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의 호주 작가들과 함께 내가 큐레이터로 일한 전시회
1편에서 이어집니다.
이 갤러리 공간을 다 채울 수 있을까, 엄청 걱정했었다.
보통 사람들은 전시회에서 그냥 그림 걸고 작품 걸면 된다고 생각하시는데, 이 설치 작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신데렐라도 와서 열심히 같이 일해줬으며..
배고플 때는 한국 식품점에서 사 온 만두를 삶아서 다 같이 나눠먹기도 하였다. 중국 만두와는 다른 담백함.
스텝분이 알려준 호주식 커피. 생크림과 커피가루, 꿀을 타먹는 건데.. 와, 대발견이다. 너무 맛있었다.
덕분에 카페인은 항상 충분했다.
참 고생했어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저와 같이 일해주셔서.
항상 모두의 응원과 서포트가 없었다면 저는 혼자 결코 잘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감사합니다. 믿고 따라와 주셔서.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같이 일해요!
제나 카스파리 Jenna Caspary는 호주 시드니의 UNSW Art & Design에서 미술 학사로 졸업했다. 그녀는 수많은 그룹 전시회를 가졌으며 2019년 Mosman Art Gallery에서 Youth Art Prize의 결선 진출자였으며, 그녀의 재능으로 여러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그녀의 작품은 호주, 미국, 영국 및 남아프리카의 수집가들에게 개인 소장용으로 팔린다.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는 제나 카스파리(Jenna Caspary)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의 유태인계 화가이다. 항상 바쁘고 큰 집안에서 자라난 제나는 조용하게 무대 뒤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 있는 시간에는 항상 그림을 그린다. 제나의 작업에서 그녀는 캔버스의 린넨(아마포 천)을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그냥 두는데, 필자에게 이것은 매우 오가닉 해 보인다. 그림의 아름다움과 명성을 과시하지 않는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배경으로 그대로 남겨두는 것을 보고 필자는 "매우 제나답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제나에 대해서 말하자면.. 몇 년 전, 학교 수업에서 제나를 처음 만났다. 제나는 내가 만나본 백인들 중에 부모님에게 가장 가정교육을 잘 받은 사람 같다. 그녀는 외모적으로 상당히 아름답지만 그녀에게 풍기는 분위기도 품위 있고, 젠틀하며, 겸손하고, 야무지다. 딱 위의 저 그림이 제나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성형을 하거나 얼굴에 손을 대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마음이 너무 예뻐서 그 예쁜 게 미소에 그대로 나타나는 거다.
소문으로는 그녀가 어마어마한 유태인 집안의 딸이라는데.. 유태인은 맞지만 부자든 아니든 제나는 단 한 번도 그것을 외적으로 표시 낸 적이 없다. SNS에서 종종 보이는 시드니 최고의 부자들이 산다는 워터뷰가 끝내주는 그녀의 집을 보며 그저 그 소문이 사실임을 짐작할 뿐이다. 제나는 학교 다니는 내내, 중고차를 끌고 다녔고 긴 갈색 머리는 항상 단정하게 하나로 묶고 다녔다. 주말에는 액세서리 가게에서 일을 한다고 하였다. 청바지에 하얀색 티도 참 단정하고 깨끗하게 입고 다녔던 제나. 명품 가방 하나 없이도 그녀 자체가 곧 명품임을 아주 제대로 보여주었던 제나.. 제나를 만난 이후로 필자는 명품 가방이라던가, 차, 남에게 보이는 것들에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 그건 오히려 "없으니까" 보여주기 위해서 집착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여담으로 필자는 학교 다니는 내내 유태인 친구들에게 특별한 비호와 사랑을 받았었는데, 왜.. 일까.
내게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 같은 존재들이었다. 그들 때문에 수업 시간에서 웃을 수 있었고, 나중에는 농담도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잘 적응했고, 학교가 필자에게는 편한 공간이 될 수 있었다.
제나의 그림은 구겨진 버거 포장지, 매혹적인 잡지 표지 또는 모든 종류의 색상을 반영하는 구리 주전자와 같은 일상적인 물건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제나는 시들고 죽기 전의 꽃의 삶을 위로하고 축하해주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며, 일상에서 햄버거 포장지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생산하는 쓰레기에 대한 반성에 대해서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또한, 주전자로 컵에 물을 따르기 전의 짧은 순간의 감정을 포착해서 그림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순간은 매우 짧지만 제나 자신이 그린 그림은 수세기 동안 지속될 것이다.
루시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건 작년 시드니 대학에서 있었던 그녀의 졸업 전시회에서였다. 루시의 작품이 내 전시회에 걸려있는 의미는 즉, 그녀의 작품이 내게 강하게 와닿았다는 것이었다.
