 통과한 유리는 때로는 매끄럽고, 때로는 미세한 균열을 품으며 자신의 형태를 찾아간다. 변화 속에서도 결국 제 모습을 찾아가는 유리의 과정은 우리 모두가 겪는 성장과 회복, 그리고 적응의 여정을 은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전시회에서 유리 속에 담긴 다섯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는 서로 교차하며 하나의 집단적 이야기로 확장되는 과정이다. 관객은 유리를 통해 작가의 내밀한 기억과 감정을 엿보는 동시에, 그 투명한 표면에 자신을 비추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즉, 작품을 보는 이의 경험과 해석이 더해질수록 이 유리 서사는 끊임없이 확장되고 새롭게 쓰인다.
“유리처럼 연약하고 투명하지만 동시에 단단한, 나만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이 질문을 잠시 관객들이 떠올려 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었다. 깨질 듯 아슬아슬하면서도 빛을 머금고 굳건히 선 유리 작품들 앞에서, 이 전시회를 본 관객들의 삶 역시 하나의 Glass Narrative(유리 이야기) 임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투명한 서사의 여백 속에서, 당신만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