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속의 그림자

by 돌부처

펑! 파바박!


밤하늘이 찢어질 듯한 굉음과 함께, 수만 개의 불꽃이 여의도 상공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붉은색, 푸른색, 황금색 빛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며 한강 수면을 물들였다.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고개를 젖히고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의 눈에는 오직 아름다운 불꽃만이 담겨 있었다. 발밑에서, 다리 아래에서, 그리고 강 건너편 건물 지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목숨을 건 사투는 그들의 환호성에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63 빌딩 지하 5층 기계실]


윤도진은 숨을 헐떡이며 거대한 발전기 뒤로 몸을 숨겼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는 붉은 피가 배어 나와 셔츠를 적시고 있었다. 조금 전, 놈들의 칼날을 피하지 못한 대가였다.


“나와, 경찰 나리! 숨바꼭질은 이제 지겨운데!”


백면의 하수인들이 낄낄거리며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그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괴물들이었다. 윤도진이 삼단봉으로 팔을 부러뜨려도, 무릎을 걷어차도, 그들은 기괴하게 웃으며 다시 일어났다.


‘탄창에 남은 총알은 세 발. 놈들은 넷.’


수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불리했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저들이 설치하고 있는 폭발물, 영적인 기폭 장치가 터지면 이 건물뿐만 아니라 여의도 전체가 결계에 갇히게 된다.


윤도진은 심호흡을 하며 품속에서 하진이 쥐여준 ‘해신의 인’ 부적을 꺼냈다.


‘믿어보는 수밖에.’


그는 부적을 삼단봉 끝에 감았다. 그리고는 엄폐물 뒤에서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여기다, 이 괴물들아!”


놈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윤도진은 첫 번째 놈의 칼을 피하며 삼단봉으로 놈의 명치를 가격했다.


퍼억!


평소라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겠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부적이 닿는 순간, 푸른 불꽃이 튀며 놈의 몸을 감쌌다.


[끄아아아악!]


놈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나자빠졌다. 부적의 정화력이 놈의 몸을 지배하던 백면의 기운을 태워버린 것이다. 효과가 있었다.


“이거나 먹어라!”


윤도진은 기세를 몰아 춤을 추듯 삼단봉을 휘둘렀다. 그의 움직임은 처절했지만 정확했다. 두 번째 놈의 머리를, 세 번째 놈의 무릎을 가격할 때마다 푸른 불꽃이 터지며 놈들을 무력화시켰다.


마지막 남은 우두머리가 당황한 듯 주춤거렸다. 윤도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놈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


“이걸로 끝이다.”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기폭 장치 앞으로 다가갔다. 복잡한 전선들이 얽혀 있는 시한폭탄이었다. 타이머는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젠장, 해체할 줄 모르는데.”


그는 무전기를 들었다.


“이강우 씨! 듣고 있습니까? 이 폭탄 해체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마포대교 교각 아래 수중.


[치지직... 빨간 선... 아니, 파란 선인가? 아 몰라! 그냥 다 끊어버려!]


이강우의 목소리는 다급했다. 물속이라 통신 상태가 좋지 않았고, 그 역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이강우는 수십 마리의 새끼 지맥 포식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놈들은 피라니아 떼처럼 그를 물어뜯으려 달려들었다. 잠수복은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산소통의 잔량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끈질긴 새끼들! 형님이 오늘 기분이 좀 안 좋거든?”


이강우는 수중 작살총을 발사했다. 작살이 놈들 중 하나의 머리를 꿰뚫었다. 하지만 놈들은 죽은 동료의 시체를 뜯어먹으며 더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그는 설치해 둔 성수 폭탄의 타이머를 확인했다. 3분 남았다. 그 안에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


‘젠장, 길이 막혔어.’


탈출구 쪽 교각 틈새를 거대한 어미 지맥 포식자가 막고 있었다. 놈은 이강우를 노려보며 입을 벌렸다.


“그래, 한판 붙자 이거지?”


이강우는 허리춤에서 마지막 남은 무기를 꺼냈다. 하진이 준 ‘정화의 소금’을 가득 채운 특수 수류탄이었다.


“이건 좀 매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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