판타지스러우면서도 유머 있는 그녀의 작품이 좋았다. 마치 내 머릿속 같다랄까.
이 작품을 내 전시회에 걸기 위해 처음 루시에게 연락을 했을 때에 루시는 놀라면서 말했다.
"오 마이갓! 누가 내 작품을 찾아줄 줄 몰랐어요.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서 지금 우리 집 지하 창고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나 봐요!"
미쳤나? 이 작품이 왜 창고에................. 실제로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에 내가 이 말을 루시에게 전했을 때에 그녀는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여담으로, 이 작품을 천장에 설치하느라고 시드니 대학에서 엄청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필자 역시 엄청 애를 먹었고, 갤러리에서 설치해주시는 분께 고개를 숙였었다! 그래도 필자가 좋아하는 작품들 중의 하나이기에 이 작품을 걸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가격 선정을 했을 때에 루시가 처음에 제시한 가격은 너무 터무니없었다. 루시, 넌 충분히 가치 있고.. 이 작품은 더 받을 수 있어!라고 말했을 때에 루시가 계속 "진짜요? 진짜요?" 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만났던 루시는 두꺼운 화장에 쎈 인상의 개성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엄청 성실하게 전시회를 잘 도와주어서 너무 감사했다. 루시의 작업들은 회화와 콜라주에 중점을 두었으며, 예술가로서 그녀는 그녀의 작품을 보는 관객들에게 편안함, 재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업을 목표로 한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책의 삽화나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루시의 작품은 기발하고 어리석은 장면을 관객들에게 제공하며, 일상에서의 스트레스를 그녀의 작품을 통해 탈출할 수 있도록 의도한다. 물론, 이솝우화 같은 약간의 지혜를 제공하면서 말이다.
루시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에 대한 인지적 사고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말하고 있다. 청소년기의 자유와 어린 시절을 편안함, 성인으로서의 무게감을 작품에 나타내었다. 성장하며 혼란은 끊이지 않는 상태이며, 아마 이러한 과정들은 루시의 정체성과 우리의 내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남아있을 것이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미래의 일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루시는 일상생활의 리듬을 따라 이동하면서 오늘도 인생을 배우고 있노라고 말한다.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여서도 안되며, 삶에서 말도 안 되는 마법을 추구해서도 안된다는 것을 깨닫는 중이라고 한다. 어리석고, 다채롭고, 시끄러운 그녀의 작품의 세계가 부디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모니카를 만난 건 필자가 호주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이다. 대학에서 필자가 제일 처음 사귀었던 친구이다. 그만큼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친구이다. 우리 둘이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기까지 대략 4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만큼 신중했고, 서로를 오래 지켜보았다.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임에도 가장 조심스러운 친구이기도 한 우리이다. 모니카를 보며 정말 공부하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다.
분명 내가 앞섰었다고 생각했는데, 노력하면서 발전했던 모니카는 결국 대학을 1등급으로 졸업해서 박사 과정을 장학금 받고 들어갔다. 필자는 샘을 낼 수도, 질투를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왜냐면 그녀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노력했는지 너무나도 잘 아니까, 자랑스러웠다. (나는 막판에 1등 못한 게 함정 ㅋㅋㅋ 3일을 울었다. 하지만 괜찮다. 2등급도 괜찮아. 잘했쓰.. 사실 필자는 졸업하는 거 꿈도 못 꾸었었다! 의미 있는 건 모니카나 나나 둘 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녔다는 것.)
필자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에 술 한잔 사주는 모니카 언니. 올해 초에 필자가 같이 일했던 싸이코패스 때문에 마음고생을 좀 한 적이 있는데, 모니카가 같이 술 마셔줘서 위안이 되었다.
모니카 제이퍼는 호주 시드니의 UNSW 대학교에서 순수 예술 우등 학사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으며, 현재는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그녀는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전시회를 가졌으며 RAS Young Artist Prize, Lethbridge 20000 Art Award, Jenny Birt Award(2019 & 2020), Emergent 2021, Art Edit Self-represented Artist Award(2022)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20 Tim Olseon Drawing Prize에서는 우승하기도 했다.
모니카의 작품은 천을 통해서 그녀 자신이 가진 복잡한 문제에 대한 생각을 표명한다. 또한, 그녀는 관객의 감각적 경험을 장려하는 언어로서의 물질성을 그녀의 작품에서 탐구한다. 모니카는 유럽 크로아티아에서 가부장제가 심한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그녀의 작업은 그녀 자신의 여성 혈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녀의 작업은 여성의 자기 관리, 그녀의 여성 혈통에 대한 섬유 기반 지식에 대한 관심, 예술 제작의 환경적 영향에 대한 관심을 포함하는 보살핌의 윤리에 의해 주도된다. 그녀는 그녀의 조상의 직물의 역사를 참조하며,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바느질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함으로써 바느질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하고, 예술 재료로 쓰이는 바느질에 대해서 역사적 질문하며 성별 위계에 대해서 말한다.
