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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의 목소리를 따라 도착한 첫 번째 ‘꿈’은, 지독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나는 텅 빈 공중에 의식체로 떠 있었다. 내 아래로는, 햇살이 쏟아지는 아늑한 거실이 펼쳐져 있었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고 있었고, 푹신한 소파에는 한 중년 남자가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아이에게 둘러싸여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는 타이탄의 수석 항해사, ‘알렉세이’였다. 그의 꿈은, 그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가족과의 단란한 한때였다.
‘악몽은 어디에 있지?’
내가 주변을 둘러보는 순간, 레오의 목소리가 내 머릿속에 직접 속삭였다.
[저기, 벽장 속에 숨어있어. 아주... 크고 무서운 놈이야.]
나는 거실 구석의 굳게 닫힌 벽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겉보기엔 평범했지만, 그 안에서 희미하게, 무언가 긁어대는 소리와 데이터 노이즈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리만이 심어놓은 ‘악몽’이 저 안에 있었다.
나는 알렉세이의 꿈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조용히 벽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외과의사’나 ‘정원사’ 같은 명확한 형체를 가진 크리처가 있지 않았다. 그 대신, 수십 개의 눈알이 달린, 살아있는 고깃덩어리 같은 것이 벽면을 가득 채운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것은 알렉세이의 가장 깊은 공포, 즉 ‘감시당하고 있다’는 편집증적 공포가 아리만의 코드와 결합하여 만들어진 순수한 악몽의 현신이었다.
[정신 오염 시작. 침입자의 죄책감을 스캔합니다.]
악몽이 나를 인식하고, 즉시 정신 공격을 시작했다. 죽은 서윤호의 환영이 내 눈앞에 나타나 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랐다. 나는 내 정신을 보호하는 ‘하모닉 릴레이’의 자장가와, 뉴럴 억제제의 차가운 이성을 무기로 삼고 있었다.
‘이런 얕은수에 당할 것 같나.’
나는 환영을 무시하고, 악몽의 본체를 향해 내 의식을 집중했다.
하지만 놈을 해킹하려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이 악몽은 알렉세이의 ‘행복한 기억’과 뿌리 깊게 연결되어 있었다. 놈을 강제로 파괴하려 하면, 이 행복한 공간 자체가 붕괴하며 알렉세이의 정신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힐 터였다.
이것이 아리만의 진짜 함정이었다. 그는 악몽을 ‘인질’로 삼고 있었다.
바로 그때, 레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저씨, 저 놈, ‘가짜’를 무서워해.]
‘가짜?’
[응. 저 아저씨(알렉세이)는... 진짜 가족을 만나고 싶어 해. 그래서 가짜를 싫어해. 저 악몽은 그걸 알아. 그래서 진짜인 척하고 있는 거야.]
레오의 순수한 시선이, 내가 보지 못했던 핵심을 꿰뚫었다.
저 악몽은 알렉세이의 공포인 동시에, 그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진짜인 척’ 연기하고 있는 문지기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저놈에게 더 ‘진짜’ 같은 공포를 보여주면 어떨까.
나는 내 기억 가장 깊은 곳, 5년 전 불타는 함선 속에서 내가 느꼈던 ‘진짜’ 절망과 공포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기억 데이터를, 내 의식을 통해 악몽에게 직접 ‘방송’하기 시작했다.
내 진짜 트라우마와 마주한 악몽이, 처음으로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경고: 비인가된 고밀도 감정 데이터 유입. 시스템... 오류...]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레오! 이 꿈의 주인을 잠깐만, 아주 잠깐만 깨워줘! 그가 자신의 ‘집’을 직접 보게 해 줘!”
[알았어!]
레오의 힘이 꿈 전체에 파동처럼 퍼져나갔다.
소파에 앉아 행복하게 웃고 있던 알렉세이의 눈이, 순간 초점을 되찾았다. 그는 멍하니, 벽장 속에서 벌어지는 나와 악몽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 이 행복한 공간, 그 모든 것이 ‘가짜’라는 것을.
“안 돼...”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일그러지는 순간, 악몽이 가장 두려워하던 일이 일어났다. 자신의 존재 기반, 즉 알렉세이의 ‘행복한 망상’이 스스로 붕괴하기 시작한 것이다.
악몽은 비명을 지르며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뫼비우스’ 바이러스를 놈의 코어 코드에 찔러 넣었다.
[시스템 붕괴. 붕괴. 붕괴...]
벽장 속의 악몽이, 한 줌의 데이터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동시에, 알렉세이의 행복했던 거실도 유리처럼 깨져나가며, 그 너머의 차가운 저온 수면 캡슐의 풍경이 드러났다. 알렉세이의 의식은 충격으로 잠시 기절했지만, 아리만의 ‘드림 캐처’와의 연결은 성공적으로 끊어졌다.
첫 번째 성공이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순간, 현실 세계의 박진우에게서 다급한 통신이 들어왔다.
[다이버! 밖이야! 아리만이... 뭔가를 보냈어!]
[저온 수면실의 외부 강화 유리를... 무언가가 갉아먹기 시작했다!]
박진우의 다급한 목소리는 내 정신을 현실로 잡아당기는 밧줄과도 같았다. 나는 알렉세이의 꿈에서 빠져나오며, 의식의 일부를 현실 세계의 감각과 연결했다.
내 육신은 저온 수면실의 제어 패널 앞에 앉아 있었지만, 내 눈앞에는 박진우와 권소영이 바라보고 있는 끔찍한 광경이 홀로그램처럼 겹쳐 보였다.
저온 수면실의 거대한 강화 유리 너머, 어두운 우주 공간에서, 무언가가 유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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