모니카의 작품을 살펴보면 바느질 패턴이 지속적으로 불규칙하게 반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반성적 실천의 지속적인 산물이며, 환경 착취와 여성 착취 사이의 역사적 연결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니카가 일상에서 찾아낸 낡아빠진 옷은 주방에서 볼 수 있는 향신료와 음식물 쓰레기 등을 이용한 천연 염색과 반복되는 바느질 십자수 작업으로 작품으로 새롭게 살아난다.
반복적인 손바느질은 행동의 한 형태로 재활용과 결합된 압도적인 우려에 대한 재료 기반 치료법 역할을 한다. 물질적 및 정서적 변형 모두의 장난기 넘치는 행위에 참여함으로써 모니카는 가족 여성의 직물 기반 지식에서 현대 순간의 탄력성과 지속 가능성과 같은 자질을 제안한다.
디자이너 리나 벌나베이. 그녀는 나와 함께 세라믹 스튜디오를 공유하고 있다. 리나를 볼 때면 항상 필자는 너무나도 필자 자신이 부끄럽다. 한국인인 나보다도 더 한국을 사랑해주고 관심 가져주는 리나 때문이다.
송중기가 나오는 빈센조 드라마를 너무나도 사랑했던 리나는 빈센조가 2주 결방했을 때, 왜 한국에서 빈센조가 하지 않느냐며 나에게 와서 따졌다. 나에게 시드니의 맛있는 한국 레스토랑을 알려주기도 하는 그녀..
(부끄럽지만 필자는 정말 한국 레스토랑 어디가 맛있는지 하나도 모른다. 한국 음식은 집에서 충분히 해 먹기에 레스토랑을 갈 필요가 없으니까..)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선글라스 브랜드까지 알려주는 리나.
리나 벌라베이는 호주 시드니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30년간의 디자인 경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필자가 공부한 호주 UNSW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건축을 가르치기도 한다. 2002년에 리나는 인테리어 장식 및 현대적인 감각으로 소비자들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품 디자인 회사인 버나베이프리먼(Bernabeifreeman)을 켈리 프리먼(Kelly Freeman)과 공동 설립했고 이사로 활동 중이다.
리나는 그녀의 디자인에서 사람들이 인공물과 환경, 디지털 기술, 전통 공예품 및 실내 공간과의 관계를 계속 연구한다. 디자인계에서 찬사를 받고 있으며, 국내외적으로 많은 저널에 소개되었고, 여러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디자인 분야에서 특히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호주 시드니의 가장 큰 박물관 중 하나인 파워 하우스 뮤지엄(Powerhouse Museum)에서 그녀의 작품을 소장하기도 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녀는 그녀만의 3D 세라믹 기술을 개발했으며, 2020년에는 일본 쿠슈 대학과 협력하여 3D 세라믹 연구소를 설립하고 직원 및 학생들과 워크샵을 운영했다. 그녀의 작업은 제품 디자이너로서의 수년간의 실무뿐만 아니라 수제 공예 관행과 디지털 기술 및 제조 간의 관계를 요약한다.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인 카를 융(Carl Jung)은 사회의 많은 병이 무언가를 만드는 것으로 치유된다고 말했는데, 리나는 이에 동의한다고 한다. 리나는 자신이 항상 "분노하는 제작자"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 내면을 치유하기 위해 무언가를 만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이다. 인간의 본질을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할 줄 아는 점에서 파악하는 인간관으로 베르그송에 의해서 창출되었다. 인간은 유형, 무형의 도구를 만드는 동시에 자기 자신도 만든다고 보았다.)라고 부른다. 현재 사회에서는 인간이 사용하는 물건과 기술의 상당 부분이 공장에서 나오는데, 리나는 이러한 사회에서 '인간이 만든' '손으로 만든' 물건이나 디자인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 전시회에서 리나는 컵을 만들었는데, 차나 커피를 마시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의식'은 잠시 우리의 삶을 멈추게 만들고, 일상의 리듬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공장에서 찍어 나온 컵보다 아티스트가 만든 컵에 마시는 커피는.. 정말 맛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샤샤 헌트(Sasha Hunt)는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현재 아주 촉망받는 예술가이다. 샤샤가 흔쾌히 나와 함께 전시회를 해준다고 했을 때, 무척이나 기뻤었다. 처음에는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내 상상 속의 샤샤는 키가 크고 아주 예쁜 여자였다. 작품을 가지고 왔을 때, 실제로 만난 샤샤는 상남자 스타일로 매우 듬직했다.
"아니, 난 사실 네가 여자인 줄 알았어! 이름이......?!"라고 나도 모르게 무례하게 샤샤에게 말했다. 샤샤는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니란 듯이 껄껄 웃으면서 "모두들 다 이름만 보고 내가 여자인 줄 알아! 샤샤, 여자이름 같잖아. 하지만 난 남자라고"
샤샤의 작품에 대해서 다른 갤러리 스텝은 엄청 화가 났었다. 저것도 아트냐고.
내게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짜증 났지만 꾹 참았다. 이해는 못해도 비난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성격 좋은 샤샤는 특유의 부드러움으로 자신의 작품을 비난하고 무시하던 사람을 넓은 마음으로 감싸주고 친구가 되었더라. 이 과정에서 샤샤에서 여러 가지를 배웠다.
샤샤 또한 물론 예민한 사람이고, 여리다. 중간에 이 전시회 함께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그걸 다 극복하고 나를 믿고 따라와 줘서 감사할 뿐. 전시회에서 가장 관객들에게 흥미를 끌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샤샤의 작품이었다.
자, 샤샤의 작업은 일상생활에서 보던 물건들을 이용해서 하나의 작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의 작업은 목공과 그래피티 예술(락카 스프레이 페인트 등등을 이용해 공공장소 또는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글자 및 기타 흔적을 남기는 행위)에 대한 그의 배경에서 알 수 있다. 그는 길가에 남겨진 폐기된 물건들을 작품에 사용하였다. 만성 질환 병력이 있는 샤샤는 길가에 남겨진 물건들에게 연민을 느꼈던 것 같다. 그는 이 물건들을 '부드럽게' 작품에 개입했고, 다른 물건들과 장난스럽고 새롭게 재구성했다. 사샤의 작업은 수집, 정리, 해체, 재조립의 순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구성 요소는 상호 교환이 가능하며 요소는 다음 구성이 되기 위해 분리되기 전에 잠시 동안 연결된다. 정상적인 사용 및 디자인 기능을 넘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새롭게 창조한 것이다.
샤샤의 이러한 작품 활동은 의미나 기능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우리 주변의 사물에 대한 사회적으로 구성된 인식을 포함한다. 버려진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다시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으며, 새로운 구성과 콜라주를 통해 일상에서의 물건들을 모든 것이 유동적이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킨다.
수집 과정은 샤샤의 작업에서 매우 의미 있고 중요하다. 특히 샤샤는 물건들이 발견된 장소에서 애정을 느낀다고 했다. 뒷골목과 창고, 더 이상 쓸 수가 없거나 온전하지 않은 물건들을 수집한다. 이 물건들은 과거에 쓰임새가 있었지만 더 이상은 필요가 없어졌기에 버려진 것들이다. 샤샤의 작품에서 사물의 구성은 사물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고, 이 연극이 벌어지는 장소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샤샤는 이러한 물건들을 다양하게 배치하고, 재창조 함으로써 자신의 작품 세계를 넓혀간다. 언제 기회가 되면 관객들에게 필자가 개인적으로 매료된 샤샤의 아트 세계를 소개해야겠다!
처음 이 사진들을 포트폴리오로 받았을 때, 많이 갈등했다. 하지만 윤박의 사진들이 주는 아련하고 슬픈 느낌, 애처롭지만 다시 가져올 수 없는 그런 느낌에 끌렸다. 윤박은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인데, 본인 작품처럼 나른 나른하고 사 근 한 목소리와 인상을 준다. 그녀의 작업은 의자, 테이크 아웃 종이 커피잔과 같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사물에 주목한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시각을 작품에서 제시함으로써 일상을 낯설게 만든다. 이러한 이미지의 왜곡은 관객의 감성을 자극한다.
2013년부터 시작된 그녀의 작품 '의자의 속삭임 Whispering Chairs(2013-)'에서는 그녀가 시드니 대학에서 공부하던 시절부터 거리를 산책하면서 만난 버려진 의자들을 담은 사진 작품이다. 왜 의자인지 물었을 때, 이 버려진 의자들에게는 이전 소유자의 기억과 문화, 생활 방식이 담겨 있다. 과거의 흔적을 담은 물건들은 거리의 한 조각이며, 윤박은 도시를 관찰하고 이미지를 통해 제시하는 작업을 한다. 버려진 의자를 포착하는 이러한 행위는 일상의 소소한 사물들의 숨은 풍경을 드러내고, 일상의 리듬을 깨뜨리고, 자동적 지각을 방해한다. 이런 평범한 사물을 예술의 소재로 선택한 작가의 행위는 일상에서 버려진 이 물건들을 다시금 새로운 시각으로 관객들이 바라보게끔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